니시노 유키히코의 연애와 모험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오근영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전체적으로 여운이 강하게 남는 작품이라고, 옮긴이는 말했다. 거기에 관해 약간은 부정하는 편이다. 개인적인 의견으로, 흡인력이 강하면서 끝나는 게 아쉬웠던 단편은 2가지였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포도>>와 <<수은 체온계>>

덧붙여, 여자의 성격이 마음에 들었던 단편이기도 하다. 포도에서의 "아이"와 수은 체온계에서의 "노조미".
어쩐지 내 어릴 적 모습과 닮아있던 캐릭터는 풀숲에서란 단편의 "시오리". "공터"라는 자신만의 비밀 공간이 있고, 그곳에 소중한 것을 묻어가면서, 비밀을 지키려하는 14살 중학생의 순수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시오리. 그 위에 겹쳐지듯 나의 초등학교 때 모습이 투영되어 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시간이 있었다. 책을 읽는 중에.

어디까지나 스스로 그렇게 생각할 뿐이지만.

이 소설은 주인공에 대해 딱히 누구라고 꼬집어 말할 수 없는 면이 있다. 제목에서 나온 바와 같이, "니시노 유키히코"가 주인공일 거라고 짐작할 테지만, 각각의 단편은 니시노와 사귀었던 "여자"들의 주인공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이 부분을 상당히 좋아했다. 니시노조차도 몰랐던 그의 성격을 속속들이 알 수 있었던 것에 희열을 느꼈기 때문일까. 만약, 니시노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면, 아마도 한없이 지루해졌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니시노는 다른 사람과의 공유 세계에서 자신이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녹아들 수 없는 상태에 빠지며, 진실한 사랑에 목마른 상태에 끝없이 찾아다니며 방황하는 우유부단한 성격의 캐릭터다. 왠지, 자신을 알고, 자신을 사랑한 시점에서 자신만의 닫혀진 세계 안에서만 웅크려있지 말고, 주변에 눈을 돌린 후, 애정이 듬뿍 담긴 시선을 보내다보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러한 경험이 없기에 뭐라고 단정짓지를 못하겠다. 연애소설은 그러한 면에서 내게는 어렵다.

저자는 이 책에서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의 자리를 찾는 일이라고 말한다. 덧붙여, 책을 읽는 모두에게 자신의 자리를 찾았는가, 하고 끊임없는 질문을 던진다.

솔직히, 이전의 작품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비함과 특이함은 다소 줄어든 맛이 있고, 밑바탕에 깔려 있던 작가 특유의 분위기가 약간 사그라진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해서 여간 아쉬운 게 아니었지만, 문체 면에서는 어딘가 일상에 대해 심드렁한 감이 있어 각각 단편에서의 여자 주인공들이 구차함이 없지 않았나 싶다. 이런 부분은 유독 매력적이라 생각한다. 끝내야할 시기를 제대로 알고 있었기에 사랑에 구질구질하게 매달리는 법이 없다, 각 주인공들은.(그냥 제 생각입니다;; 태클 사양이에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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