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를 기르기 전에 알아두어야 할 것들
박형서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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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6.01,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이 소설집을 읽다가 무턱대고 따라가는 길은, 철없던 시절에 동네 친구들과 술래잡기를 하면서 엉겁결에 발견했던, 미로 마냥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구불구불한 모습이다. 한 문장 한 문장 숨가쁘게 따라가다가도, 어느새 갈 길을 잃고 시작이 어떠했는지, 어디로 빠져들었는지, 헤매기 일쑤고, 그 행위는 첫 문장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혼란에 혼란이 거듭되고, 왜, 라는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늘어지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꿈인 듯, 의미 찾기가 모호해지고 아득하기만 하다.

작가의 상상력은 현실에서의 일상이 아닌, 꿈의 세계에서 비롯된 것으로, 의식과 무의식의 공존이 있다. 또한, 그의 울퉁불퉁한 이야기 구성은 상황을 전혀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이끌고 있다. 그리하여 다분히 충격 이상의 감동(뻔한 이야기가 아님에 환호;;;)으로 책읽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

여느 소설과 달리, 특별하게 보이기 위해(이를테면, 특이함으로 승부;;)작가가 선택한 것은, 전통적 구성에서 180도 벗어난 "꼬임"의 방식이다. 더욱이 꼬인 데 또 꼬고, 이리 비틀고 저리 비튼(;;)이야기 구조는 인과 관계를 거의 찾아볼 수 없어, 문장이 공중에 붕 떴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다. 작가의 의식을 담은 소재, 모티브 등등을 일상에서 캐온 다른 작가의 작품을 읽다가, 이 소설을 접하면 끊임없이 낯설다는 생각을 하기에 충분하다.

<<이쪽과 저쪽>>, <<물 한 모금>>_ 두 단편은
까마득한 인생을 산다는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어쩌다 맞닥뜨린 엉뚱한 우연에 의해 좌지우지되기도 하고, 도처에 깔린 하나의 선택(이쪽과 저쪽) 혹은 몇 초라는 시간의 차이(물 한 모금)로 돌이킬 수 없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는 것을 전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표제가 된 단편보다 더 선호했던 단편 '사막에서'의 <<사막>>은 꿈과 현실이 뒤섞인 몽환적인 분위기로 가득 찬 상태다. 우리의 현실이 사막처럼 불모의 현장이 되고 있다는 불길한 조짐을 암시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사막은 끝없이 탐욕을 부리며 더더욱 많은 것을 집어삼켰다. …내 앎과, 내 느낌과, 빼앗기기가 죽기보다 싫었던 모든 것들. 그들은 사막에 갇혀 소리 죽여 울었고, 때가 되자 하나씩 소멸해 갔다.”(51쪽)

‘우리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왜 여기 있는지, 아니 우리가 누구인지조차 모르고’ 있는 등장인물들이, 결국 그 사막을 탈출하는 방법은 <<사막을 닮은 망각뿐>>임을 거듭 강조하고, 여기서 사막은 "우리가 발 디디고 있는 공간"에 빗대어지고, 길을 잃어버린 주인공들은 마치 나 자신, 책을 읽는 독자를 지칭하는 것처럼 보이며, 소설 속 상황은 방황하는 현대사회를 단적으로 꼬집어 말하는 경우가 아닐까, 짐작하고 있다.

"우화와 실험 연극 등에서 볼 수 있는, 비현실적인 배경하의 극단적 이야기를 통해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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