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행 슬로보트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11월
평점 :
품절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내 몸 속의 파워를 어딘가에 밀봉해두고 싶다. 납 상자 같은 데 가두어놓고, 그 상자를 책상 위에 올려놓고 그걸 보면서 문장을 쓰고 싶다."

자유분방한 글쓰기의 묘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칭해놓았다. 과연 눈에 띄는 구절이다. 나 스스로가 그런 것에 관심이 많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바라고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즐거움이란 요소가 덧붙여 시간을 채워나가면 아무래도 진정 자신이 원하는 스타일의 글이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건 쉬운 게 아니지만, 그만큼 굉장한 것이다. 왠지 폭발력(;;)이라고 이름 붙여도 될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러한 하루키의 파워를 사랑한다.
하루키는 나의 스타일과 약간 닮았다. 한편의 단편소설은 문득 떠오른 한 문장으로 시작한다고 어디선가(인터뷰, 혹은 책 뒤의 저자의 말에서 봤을 수도)밝혀놓았다. 무턱대고 덤비는 거라고, 나 또한 막무가내로 소설 쓰기를 시작했을 무렵, 그랬던 기억이 있다. 쿡-하고 웃어 버렸지만, 왠지 끌리는 무엇이 있었다. 그때부터였을 게다. 하루키에게 애정을 쏟기 시작한 것은.
이 단편집은 하루키의 납 상자와도 같다. 무수한 것을 담으려고 덤볐다. 잘하고 못하고 결과를 떠나서, 몸 속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하나도 놓치지 않고 잡아서 표현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 만큼, 대단한 열정이다.
갖가지 과일을 잔뜩 담아놓은 예쁜 바구니처럼 이 단편집은 그러한 면모를 띄고 있다. 특이하고 다양한 색깔의 소재와 모티브, 잠시도 주저하지 않고 빠르게 달려나가는 전개 방식, 머뭇거리며 바탕을 드러내기를 꺼려하지 않는 투명한 문체, 호흡이 상당히 짧은 간결한 문장, 특별하고 진기한 주제의식…….

하루키의 소설은 내게 한 잔의 커피 같다. 하루도 빼놓을 수 없고, 한 잔으로는 뭔가 부족한 듯한(잠깐의 목마름은 식혀주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되지 않아 끊임없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싶은), 그렇지만 사소한 것이라 치부할 수는 없는 그런 것. 시간 나는 대로 손에 잡고 싶은 그런 것.

덧붙여, 중독성이 강해 읽기를 중단할 수도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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