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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옥희 옮김 / 민음사 / 1999년 2월
평점 :
2004.05.28,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도마뱀>>
미뤄두었던 북글이다. 거듭 되풀이하여 읽는 중임에도 책을 읽을 때마다 떠오르는 나만의 풀이는 매끄러운 글로 표현될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찬찬히 적어보려 한다.
<도마뱀>이란 제목은 이색적이다. 꼬리를 자름으로써 천적으로부터 자신의 목숨을 지키는 도마뱀. 대표가 되는 소설 하나를 잡아 그것을 단편집의 표제로 나타낸 의도가 살짝 엿보이며, "새로운 시작(탄생)"이란 상징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다채로운 소재(이른바 만화와도 같이 과감히 현실을 뛰어넘은 유쾌한 상상력)를 바탕으로 다양한 이미지 연출과 자유로운 전개, 연결고리가 될, 평범하지만 주제를 이끌어내기에 무리가 없는 반복적 일상의 자그마한 소품. 어느 것도 소홀히 하지 않은 데서 굉장한 흡인력으로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데뷔작인 "키친"에서와 마찬가지로 <상처>, <치유> 더 나아가 주인공들의 <운명>과 <숙명>에 관한 6편의 소소한 이야기는 우리들의 지나온 흔적을 더듬더듬 되돌아보게 만든다. 정상 궤도를 그리며 하루하루 시간을 채워갈 우리들은 때로는 유혹에 못 이겨 일탈을 경험하기 일쑤다.(크나큰 타격이 될 만한 것과 가벼운 것, 둘 다 속함)그럴 때, 아차_하는 순간 늪에 발을 빠트린 경우가 생기고, 장난에 가까운 자그마한 충격으로만 끝날 가능성도 있다. 어느 쪽이든 정해진 과제를 묵묵히 해내지 않은 상태, "궤도 이탈"이 되는 것인데, 찰나의 스릴을 맛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을 거라 짐작한다. "일탈"을 담은 <신혼부부>는 충동적으로 자신이 내려야 할 역을 지나친 한 남자의 심리에 관해 주목할 필요가 있었다. 한번쯤은 나조차도 버스에 타고 있을 때 문득 창을 통해 비치는 주변에 무심한 눈길을 던지며, 이 길의 끝을 향해서 가면 어떤 것이 짠-하고 기다리고 있을까란 생각이 들어 흠칫했고, 그것을 실행으로 옮길까 갈팡질팡 한 적이 있다. 지루한 일상에 본능에 가깝게 탈출을 시도하려 한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따분하다고 해서 그것에서 벗어날 수 없듯이 결국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는 주인공은 현재 우리들의 쓸쓸한 자화상이 아닐까 싶다.
작가는 초라한 현실에 맞서 끊임없이 전진해야 하고, 뜻대로 되지 않아도 거뜬히 이겨내야 하고, 과거는 있는 그대로일 뿐, 과거를 들추어내 현재에 영향을 끼치지 않기를 각각의 소설에서 연거푸 강조하고 있다. <도마뱀>에서는 과거를 토대로 현재가 모습을 드러냈음에 순순히 받아들여야 하고, 과거의 기억에 매여 있을 필요가 없다는 주제의식을 단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