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준비는 되어 있다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마지막 장을 넘기고 저 제목의 말을 생각했다.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내게 그런 설레임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정확한 표현을 할 수 없지만, 대충 이 정도면 되는 듯하다. 평소처럼 아침에 머리를 맑게 하기 위한 의도로 이 책을 샀다. 쉽게 읽히는 편이라(대부분 가오리의 소설은 내게 그런 식이다.)술술 잘 넘어간다. 충분히 나만의 공간을 만들 수 있고, 자잘한 소음은 그냥 넘길 수 있고, 다각도로 접근할 수 있고, 은은한 감동이 배어있으면 그리 충격적이지 않아도 나는 무조건 가치 있는 책으로 분류한다.
그 부류의 책은 거푸 읽어도 새로운 느낌을 지울 수 없어서 굉장히 좋다.

우선, 내겐 의미 있는 독서였다. "손"이란 단편을 읽는 중에 내가 쓰고자 했던 소설의 소재를 생각했고 조각조각 나뉜 중요 장면을 연결시켜 스토리라인을 체계적으로 짜게 되었으니까.

지금 2번째 읽고 있는데, 그 전에 북글이나 써둘까 하고 부랴부랴 당시의 느낌을 되살리려 기억을 더듬었다. 수줍은 소녀를 연상시키는 조심스러운 시작은 한글 97을 켜놓았을 때의 나 자신과 비슷한 면이 있어 낯설지 않고, 그로 인해 편안함을 가득 안겨준다. 거미줄처럼 치밀하게 짜여진 묘사는 아니지만, 일단, 상황 파악은 가능하기에 그럭저럭 읽을 만하다고 생각한다. 보다 더 세세한 묘사를 하였으면, 하고 아쉬움은 남지만…….

각각 단편의 테마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며, 톡톡 튀는 개성의 소유자들로 가득하다. 한번 잡으면 단편 하나를 읽을 때까지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든다. 이제까지의 가오리 소설보다 더욱 빨리 읽었던 걸로 기억한다. 단편에서 많은 것을 얻고, 소설과 동떨어진 길을 찾기도 하지만, 결국은 하나로 연결된 생각으로 마무리짓는 스스로의 취향이 보태어져 그런 결과를 남긴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흔히 말하는 안정된 공기를 지녔지만, 그게 오히려 단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완결부분에 가서는 다소 엉성하게 되는 경향이 있고, 뻔한 전개로 갈 소지가 충분하니까.

저마다 일상에 포함된 사랑, 우정, 주변 인물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살리고, 그 위에 사탕 같은 달콤함으로 포장되어진 특유의 색깔로 똘똘 뭉쳐 있지만, 작가의 주관을 좀더 뚜렷하게, 주인공의 개성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전개로 차차 단계를 밟으면, 보다 더 멋진 소설로 거듭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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