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을 밟다
가와카미 히로미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3년 9월
평점 :
절판


2004.03.26

 

 

이 책에 실린 3가지 단편이 가와카미 히로미님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작품세계를 뚜렷하게 만들어놓은.

"선생님의 가방"을 읽을 때는 그냥 담담하게 웃음 지으면서 읽어 나갔었는데, "뱀을 밟다"는 좀더 심층적으로 뚫고 들어가게 되었다. 일상의 괴이함을 묘사해 놓았는데, 아기자기한 스토리보다는 조금은 기괴하다고 할 수 있는 스토리라던가, 독특한 소재를 택해서인지 특이하다고 할 수 있는 표현과, "뱀"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는 서로 독자적이며, 관계없는 것이 아니라, 융합되어야 한다는 의식이 깔려 있어 이색적이다. 또한, 이른바 이성과 감성의 경계 허물기까지 시도했다고 하니, 그 과감한 도전이 본받을 만한 것 같다.

"사라지다"라는 소설은 일본 설화의 세계에서 소재를 얻어 불가사의한 존재양식을 표현하고 있다. 툭 하면 몸이 사라지는 집안 내력을 가진 주인공 집안과 툭 하면 몸이 줄어드는 집안 내력을 가진 집안과의 결혼에 관한 이야기다. 조금은 어이없고 허무맹랑하다고 얘기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누구나 쓰는 보통의 잘 읽히는 이야기보다는 낯설지만 신비롭고 매력이 있는 이야기가 더 좋다.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오솔길을 걷다가 4차원 세계로 빨려 들어간다거나, 신기한 모험을 하게 된다거나, 뱀과 얘기하고 싶다거나, 어릴 때 호기심과 상상력을 펼치던 시절이 떠오르고, 그런 생각을 알아차린 듯 주인공들의 손을 잡고 자연스레 현실 너머 환상의 세계로 이끌려 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이를테면, 초등학교 저학년 때 읽은 아동소설에 나왔던, 거울나라로 떠나는 도깨비처럼.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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