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카프카 (상)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춘미 옮김 / 문학사상사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2004-03-27∥

 

 

[도서]해변의 카프카(상)

 

7년의 구상 끝에 내놓은 장편이란다.
한 편의 소설이라도 쉽게 보지 않고, 크나큰 노력과 심혈을 기울인 작가에게 경의를 표한다.

하루키의 소설 중에서도 대작에 꼽히는 거라고 평론가들이 구구절절이 떠들은 것은 내 눈엔 들어오지 않고, 다만,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작부터 완결까지 꼼꼼히 짜두고, 눈에 보이지 않을 고뇌와 헤아릴 수 없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만들기 위해 퇴고의 과정을 몇 번이나 거쳤을까. 그런 노력은 쉽게 해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열정을 아낌없이 쏟아 부었기에 책 속에 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다.

제목에서의 "해변"은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경계"의 의미를 은연중에 내포하고 있으며, 꽤 강렬한 이미지를 풍긴다. 카프카의 초현실주의를 겨냥하고 쓴 것 같기도 한데,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정확히 얘기할 수 없는 복잡한 상태를 겪는 한 소년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틀과 갑갑한 현실에서 끊임없이 탈출하려 시도하며, 서서히 삶의 원리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이야기다.

하루키는 이 작품에서 나름대로 심혈을 기울여 독특하고 참신한 개성적 캐릭터를 만들어 놓았고, 그 각각의 인물들은 어중간한 상태에 놓인 게 아니라 각자 나름대로 작품에서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부족하지도, 거추장스럽지도 않은 설정과 보다 깔끔해진 문체와, 짧은 문장 안에 크게 자리한 내면의 심리는 하루 이틀 시간이 아닌 7년에 걸친 시간에 이루어졌기에 꽤 자신만만한 느낌이다. 그것이 억지스러운 게 아니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정도로 자연스럽다는 데 굉장한 것이라 생각한다.

현실과 초현실이 교차하며, 반복적으로 거푸 읽게 만들며, 끊임없이 생각을 요구한다.
무엇보다 작가의 의도가 뚜렷한 거 같아 감동적이다. 인생의 참된 의미를 일깨우고자 쓴 소설. 작가 자신의 이야기, 주인공 15살 소년의 이야기만이 아닌, 누구나 한번은 거쳐갔을 과도기적 시기를 다룬 우리 모두의 이야기.

 

 

(나의)교보 북로그에 이미 올렸던 글입니다.
쭉 정리하고 나서, 새 리뷰 올리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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