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사야할 목록’, ‘대여할 목록’, ‘한 번 훑어보고 결정할 목록’ 고민 중에 있습니다. 신간 확인하러 오프라인 매장에 갔는데, 정리 중인 듯 몇 번이고 꼼꼼히 들여다봐도 찾을 수 없었습니다.T_T 아마 내일, 늦어도 모레면 끝날 거라 생각합니다. 그래도 토요일이 되어야 갈 수 있는데, 당장 들춰보고 싶어 큰일입니다./
+상당히 오랜만에 덧붙임을 끼적였는데, 8년(;)만이라 너무 어색합니다. 그냥 짧고 단순한 잡담이 되고 말았습니다. 잠시 내팽개치고 있는(;) 소설을 다시 끌어오거나, 리뷰든 밑줄 긋기든 뭐라도 쓰며 연습을 해야겠습니다.
+덧붙임이랑, 다른 신간 천천히 더 추가할 예정입니다.
마쿠나이마
l 을유세계문학전집 83
『마쿠나이마』는 이른바 ‘식인주의 운동’으로 잘 알려진 1920년대 브라질 모더니즘 문화 운동의 상징적인 작품으로, 브라질 문학의 대표적인 고전이다. 아마존 정글 출신의 반영웅(反英雄) 마쿠나이마가 정글을 떠나 도시로 와서 브라질의 국가 정체성을 상징하는 물건을 빼앗기 위해 식인 거인과 싸워 이긴 후 다시 정글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에 대한 모색을 유쾌하고 토속적인 풍자 속에 녹여 낸 이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브라질적 상상력의 원천으로 작용하며 이후 브라질의 모든 문화 텍스트에 지속적인 영향을 주었다. 1969년에는 브라질 신영화 운동인 시네마 노부(Cinema Novo)의 자장 안에서 조아킹 페드루 지 안드라지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어 주요 영화제에서 많은 상을 수상하였다.
: 처음 접하는 작품이라 더 솔깃해진다. ‘브라질의 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하는 데 빠질 수 없는 가장 브라질적인 작품’이라는 평을 읽고 나니 더더욱.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
윤고은은, 삶보다 더 큰 악몽을 달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너무도 바쁘게만 그리고 삶을 연장하기 위해서만 애쓰는 이들에게 “난 그쪽 세계의 생존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지 못한다”고 말하면서도, 그들이 짊어진, 매일같이 싸고 푸를 삶이라는 생존배낭 안으로 소독제일 수도, 온기일 수도 있는 여덟 가지 이야기를 슬며시 밀어 넣는다. 생존에 있어선 아무 소용없어 보이는 이 소설들은 ‘나는 누구인가’, ‘여기는 어디인가’라는 싱크홀 속에 갇혀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우리에게 쿨함과 다정함으로 다가와 그 느닷없음이란 공포로부터 꺼내어준다. 《늙은 차와 히치하이커》를 읽으며 우리는 서로 등과 가슴을 맞대고 함께 걸어가는 이야기들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 목적지가 어디든, 최대한 자유로운 곳으로, 유머러스한 품격을 잃지 않은 채로.
: 개인적으로 윤고은 작가의 소설을 좋아합니다. ‘소독제’ 여덟 이야기가 궁금하고, 반갑습니다. 요사이 장편소설을 줄곧 접했는데, 오랜만에 몰두하고 곱씹을 단편들일 듯.
내 친구 쇼팽
- 시인의 영혼 l 거장이 만난 거장 2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쇼팽을 지근거리에서 지켜본 경쟁자이자 친구였다. 둘은 한때 매우 가깝게 지냈으나 기질적 차이로 점차 멀어지게 된다. 잘 알려졌다시피 리스트는 매우 호기롭고 때로는 변덕스러우며 사교계에서도 이름을 날릴 만큼 외향적이었던 반면, 쇼팽은 섬세하고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신중한 성격에 주목받는 일조차 달가워하지 않는 내성적인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쇼팽은 예술의 문제에 관해서만큼은 말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음악과 예술 세계를 존중하고 우러러본 리스트는 쇼팽에 대한 최초이자 가장 호의적인 연구서 《내 친구 쇼팽》(원제: Chopin)을 남기기에 이른다. 위대한 작곡가가 뛰어난 동료 작곡가에 대해 글을 쓰고 출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이 책이 1849년, 즉 쇼팽이 세상을 떠난 해부터 집필되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경쟁 관계를 떠나 리스트가 쇼팽을 한 사람의 음악가이자 친구로서 얼마나 기리고 그리워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 무엇보다도 이 책을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어쩌면 그 자리에서 구입했을지 모를 만큼 이끌리고 있거든요.
라오스에 대체 뭐가 있는데요?
‘여행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최신 에세이. 때로는 타지 생활의 애환과 향수를 담담하게 그려내고, 때로는 유쾌한 식도락과 모험담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그의 여행기는 소설 못지않게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젊은 시절부터 해외 체류가 잦았던 그에게 여행이란 일상의 연장이자 창작활동의 귀중한 토대이기도 했다. 여행 에세이로는 근 10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신간에서는 신비로운 종교의 도시 라오스 루앙프라방, 『노르웨이의 숲』이 탄생한 그리스의 섬, 와인의 성지 토스카나, 미식가들의 새로운 낙원 포틀랜드, 광활한 자연 속의 여유를 즐기는 핀란드와 아이슬란드, 재즈 선율이 가득한 뉴욕의 밤과 근대문학의 흔적을 간직한 일본 구마모토까지, 전 세계의 매혹적인 여행지에 대한 하루키식 리뷰 열 편을 만나볼 수 있다.
: 대학 때는 그의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떤 책이든 닥치는 대로 읽었던 거 같다. 그러다 어느새 나는 그의 책을 멀리 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 책을 사거나 읽게 된다면, 10년 만에 내 손에 쥐게 되는 건데……. 그리고 그 전에, 리스트에는 붙이지 않았지만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를 살 듯. (오늘 사려고 계획하고 있었는데, 짐이 너무 많아서 제켰다.(-_-;))
그런 일
『그런 일』에는 직접 시를 이야기하지는 않는 글들이 많지만 이 글들 역시 시를 대하는 마음으로 대상을 마주한 글들이다. 이를테면 이기주의와 획일성이 득세하는 가운데 “앵무새의 혀로 말하는 방식”(271)만 주입하며 창의성을 죽이는 우리 사회의 풍토와 습속에 맞서 ‘엉뚱함’을 옹호하고, 직설적이고 날 선 말들이 저 자신만을 옳다고 주장하는 현실에 탄식하면서 “은유적 대화를 회복하라”(263)고 권할 때 저자는 세상이 시를 모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는 셈이다. 엉뚱함은 다름 아닌 시의 발상지이며 은유는 너와 내가 서로 다름에도 서로 같은 삶의 위도에서 목숨을 나누고 있음을 알게 하는 시의 특기이자 비장의 연모이기 때문이다. 특히 은유란 너와 내가 다르다는 이유로 너를 밀어내지 않고 곁에 두는 부드러운 마음의 기술과 같은 것이다(“은유는 부드러움의 편”[262]). 『그런 일』을 떠받치는 기반도 바로 그 부드러운 마음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 실린 글들이 어떤 대상을 비판적으로 다룰 때조차 고발장이나 격문보다 편지와 닮아 있는 것은 그 때문이다. 실제로 아들딸이나 휴전선 북쪽의 ‘김은숙 씨’와 계관시인 등을 수신자로 둔 편지들이 여럿 있기도 하지만, 권정생을 비롯한 저자들의 책에 보탠 발문이나 해설, 서평 형식의 글들도 남의 잘잘못을 시시콜콜히 따지고들기보다 부드러운 마음을 담아 타인의 안부를 묻고 제 할 말을 전하는 편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 ‘시’에 관한 이야기. 무조건 찜. 편지처럼 쓰인 글이니, 편하게 읽을 수 있을 듯.
열아홉 바리스타, 이야기를 로스팅하다
커피가 인생이라 말하는 사람들
이들은 커피에 빠져든 계기도 모두 다르고, 카페를 운영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또한 카페가 입지한 상이한 환경―점심시간마다 몰려드는 손님들에게 정신없이 커피를 제공해야 하는 오피스 상권이 있는가 하면, 동네 사람들 외엔 도무지 찾아올 것 같지 않은 수유동, 길동, 해방촌에 자리 잡은 카페들도 있으며, 카페에서는 달걀 노른자 동동 띄운 쌍화차를 마셔야 한다는 어르신들이 찾는 카페까지 다양하다―에 따라 커피뿐 아니라 여러 음료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등 각 카페의 생존전략도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들 모두에게 커피는 어쩌면 종교이고, 어쩌면 위안이며, 로망의 실현이자 친구들과의 소통 수단이면서, 무엇보다 삶이다.
: 이 책은 살짝 확인했어요. 디자인이 무척 예쁘더라고요. 사고 싶은 걸 꾹 참았습니다. 이미 밀린 목록이 너무 많아서. 내용을 좀 더 살펴보고 결정하려고요.
《고맙습니다》는 지난해 8월 30일 여든두 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올리버 색스가 죽음을 앞두고 <뉴욕타임스>에 기고했던 에세이 4편을 엮은 책이다. 삶에 대한 따뜻한 감사로 가득한 글은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하는 팬들은 물론 많은 독자를 사로잡았으며,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과 프랑스 등 세계 각국에서 출간되어 화제를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텍스트에 집중한 일반판과 함께 원서의 영문 텍스트와 그림으로 디자인을 살린 스페셜 에디션이 동시 출간되었다.
올리버 색스만큼 의학적 드라마와 인간적 드라마를 솔직하면서도 유려하게 포착해내는 데 성공한 작가는 없었다. 그는 삶의 마지막 몇 달 동안 쓴 에세이에서 삶을 마감하는 것에 대한, 그리고 죽음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한 감정을 감동적으로 탐구한다. “저마다 독특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자기만의 길을 찾고, 자기만의 삶을 살고, 자기만의 죽음을 죽는 것이 우리 모든 인간들에게 주어진 운명이다.” 《고맙습니다》에 담긴 올리버 색스의 목소리는 차분해서 더 큰 감동을 전하는 것이 아닐까? 그의 이야기처럼 이 책에 실린 에세이 4편은 저마다 독특한 존재인 우리 인간을, 그리고 삶이라는 선물에 대한 감사를 노래하는 따뜻한 송가이다. 자서전 《온 더 무브》가 올리버 색스가 추구했던 끝없는 모험과 중단 없이 나아가는 삶에 대한 뜨겁고 생생한 회고록이었다면, 《고맙습니다》는 생의 마지막 순간 사랑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다.
: 일반판과 스페셜 에디션 둘 다 사고 싶습니다.T_T
세기아의 고백 (반양장)
l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9
프랑스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천재 시인 알프레드 드 뮈세의 유일한 소설이자 마지막 걸작인 『세기아의 고백』이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39번으로 출간되었다. 빅토르 위고, 알퐁스 드 라마르틴, 알프레드 비니와 함께 프랑스 낭만주의 4대 시인으로 꼽히는 뮈세는 낭만주의가 꿈꾸었던 격정적 사랑을 온몸으로 체현한 세기아世紀兒다. 그는 여섯 살 연상의 작가 조르주 상드와 사랑에 빠져 극한의 감정들을 경험했는데, 정열과 배신, 광기와 불행으로 요약되는 사랑을 통해 그의 삶은 문학이 되었다. 사랑의 고통으로 점철된 문학적인 삶은 그의 것을 넘어, 나폴레옹의 몰락으로 혁명의 꿈이 좌절되어 절망과 무력감에 사로잡힌 채 사랑에 모든 것을 걸었던 당대 젊은이들의 것이기도 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나폴레옹의 몰락 후 젊은이들은 혁명이 가져왔던 희망을 잃어버린 채 깊은 상실감에 사로잡히는데, 그들은 맹목적으로 사랑을 좇음으로써 그러한 허무감을 극복하고자 한다. “존재했던 모든 것이 더는 존재하지 않고, 앞으로 존재할 모든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허 속에서 오직 사랑에만 열렬히 몰두하게 된 것이다. 절망감과 무력감이 팽배했던 시대, “나로 말하자면, 사랑하는 것 말고는 다른 것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다른 일에 대해 들었을 때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연인에 대한 내 열정은 자연 그대로의 것이었고, 내 온 생명은 거기서 뭔지 모르게 수도사 같고 길들여지지 않은 것을 느꼈다”는 옥타브의 대사처럼 젊은이들은 사랑에 몸을 던지고 자신의 존재 이유를 사랑에서 찾았다. 사랑에는 늘 고통이 수반되었지만 그들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고통 또한 사랑의 일부로 기꺼이 수용했다.
다시 말해 뮈세가 치열하게 겪어내고 문학적으로 구현해낸 사랑의 열정과 고통은 당대 젊은이들의 이상을 대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의 삶과 사랑에는 ‘혈관이 열리고 피가 흐르는’ 고통이 촘촘히 박혀 있었지만 결국 그러한 고통은 그 자신이 택한 것이었으며, 문학이 되어버린 삶을 통해 그는 낭만주의가 꿈꾸었던 격정적인 사랑의 신화를 이루어냈다.
우리는 거대한 차이 속에 살고 있다
- 작가 위화가 보고 겪은 격변의 중국
응답하라, 극단의 중국
1960년에 태어나 문화대혁명 시절에 유년을 보낸 작가 위화는 지금의 중국이 당황스럽다. 과거를 회상하며 격세지감을 느끼는 것은 흔한 일일지 모르지만, 역사적 격변을 겪은 중국인들에게는 그 정도가 남다르다. 그는 이런 극단적 격변을 ‘천양지차(天壤之差)’라 재차 묘사한다. 중국의 극단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역사적 격변 외에, 오늘날 같은 대륙에서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의 삶에도 어마어마한 격차가 존재한다. 국내총생산(GDP)는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이지만, 1인당 평균 소득은 세계 50위 안에도 들지 못하는 나라가 중국이다.
그는 중국에서 두 가지 거대한 차이를 발견한다. 하나는 과거와 현재의 차이이고, 또하나는 빈부격차로 인해 통제되지 못하고 가속도를 더해가는 오늘날의 극단적 격차다.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
마술적 사실주의의 창시자, 희대의 이야기꾼,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타고난 스토리텔러. 모두 라틴 아메리카를 대표하는 현대 문학의 거장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수식하는 화려한 헌사들이다. 그러나 『나는 여기에 연설하러 오지 않았다』를 통해 엿보이는 그의 맨얼굴은 소탈하고 겸손하며 일견 소박하기까지 하다. 특유의 유머 감각을 섞어 가며 조심스럽게 동료들이며 낯모르는 청중들 앞에서 연설을 시작하는 작가의 어조는 그 어디에서도 허세나 장식을 찾아볼 수 없이, 언제나 진솔하고 올곧은 신념과 친숙한 인간미에 가득 차 있다. 마르케스의 꾸밈없이 진실한 문학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더더욱 그의 세계를 바라보는 단순하고 솔직한 시선에 유쾌한 공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떼레사와 함께한 마지막 오후들
l 창비세계문학 47
작가는 반독재 투쟁이 치열하게 전개된 프랑꼬 집권기의 바르셀로나를 배경으로 전개되는 두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스스로를 진보적이라 믿었던 부르주아 대학생들의 위선을 비판하고 그들에게 덧씌워진 신화를 제거한다. 1950년대의 분위기를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동시에 ‘영웅적 세대’라 불린 학생운동 세대를 비판과 풍자를 담아 묘사함으로써, 계급문제와 진보주의라는 사회적 주제를 다루면서도 내전 이후 문단의 주류가 되어버린 사회주의 미학과 단호하게 단절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기법 면에서도 마르세는 객관주의를 표방하던 당시 소설들과 달리 전지적 화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또 ‘내포작가’가 끊임없이 개입해서 사건을 예견하고 비평하고 판단하게 하거나, 서사의 진행에서도 플래시백, 내적 독백 등을 군데군데 활용하여 직선적인 시간 흐름에서 벗어나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시각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처럼 당시의 소설들과 뚜렷이 배치되는 문학적 시도들을 선보임으로써 이 작품은 사회적 리얼리즘 미학의 한계를 내용과 형식의 양면에서 극복하고 에스빠냐 소설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전환점을 이룬다.
서민의 기생충 콘서트
- 지구의 2인자, 기생충의 독특한 생존기
때로는 은둔하고, 때로는 지배하는 ‘종횡무진 기생충 생존기’
아마 인간은 멸종하더라도 기생충은 지구가 멸망하는 날까지 살아남을 것이다. 한때 대다수 사람들의 몸속에 기생하며 맹위를 떨치던 기생충은 지금도 인간에 이어 지구의 2인자로, 거의 대부분의 생물 안에 기생하며 번성하고 있다. 그들은 과연 어떻게 다른 생물에 기생하며 살아왔을까? 숙주가 그 존재를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히 사는 ‘더불어 살자 기생충’부터 알이나 유충을 종숙주에게 보내기 위해 중간숙주를 죽이는 ‘나 혼자 살자 기생충’까지 그들의 생존 방식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자손 번식’이다. 그들은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살아왔다. 숙주를 돕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면서.
리처드 도킨스의 진화론 강의
- 생명의 역사, 그 모든 의문에 답하다
리처드 도킨스는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어떻게 지구를 찬란한 생명의 제국으로 만들었는지 설명하기 위해 진화의 역사를 ‘불가능의 산’을 오르는 등반가에 비유한다. 다양한 생명체와 고도로 복잡한 신체 기관은 언뜻 보면 완벽하고 정밀하게 설계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도킨스는 이 길 위에 도저히 진화가 불가능할 것만 같은 생명체의 신비를 올려놓고, 아주 섬세하게 그 경로를 추적하여 생명체를 둘러싼 무지의 장막을 걷어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눈과 날개 같은 복잡한 구조가 생존에 기여하는 진화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지금에 이르렀는지 알 수 있고, 진화가 세기에 걸쳐 이루어진 점진적인 변화의 누적과정이었음을 알 수 있다. 한 번에 한 걸음씩 천천히 누적되어온 자연선택의 과정을 통해 불가능하고 복잡해보이는 진화의 과정을 쉽고 생생하게 설명해준다. 이제 독자는 도킨스의 말 그대로 ‘그 어떤 것이든 진화는 인간이 상상하는 만큼 어렵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책은 도끼다
- 박웅현 인문학 강독회
『책은 도끼다』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책이란 무릇, 우리 안에 꽁꽁 얼어버린 바다를 깨뜨려버리는 도끼가 아니면 안 되는 거야”라는 프란츠 카프카의 말로 압축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책은 도끼다』에서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한 권의 책을 읽더라도 깊이 있게 읽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서도 역시 다독보다는 깊게 읽는 독서, 외부의 권위에 눌리지 않고 나만의 울림을 찾을 줄 아는 독법에 대해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저자가 아홉 번에 걸친 강독을 하면서 매 강독마다 강조했던 것은 책을 읽을 때 ‘각자의 오독’ ‘나만의 해석’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작가의 명성, 작품에 부여된 세간의 권위에 주눅 들지 말고, 나만의 한 문장을 찾아내어 그것으로써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발 더 나아간다. 책을 읽고, 느낀 바들이 있다면 거기에서 머무를 것이 아니라 나에게 울림과 감동을 주었던 지혜들을 각자의 삶 속에서 몸으로 행하며 살 것을 당부도 잊지 않는다. 그런 까닭으로 『다시, 책은 도끼다』를 하나의 문장으로 요약한다면 마르셀 프루스트의 이 말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작가의 지혜가 끝나는 지점에서 비로소 우리의 지혜가 시작된다.” 『다시, 책은 도끼다』에 소개된 책들을 통해 독자들은 일상에 무뎌진 감수성을 회복하고, 나만의 시선을 투입하여 책을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 새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퓨어(PURE) - 1집 The Light Of Tornad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