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58 "주상께서 말씀하신 ‘큰소리치는 사람’은 어떤 사람을 지목하신 것입니까. 만일 큰소리만 하고 실속이 없는 자를 지목하셨다면 그 사람을 쓰면 반드시 일을 그르칠 것인데, 어찌 그 사람을 시켜 적을 막게 할 수 있겠습니까. 만일 옛것을 좋아하고 성인을 사모하는 사람을 큰소리치는 사람이라고 하셨다면 주상의 말씀이 극히 온당치 못합니다. 예전에 맹자가 양 혜왕과 제 선왕을 만나서도 오히려 요순을 목표로 삼았는데, 이것이 어찌 큰소리를 좋아하는 것이었겠습니까. 지금 유학자의 말은 털끝만큼도 채택하지 않으면서 한갓 큰소리라고 지목하시어 그들로 하여금 북쪽 오랑캐를 막도록 하시겠다는 것은 마땅치 아니한 듯합니다. 임금의 말이 한번 나오면 사방으로 전파되어 옳지 못한 일이라면 천 리 밖에서도 왕명을 거역하는 법입니다. 지금 전하께서 유학자를 큰소리나 치는 사람이라고 지목하여 북쪽으로 보내려고 하시면, 어진 사람은 기운이 꺾이고 불초한 자는 갓을 털며 좋아할 것입니다. 임금의 발언이 선행하는 사람을 좌절시키고 악행을 저지르는 자를 기쁘게 해 준다면 어찌 그릇된 말씀이 아니겠습니까."
p. 448~449 "이런 아이라면 마음속으로 어미의 품을 떠나지 않으려고 할 터인데, 어찌 군역을 감당할 수 있을 것인가. 내가 이 아이를 보니 마음이 불편하여 밤에 잠이 오지 않았다. 내가 불민한 사람으로 임금의 자리에 있게 되어 이러한 일을 초래하였으니 더욱 한스럽다. 병조에서는 군사를 점검하고, 만일 나이가 차지 않은 아이들이 있으면 모두 돌려보내어 나이가 찬 뒤에 군역을 지도록 하라. 내가 차라리 수천의 군사를 잃을지언정 차마 아이를 군역에 세울 수는 없다." 하였다. 군졸 가운데는 어린아이들이 있었음에도 고을로 돌아간 뒤에 수령이 다시 고된 부역을 시킬까 두려워 돌아가겠다는 아이가 얼마 안 되었다.
율곡 생각: 남에게 차마 못하는 마음이 누구에겐들 없겠는가. 더구나 주상의 영명함이 남보다 뛰어났으니 어찌 백성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겠는가. 지금 하교를 읽으니 감동하여 눈물이 흐른다. 진실로 이 마음을 미루어 어진 정치를 행하면 어떤 백성의 괴로움인들 풀리지 않겠는가. 애석하다. 착한 마음이 한때는 나와도 끝내 정치에 베풀어져 폐단의 개혁은 볼 수가 없으니, 하늘이 어찌 이 백성으로 하여금 지극한 정치의 혜택을 입지 못하게 하는가. 어찌하여 어진 마음을 가지고도 어진 정치를 하지 못하는가. 아! 이루 한탄할 수가 없도다.
p. 483 ~ 지금 서인을 억제하여 기운을 펴지 못하게 하니 유속의 비루한 자들이 이 틈을 타 권세를 잡아 동인과 합세하여 하나가 되었다. 또한 동인들은 속류의 사주를 받아 서인을 질시하면서 그들이 다시 조정에 들어올까 우려하니 매우 미혹되었다고 하겠다. 현재의 길을 그대로 좇아 현재의 논의를 고치지 않는다면 아무리 거룩한 군주와 어진 정승이 태평한 정치를 이루려 하여도 결국 되지 않을 것이다.
p. 501 ~ 구언하고서 그 말을 쓰지 않는다면 구언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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