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이 작품은 이야기 안에서 남자가 썼던 바로 그 소설의 형식처럼 되어 있다. 사건들이 일어나는 시간 순서대로 정렬되지 않은 이야기, 페이지가 적혀 있지 않으면 결코 순서를 맞출 수 없는 이야기 말이다. 인간은 시간을 한 방향으로 단 한 번밖에 체험하지 못한다. 하지만 소설에서라면?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을 통해 어쩌면 우리는 그 패턴에서 벗어나는 신비한 체험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니미니


l 헬렌 그레이스 시리즈 1

《이니미니》라는 제목은 미국 아이들이 부르는 동요 가사인 “eeny, meeny, miny, moe(이니 미니 마이니모)”에서 온 것이다. 범인이 쌍으로 인질을 납치한 뒤, 이들 간에 선택을 강요하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악마의 게임을 강요하는 범인은 과연 누구인지 그 흥미진진한 추리의 세계로 독자를 인도한다.

 

 

 

 

 

 

 

프래니와 주이

『호밀밭의 파수꾼』이 젊은 샐린저의 다소 치기 어린 작품이었다면, 『프래니와 주이』는 더욱 원숙해진 샐린저의 사상과 필력이 유감없이 발휘된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 콜필드가 영원한 반항의 상징인 반면, 『프래니와 주이』의 두 남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치열하게 고민하는 인물들로 전작에 비해 더욱 깊어진 삶에 대한 고찰을 보여준다.
샐린저의 메시지는 오늘날 젊은이들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젊은이들은 여전히 부조리한 세상과 거만한 기성세대에 절망하기 쉽고, 허세와 자기 포장이 먹혀드는 광경과 인간성이 무너져내리는 사건들이 곳곳에서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세계에서 어떤 이들은 기만적인 세상과 타협할지, 아니면 아예 등을 돌려버릴지 극단적인 선택지 사이에서 방황하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 앞에서 누군가는 믿음에 대해, 삶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고 묻는다. 그 질문에 대해 『프래니와 주이』는 비관할 거리들이 넘쳐나는 이 세상에서 스스로를 지켜내는 길은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끝없는 여정에 두려움 없이 나서는 데에 있다고 답한다.

 

 

목공 소녀

이 시대 소녀들에 대한 박정윤 작가의 관심은 집요하다. 표제작인 '목공 소녀' 외에도 '초능력 소녀'와 '트레일러 소녀' 등 소녀를 직접적으로 작품의 제목으로 두고 있으며, 다른 소설 대부분도 소녀에 관해 서슴없이 이야기하고 있다. 상처받고, 유린당하고, 버림받은 소녀들. 그들이 바로 이 시대의 소녀상이다. 결국 그녀들은 선택했다. 외부에 의해 육체적 공포와 폭력을 경험하게 된 소녀들은 여인이 아닌 소녀를 택한다. 생존을 위해 소녀의 가면을 쓰는 것이다.

 

 

 

 

 

 

페르난두 페소아의 마지막 사흘


l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인문 서가에 꽂힌 작가들 - 안토니오 타부키 선집 7권. 페소아 연구자이자 창작가로서 타부키가 그려낸 페소아의 환상적 초상. 1994년에 나온 이 책은 타부키가, 1935년 페소아가 죽기 전 사흘을 상상하며 환상적으로 풀어낸 전기적 픽션이다. 다시 말해 페소아를 위한 문학적 초혼제이자, 타부키식의 오마주인 셈이다.

 

 

 

 

 

 

 

 

버드 박스

보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돌로 변하게 하는 메두사와 같이, 《버드 박스》에서 미지의 ‘그것’을 본 모든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 채 살육을 저지른다. 한편 작가는 주인공 맬로리의 과거와 현재, 즉 ‘그것’이 막 세상을 위협하기 시작한 4년 전과, 살아남기 위해 두 아이를 혹독하게 훈육하는 현재의 맬로리를 교차적으로 보여줌으로써 평범한 여성이 누구보다 강한 존재, 어머니가 되는 순간을 극한 상황을 통해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l 블랙펜 클럽 34

세부 전공이 각기 다른 역사학자 여덟 명의 감수를 거쳤다는 사실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질 만큼 다채롭고 풍부한 사실史實들이 곳곳에서 『거인들의 몰락』을 탄탄하게 뒷받침한다. 참혹한 전쟁을 몸소 겪어내고 새로운 세상을 꿈꾸는 광부, 시대의 변화를 감지하지 못하는 안이한 귀족, 계급적 특권에 안주하지 않고 사회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여성, 폭압적인 전제정치를 피해 자유의 땅으로 가는 이민자, 힘들여 쓰러뜨린 구체제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변해가는 혁명정부에 환멸을 느끼는 혁명가 등, 제각기 다른 이상을 품은 각계각층의 인물과 구체적으로 제시되는 그들 각자의 생생한 생활상은 독자를 순식간에 백 년 전으로 데려다놓는다. 솜 강 전투, 마른 강 전투 같은 1차 세계대전의 주요 전투 장면에서는 독가스나 기관총 등 당시 새롭게 부상하던 무기, 무능한 상관들의 잘못된 판단과 끔찍한 참호 생활로 허망하게 죽어간 병사들의 운명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고스란히 재현된다.

 

 

마이너리티 리포트

- 필립 K. 딕 단편집

핵전쟁의 위협과 매카시즘 광풍에 시달리며 불안해하던 1950년대 미국 사회의 모습을 강렬하게 묘사한다. 「수호자」에서는 핵전쟁으로 파괴된 지상에서 떠나 지하로 숨어 들어간 사람들과 파괴된 지구를 재생시키는 선량한 로봇 문명을 대비시키고, 「변수 인간」에서는 전쟁 수행을 다른 모든 일에 우선시하며 이를 빌미로 권력을 독점하려는 인물 군상을 그려 냉전 시대의 군비 경쟁을 비판한다. 「사칭자」에서는 외계의 존재에 대한 공포로 우왕좌왕하는 사람들이란 설정으로 당시 미국에서 절정에 이르렀던 매카시즘의 횡포를 암시한다. 「포스터, 넌 죽었어!」에서는 정부가 방공호 마련과 공중 방어 시스템 구축 등 국방의 의무를 개인에게 지우면서 군산복합체와 결탁해 사람들을 공포로 조종한다. 당시 교외를 뒤덮기 시작하던 광고에 대한 혐오감을 극한까지 표출한 「자가 광고」, 미래를 예지하고 선택하는 무소불위의 존재가 자신의 사소한 이득만을 위해 행동하는 「독점 시장」은 자본주의의 병폐를 섬뜩하게 드러낸다. 로봇과 인간을 차별하는 사회를 통해 당시의 인종차별을 비꼬는 「제임스 P. 크로우」, 대중매체를 이용해 사람들을 조종하는 사회를 묘사한 「얀시의 허울」, 정부와 기업 사이에 끼여 힘없이 휘둘리는 처지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페이첵」 등 대부분의 단편이 당시 사회의 부조리를 비판하고 있다.

 

 

임화 시선 : 해협의 로맨티시즘


l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8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 8권. 1953년 8월 6일 '조선의 랭보' 임화가 미국 스파이라는 죄목으로 북한 정권에 의해 처형당한다. 한국 근대 문학사의 가장 논쟁적 인물인 임화는 월북 시인이자 문학평론가, 영화배우, 출판인, 그리고 혁명가였다. 임화가 조선프롤레타리아예술가동맹, 통칭 카프의 서기장으로서 프롤레타리아 문학과 계급혁명 운동을 주도했고, 월북한 후 바로 그곳에서 처형당한 탓에 1988년 해금 전까지 그의 문학적 성과는 크게 주목받지 못하였다.

아티초크는 임화의 극적인 삶과 문학적 성과를 재조명하고, 젊은 독자에게 '시인 임화'를 소개하고자 새로운 감각과 편집으로 <해협의 로맨티시즘>을 출간하였다. 이번 시선집은 '네거리의 순이', '우리 오빠와 화로', '해협의 로맨티시즘' 등 33편의 명시와 평론 '위대한 낭만적 정신' 및 임화와 주변 인물들의 생생한 사진 등 총 30점의 삽화, 그리고 상세하고 친절한 해설과 연보로 구성되었다.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릴케 시 여행


l 정현종 문학 에디션 1

‘꽃’의 시인 김춘수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던 라이너 마리아 릴케. 그는 20세기의 인상적 시인이자 독일의 뛰어난 서정 시인이다. 릴케에게 시를 쓴다는 것은 세계를 내면적으로 들여다보고 삶을 극복하는 하나의 예술이 된다. 철학적인 반성과 내적 세계의 감성을 마치 형상을 그려주는 듯한 아름다운 언어 안에 잡아둠으로써 릴케의 시는 불멸의 존재가 되었으며, 실재를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이상으로 가득 찬 유토피아적 공간을 창조한다. 고독한 개인만이 심오한 사물의 법칙 아래 놓인다고 생각했던 릴케는 ‘사물시’의 세계를 개척했고, 끊임없이 자신의 시를 회의하고 모색하면서 말년에는 명작 「오르페우스에게 부치는 소네트」와 「두이노의 비가」를 완성시켰다.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로르카 시 여행


l 정현종 문학 에디션 3

로르카의 시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두엔데(duende)이다. 두엔데는 로르카가 스페인 고유의 신비로운 힘이라고 강조하는 것이다. 위의 '기수의 노래'는 정현종 시인이 로르카의 시 중에서 두엔데가 가장 잘 드러나는 것으로 뽑은 대표적인 시이다. 음악, 문학, 춤, 미술 같은 예술은 물론, 그들에게 또 하나의 예술인 투우에서도 두엔데는 신비로운 힘을 불어 넣는다. 두엔데는 피 속에 녹아 있는 원초적인 힘이고 주술이며 시의 영감이다. 또한 천사와 뮤즈의 이미지와는 다른 어둠이며 검은 물, 즉 죽음의 세계이다. 정현종 시인은 두엔데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순간순간 죽음과 더불어 사는 영혼에게 생기는, 결코 길들지 않는 나머지 항상 날것인 채 있으면서 예술 창조에 새로운 국면을 여는 힘이며, 예술가의 영혼 속에서 운명과도 같이 강력히 작용”하는 신비한 힘이다. 로르카의 작품은 몇 편을 제외하면 모두 이 두엔데의 작용으로 탄생했다는 것이다.

 

 

정현종 시인의 사유 깃든 네루다 시 여행


l 정현종 문학 에디션 2

네루다는 체질적으로 도시와 맞지 않는 야성의 시인이다. 또한 평화를 사랑하고 존재의 기쁨을 노래하는 원시적인 시인이다. 그에게 시는 사랑이다. 꿈꾸는 것이다. 그가 사랑을 꿈꾸는 방식은 바로 자연스러운 본능과 감각의 목소리이다. 네루다는 어린 시절부터 칠레의 원시적인 정글을 드나들며 산 시인이다. 정글의 생물들이 시의 소재가 되기도 하였으나, 그의 온몸에 배어든 원시림은 그의 시인됨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정현종 시인은 말한다. 상상력의 분류와 언어의 생명력이 모두 정글에서 나온 것이다. 그래서 네루다의 시는 솔직하고 거침이 없다. 본능적으로 돌진하는 야성의 목소리이다. 그 목소리가 우리들의 잠자고 있던 야성을 건드리고 일깨운다. 마치 폭포처럼 쏟아지는 시 속에서 우리는 찬란한 감각과 생명이 숨 쉬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정현종 시인이 네루다에게 감탄하는 부분 역시 머리로 짜낸 퍼즐식 언어가 아니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비유들 때문이다.

 

법의학으로 보는 한국의 범죄 사건

- 한국 최초 법의학자 문국진이 들려주는 사건 현장 이야기 

오랜 세월 동안 잊혀져왔던 한국의 법의학 드라마를 오늘날 다시금 살려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되었다. 20여 년 전 《새튼이》와 《지상아 1, 2》에 실린 이야기들 중 오늘날에도 의미 있을 법한 꼭지들을 세심하게 간추려 한 권의 새로운 책으로 재탄생시켰다. 문국진 박사와 수차례의 논의를 하며 법의학적인 시사점은 물론이고, 그 당시 한국 사회를 잘 보여줄 수 있는 글들을 두루 선정했다.

또한 현대적인 글맛을 살려 글을 리라이팅하는 한편, 감각적인 일러스트를 가미해 오늘날의 독자들이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를 통해 한국 토양에서 자라난 법의학의 귀한 이야기들을 되살려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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