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기봉의 도시산책

특별히 ‘서울의 일상’이라는 키워드에 초점을 맞춰 범위를 더 넓힌다. 서울이라는 도시의 일상에서 발견할 수 있는, 그러면서도 무심코 지나치기 쉬운 다채로운 모습들을 95꼭지에 담아낸 것이다. 이 글들을 읽다 보면 서울이 얼마나 깊이 있고 역동적이며 매력적인 도시인지 새삼 깨닫는다. 중요한 것은 95꼭지에서 담아낸 장소들이 단지 지나간 공간으로서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책을 통해 만나는 곳들은 지금의 우리가 존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주거나, 좋든 싫든 이 시대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거나, 또 앞으로 한국 사회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게 한다.

 

 

 

 

 

순간을 지배하라

오승환은 11살 때 운명처럼 야구를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로지 야구를 계속하기 위해, 최고의 선수가 되기 위해 걸어온 길을 과장 없이 담담하게 말해준다. 왜 야구를 시작했는지, 뛰어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역경을 돌파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로 뛰기 위한 자기 관리와 마인드컨트롤, 그리고 해외무대에 진출하기 위한 준비 등 오승환이 그간 해온 노력의 순간이 모두 담겨 있다.

 

 

 

 

 

 

도시의 나무 산책기

인간과 나무가 교감하는 순간의 진한 감동을 전하며 ‘나무 대변인’으로 살아왔던 그가 이제 도시 한가운데 살고 있는 나무 산책에 나섰다. 빌딩 숲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공원이나 광장에서, 빽빽한 주택가에서, 8차선 대로변에서, 학교와 관공서에서 고락을 같이한 나무들을 한 그루 한 그루 불러내었다. 도심의 조경수 개잎갈나무부터 순백의 꽃 옥매까지, 도시 속 대표적인 나무 38종의 생태와 일상생활에서의 쓰임은 물론 그에 얽힌 우리의 문화와 역사를 맛깔나게 들려준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지적 자양분을 바탕으로 생태적이고 문학적인 감성으로 써내려간 이 산책기에는 그간 전해오는 곁 이야기뿐만 아니라 흥미로운 지식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현장에서 찍은 120여 컷에 달하는 세밀한 사진과 각각의 나무에 관한 식물학적 표준 정보까지 별도로 수록해 풍부하고도 입체적인 나무 읽기를 제공한다.

저자는 “사람 사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나무가 있다. 그의 존재를 알아주든 말든 나무는 도시인들 곁에서 여느 숲에서와 마찬가지로 광합성도 하고, 미세먼지도 빨아들이며 싱그럽게 살고 있다”고 말한다.

 

 

뱀이 깨어나는 마을

『뱀이 깨어나는 마을』은 현대 영국 미스터리의 한 형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작품이다. 샤론 볼턴은 특히나 영국 고딕 미스터리의 계보를 잇는다는 평가를 받기도 하는데, 이 작품에서도 뱀이라는 소재와 종교적 상징을 통해 시종일관 음산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하고 있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뱀’은 단순히 사람들을 위협하거나 음침한 분위기를 만드는 존재가 아니다. 뱀이 이야기의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트라우마를 안고 있는 수의사 클래라 베닝이 뱀에 얽힌 수수께끼를 풀어 진상을 밝히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중심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볼턴은 주인공이 사건의 진상에 어떻게 접근하느냐보다 사건에 접근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인간관계와 심리 상태에 주목하기에 독자는 인물의 감정과 행동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우리 집에 갈래?

<우리 집에 갈래?>에 등장하는 마을 한쪽에는 상상의 세계로 가는 비밀 입구가 있습니다. 이 입구로 들어서면 무채색 집 사이로 난 단조로운 길이 아닌 아주 특별한 길을 지나 우리 집까지 갈 수 있어요. 자, 신나는 여행을 시작해볼까? 오늘의 모험은 더욱더 기대가 돼요. 외톨이 곰 인형 친구를 나의 모험에 초대했거든요.
모험을 시작한 아이의 눈앞에는 알록달록한 색으로 물든 상상의 길이 펼쳐집니다. 이 길은 지도 위에서도 찾을 수 없고, 오로지 아이의 상상이 만들어 낸 풍경입니다.

 

 

하워드 구달의 다시 쓰는 음악 이야기

이 책은 대중음악, 민속음악, 예술음악의 스타일을 오가며 4만여 년의 세월을 신나게 누비는데, 그 가운데에서도 ‘소리의 혁신’에 중점을 두고 있다. 기존의 음악 역사서와 달리 인지도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주목을 받아온 음악가들보다는 시대순으로 일어난 음악의 사운드 변화와 혁신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화음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악기들은 어떤 식으로 음악의 구성에 영향을 미쳤을까, 오케스트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춤곡은 서양음악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었을까, 녹음과 방송이 음악에 미친 영향은 무엇일까 등을 편안하게 이야기한다. 또한 작곡가들도 전기적 사실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보다는 음악적 혁명을 일으키고 변화를 이끈 이들을 중점적으로 다루었다. 리스트를 바그너만큼 중요하게 여기고, 브람스보다 비틀스에 할애한 페이지가 많은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또한 각 장에는 음악적 발전과정이 어떻게 어떤 음악에서 이루어졌는지 추천 음악 목록이 소개되어 있어 시대에 따른 음악적 변화와 혁신을 좀더 이해하기 쉽게 도움을 준다.

“BBC [음악 이야기] 시리즈를 제작하고 책을 쓰면서 나는 지구를 방문한 화성인에게 우리의 음악세계를 설명한다는 마음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자 했다. 여기서 내가 하려고 했던 일은 음악의 놀라운 이야기를 쓸데없이 불편하고 낡은 전문용어를 다 걷어내고 모든 음악 애호가가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는 것이었다. 나는 선사시대 선조들이 뼈로 만든 피리를 연주하기 시작한 이후로 얼마나 독창적이고 다양한 일들이 음악에 벌어졌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래픽 디자인 사용 설명서

132가지 키워드는 저자가 강연할 때마다 일상적으로 다루는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다. 디자이너이자 디자인 컨설턴트, 아트 디렉터로서 저자의 오랜 현장 경험과, 로열 컬리지 오브 아트 등에서 학생들을 지도하고 세계 곳곳에서 강연을 하면서 만난 디자인계 안팎의 다양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이다. 이 키워드들은 디자인 전공자와 실무 디자이너는 물론 클라이언트, 아트 디렉터 등 디자이너와 일하는 그래픽 디자인 유저들에게 복잡한 현대 그래픽 디자인의 세계를 낱낱이 살펴볼 수 있도록 안내한다. 또한 그래픽 디자인이라는 도구를 올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용 설명서 역할을 한다. ‘사전식 편집’의 틀을 활용한 이 책은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어디든 펼쳐서 읽도록 구성되어 있어서 책의 두께가 주는 중압감에 비해 가볍게 접근할 수 있다.

 

 

집시와 르네상스

이 책 『집시와 르네상스』(1999)는 부제 ‘피렌체에서 집시로 살아가기’가 말해주듯, 서양 문명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꽃피웠다고 알려진 메디치가의 도시 ‘피렌체’를 무대로, 그 외곽에 내쫓겨 살아가는 집시들을 취재한 르포 형식의 논쟁적 글이다. 생전에 늘 정치 현실에 민감하게 반응했던 참여지식인 타부키는 여기서 ‘집시’라고 통칭된 피렌체 유랑민 문제를 당시의 밀레니엄 화두로 선택해 집중 조명했다. 특히 이들 대부분은 1990년대 초 유고연방 해체 및 1998년 코소보 사태 이후 피렌체로 건너온 세르비아, 코소보, 마케도니아 난민들이다.
작가가 「메모」에서 이 글을 ‘르포르타주의 르포르타주’라고 밝혔듯, 미국 대학 소속 연구자로서 피렌체 집시 상황을 기록하기 위해 온 친구 류바와 동행한 현장들은 이 글의 모티프이자 사유 풍경이 된다. 두 사람은 피렌체 외곽에 설치된 올마텔로 수용소, 포데라초 수용소, 브로치-피아제 수용소 등을 방문하며 그 비참한 현장을 스케치하고 집시들을 인터뷰한다. 동시에 피렌체 시내에서 열리고 있는 막대한 돈이 투자된 화려한 전시회와 대규모 패션&영화 비엔날레 현장을 극명히 대비시킴으로써, 오늘날 자본주의가 초래한 역사 없는 도시의 상투성과 어긋난 정책 방향, 정치인들에 의해 값싼 선거공략으로 이용되는 과시용 ‘환대정책’의 실상, 시 당국과 한통속이 된 미디어의 속물성을 간결하고 명확하게 조명해낸다.

 

 

도시를 걷는 사회학자

현재까지 내 삶의 장소는 서울-파리-서울-파리-다시 서울로 요약된다. 나는 서울과 파리를 번갈아 오가며 살 팔자를 타고 태어난 사람인 모양이다. 어떻게 보면 나는 서울 생활에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파리 생활에도 안착하지 못하는 영원한 ‘떠돌이’다.
고향을 떠난 이방인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도 이방인일 수밖에 없다. 파리에서 서울을 떠올리던 나는 서울에 돌아와서는 파리를 떠올린다. 나는 완전한 서울 사람이 될 수 없고 온전한 파리 사람도 될 수 없는 영원한 이방인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낯선 곳에 살게 된 이방인은 자기도 모르게 일상의 인류학자가 된다.
이 책은 사라져버릴 것들, 아니 사라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다. 서울이라는 도시공간을 걸으며 부딪친 온갖 자잘하고 사소하고 하찮은 풍경들을 묘사함으로써 우리가 사는 도시와 그 속에서 벌어지는 삶을 다시 생각해보고 싶었다.
이 책에 실린 글로 쓴 풍경사진은 모든 것을 망각의 늪으로 쓸어넣어버리는 시간의 힘에 대한 힘겨운 저항이자 어딘가로 사라져버리고 말 것들을 기어이 붙잡아두려는 안타까운 시도라고 말할 수 있겠다. 여기에 실린 풍경사진 같은 글들은 이제 다시 쓰지 못할 글들이다. _본문에서

 

 

치아키의 해체 원인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토막살인을 소재로 한 9편의 연작 단편집이다. 6개의 상자에 토막 나 담긴 남자, 16초 만에 엘리베이터에서 토막 난 여자, 7개의 목이 순서대로 바뀌는 연쇄 토막살인, 34개로 잘게 토막 난 가정주부 등 다양한 방식의 토막살인 사건이 소재로 등장한다. 또한 실제 살인 사건뿐만 아니라 곰인형의 팔이 잘리는 사건, 포스터에 있는 광고 모델의 얼굴 부분이 잘리는 사건 등 다양한 형태의 사건이 포함되어 있다.

 

 

 

 

 

 

 

분홍 몬스터

몸이 온통 분홍색인 몬스터가 있습니다. 친구들은 모두 흰색인데 혼자만 분홍색입니다. 친구들은 모두 비슷한 몸집인데 혼자만 큽니다. 크기도 색깔도 다르니 항상 눈에 띕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도 큰 덩치 때문에 금방 떨어지고, 숨바꼭질을 해도 질 수밖에 없습니다. 친구들은 튀어나온 부리 때문에 웃지 못하지만 분홍 몬스터는 늘 혼자만 웃고 다닙니다.
하늘도, 구름도, 집도, 나무도 모두 하얀 곳에서 살아가는 분홍 몬스터는 늘 튀는 존재가 되는데, 마치 다양함을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인 우리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도 같습니다. 분홍 몬스터는 그 현실에 주저앉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꿈꿉니다. 그리고 어느 날 같은 색깔만이 가득한, 익숙한 공간을 버리고 새로운 세상을 떠납니다.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해서이지요. ‘지금,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용기를 내 길을 떠난 분홍 몬스터 앞에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요?

 

 

내가 살아갈 사람

시인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상 이상의 “농담 같은 일들이 끝없이 일어나는 세상”을 향해 ‘진실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거짓된 눈물의 역사’로 얼룩진 모순투성이의 현실을 냉철하게 꿰뚫어보는 치열한 의식이 담긴 시편들이 공감을 자아내는 한편, “잊지 말 것은 잊지 말자고” 다짐하며 “잊지 않기 위해 마지막까지 창작자로 살게 해달라고”(시인의 말) 기도하는 시인의 간절한 마음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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