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나, 부르군드의 공주 / 결혼식 / 오페레타

비톨트 곰브로비치는 폴란드 모더니즘의 거장이며 "고전적인 현대 작가"이다. 장편소설 『페르디두르케』와 『코스모스』로 널리 알려진 그는, 실은 폴란드의 20세기 가장 뛰어난 아방가르드 희곡작가 중 하나였으며, 그 희곡들은 곰브로비치 작품 세계의 중요한 근간이 된다. 그러나 정작 곰브로비치는 자기 작품의 공연조차 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에게 있어 희곡이란 바로 "읽는 희곡(레제드라마)"으로, 반드시 현실의 무대 위에 올려야만 하는, 즉 공연을 위한 대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희곡작품은 (연출을 배려하지 않은 부분이 많아) 감독에게는 도전의 대상이되 오히려 읽기에 적합하다. 곰브로비치의 희곡이 지속적으로 책으로 읽혀오며 수많은 해석을 낳게 된 이유다.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 걸작선

H. P. 러브크래프트와 로버트 E. 하워드와 함께 20세기 초 장르문학을 이끈 전설의 3인방이자, 레이 브래드버리, 할란 앨리슨, 프리츠 라이버 등 현대 장르문학을 일군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가 클라크 애슈턴 스미스의 작품집이 황금가지를 통해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시인으로 등단하여, 문인들로부터천재라는 칭송을 들었고 스미스는, 혹평가로 잘 알려진 앰브로즈 비어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러브크래프트와 교류하면서부터는 시 대신 단편소설을 집필하였고, 러브크래프트 특유의 코스믹 호러에 스미스의 시적 영감과 독창적인 상상력이 가미되며 ‘클래크 애슈턴 신화’라는 새 지평을 열었다.

 

 

 


(상)권에서는 유명한 마술사 해리 후디니를 비롯하여, 러브크래프트와 서신 등을 통해 오랫동안 함께 교류해 오고, 공동 작업을 했던 작가 7인과의 공저작이 수록되어 있다. 각기의 작가에 따라 러브크래프트와 전혀 다른 느낌의 결과물이 나왔고, 각 작품에 따라 공저자와 작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도 수록되어 있다. (하)권에서는 러브크래프트의 독창적 작품보다는 러브크래프트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끼친 당대의 인기작가들 작품들이 많이 구성되어 있다. 앰브로즈 비어스, 아서 매컨, 앨저는 블랙우드, 로드 던세이니, 윌리엄 호프 호지슨 등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으며, 앞권과 동일하게 각 작품과 작가에 대한 역자의 상세한 해석이 수록되어 있다.

 

 

이블 아이

“공허한 사람들은 기꺼이 타인에 소유되려 한다.
그것이 그들의 바람이다, 좀비처럼.”
보스턴 글로브

 폭력적인 세상의 압력과 폐색을 공포라는 확성장치로 이야기하는 작가, 조이스 캐럴 오츠의 2013년 작품 『이블 아이』는 ‘일그러진 사랑과 관계’를 주제로 써내려간 네 편의 중편이 실린 고딕풍 서스펜스 소설집이다.
1970년대 이후 매해 평균 두 편의 신작을 발표해온 미국의 거장 오츠는 『이블 아이』에서 한층 더 괴이한 스토리텔링으로 현대인이 가진 불치의 강박과 불안을 그린다.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환상적으로 비현실적이면서도 무섭게 익숙하다. 각 편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이블 아이(악마의 눈)’ 같은 존재의 남자에게 위로를 찾고 영혼을 기댄다. 그러나 강한 남자들은 약한 여자들을 지배하고 위협하고, 이내 여자들은 겁먹고 무기력해진다. 그러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예속을 원한다. 그들은 가해자와 피해자일까, 아니면 악의 공범자일까. 오츠는 대답한다. 인간은 “공포스러운 사건들을 겪으며 살지만 그 일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맏물 이야기

맏물이란 한 해의 맨 처음에 나는 과일, 푸성귀, 해산물 따위로 이것을 먹으면 수명이 늘어난다고 하여 길하게 여겨졌다. ‘맏물 이야기’는 초봄의 뱅어, 여름의 맏물 가다랑어, 가을의 감 등 각 계절의 식자재를 기이한 이야기에 버무린 미야베 미유키 수사물의 대표작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요리를 모두 실제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재미있지만,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서민들의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맏물에 있다는 설정이 흥미롭다. 이 소설은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와 더불어 NHK 드라마 〈모시치의 사건부〉로 제작되었다.


 

 

 

채플린의 풋라이트

미공개 육필원고, 150여 장의 희귀 사진들, 가족과 동료들의 생생한 증언, 오직 이 책에만 허락된 이 놀라운 자료들 외에도, 《채플린의 풋라이트》에는 집요하리만큼 성실하고 세밀한 데이비드 로빈슨의 복원 작업과 충직한 해설이 담겨 있다. 집필 원고의 수정 사항들, 모델이 된 실제 인물들, 영화 제작 기간 동안 때로는 채플린을 구원하고(처음으로 그에게 가장으로서의 기쁨을 선사한 우나 오닐과의 결혼생활, 오랜 전우 같은 스튜디오의 동료들, 영화 제작 그 자체), 때로는 그를 지옥에 빠트렸던(전 세계를 전쟁터로 밀어 넣은 전체주의와 만연한 물질만능주의, 매카시즘의 광풍) 생의 굴곡들을 되짚어나감으로써, 데이비드 로빈슨은 왜 이것이 채플린의 다른 이야기들과는 달리 시나리오 밑 작업을 위한 자료가 아닌 하나의 독립적인 소설로 먼저 태어났어야 하는지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 “수다하게 많은 생각과 감정의 덩어리들이 서서히 증류되어 두 시간의 소비자 제품으로 결정結晶되는 과정”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우리 독자들은 남겨진 영화만을 통해 마주했던 채플린이라는 거장이 진정 어떠한 존재였는지 실감하게 된다.

 

 

일러스트레이션 사전

마크 위건(Mark Wigan)의 『The Visual Dictionary of Illustration』(2009)을 번역한 이 책은 아르누보와 다다이즘, 일러스트레이션의 황금시대와 같은 역사적으로 중요한 예술운동의 이론적 측면에서부터 그라피티와 벽화, 포토몽타주 등의 실용적인 측면까지 일러스트레이션의 전통과 현대에 중요한 용어와 인명을 두루 포함하고 있다. 가나다 순으로 정리되어 있는 이 사전은 단순히 용어 설명에 그치지 않고 해당 이미지를 함께 수록하여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도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였으며 ‘함께보기’를 통해 여러 연관되어 있는 용어를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책의 뒷부분에는 일러스트레이션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게 연대표 형식으로 정리되어 있다. 찾아보기 또한 가나다순, ABC순으로 정리하여 용어 검색이 편리하도록 하였다.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

번아웃 증후군, 결정 장애 증후군, 스마일마스크 증후군, 파랑새 증후군 등등, 현대 사회에는 수많은 증후군들이 존재한다. 안개 공포증, 시간 공포증, 친척 공포증, 숫자 13공포증 등등, 공포증의 종류도 한두 개가 아니다. 심지어 미국 전체 인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일생 중 최소 한 번은 《정신 장애 진단 및 통계 매뉴얼DSM》이 제시하는 정신 장애 진단 기준을 충족시킨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도 있다. 이렇듯 현대 사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정신 질환들을 찾아내고 또 정의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세분화되고 또 넓어지고 있는 정신 질환 분류 체계에서, 어디에도 해당하지 않는 ‘정상’은 과연 존재하는 걸까? 정말로 우리 모두는 정신병 하나쯤은 갖고 사는, ‘비정상’인 걸까?
이 책 《정상과 비정상의 과학》(원제 : The other side of normal)은 비정상을 정의하기에만 바빴던 현대 정신의학과는 반대로, ‘정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기본(정상)에 대한 분명한 기준이 있어야 그것을 벗어난 것들(비정상)을 확실히 정의할 수 있을 테니, 새로운 정신 질환을 정의하고 그 범위를 넓히기 전에 정상에 대한 논의부터 마치자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이자 하버드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부교수인 조던 스몰러Jordan Smoller는 자신이 정상을 정의하려는 이유에 대해 “마음과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다루는 기본적인 지도가 없다면, 우리는 이상하고 기이하며 문제 있다고 판단되는 행동에만 전적으로 의존한 채, 정상과 비정상을 정의 내릴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저자는 이 책에서 ‘정상성’을 정의하기 위해 정신의학뿐만 아니라, 진화생물학, 신경과학, 유전학, 심리학, 그리고 사회문화적 영향까지 다양한 학문 분야를 총망라한다. 그 결과 이 책은 보다 깊이 있는 논의와 전문성을 갖추어, 정상과 비정상을 둘러싼 끝나지 않는 논의에 대한 중요한 한 수를 놓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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