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타는 평원

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


현대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디딤돌 역할을 해낸 후안 룰포의 유일한 단편집 『불타는 평원』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24번으로 출간되었다. 후안 룰포는 마르케스, 푸엔테스 등이 주도한 ‘붐 세대’보다 앞선 1940, 50년대에 라틴 아메리카 현대 소설의 토대를 마련한 멕시코 문단의 거장이다. 『불타는 평원』은 그가 처음 출판한, 그리고 그의 유일한 단편집으로, 정치적 변동과 산업화로 혼란스럽던 20세기 초반, 척박한 황무지에서 고단한 삶을 이어 가는 멕시코 민중의 삶을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지역성과 결합해 쓴 열일곱 편의 작품이 수록돼 있다. 룰포는 이 작품들을 통해 가난과 폭력, 고독과 죽음 앞에 선 인간들을 통해 고유한 멕시코의 이미지, 나아가 인간 존재의 보편적인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특히 그는 작품들 속에서 의식의 흐름 기법, 다층적인 시점, 과거와 현재의 혼재 같은 20세기 현대 문학사의 큰 특징이 되는 경향을 시대를 한발 앞서 다루었고, 그 기법은 이후 현대 작가들에게 모범이 되었다.

세상의 마지막 밤

l 민음사 모던 클래식 33


 『세상의 마지막 밤』은 우리 사회의 변방에 내몰린 자들이 꿈꾸는 복수, 남루한 이들끼리 보듬고 나누는 애착, 그리고 존재한다고 어렴풋이 믿기는 하지만 살아서 도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또 다른 세상을 찾아 떠나는 여행의 서사라고 볼 수 있다.
작가 스스로 “아주 솔직히 말한다면, 복수는 손바닥 이면으로 쓸어 내 버릴 수 있는 가벼운 감정이나 욕망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내면 아주 깊숙한 곳에 있는 더 근본적인 어떤 것”이기 때문에,
이 작품에는 복수의 피가 질펀하게 흐르지만 그 잔혹한 이미지들은 지옥과 이 세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사랑의 힘 앞에서 따스한 인류애로 둔갑하는 것이다.


어둠 비탈의 식인나무

l 미타라이 기요시 시리즈


사회파 미스터리에 힘을 기울였던 시마다 소지가 약 8년 만에 다시 미타라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본격 미스터리로 회귀한 작품이다. 에도 시대 처형장이었던 요코하마 어둠 비탈을 배경으로 그에 어울리는 기묘한 사건들이 연쇄적으로 펼쳐지고,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미타라이가 활약한다. 작품 전반에 흐르는 괴기스럽고 환상적인 분위기는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게 만들고, 가상의 범인에 대한 공포와 궁금증을 배가시켜 본격 미스터리의 맛을 더욱 살리고 있다.

 

네버 고 백

l 잭 리처 시리즈


리 차일드는 매 작품에 강도 높은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최고 권력 집단이라 할 수 있는 미군 고위 장성들이 국가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사사로운 이익과 쾌락만을 좇는 현실을 꼬집었다. 범법 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날 위기에 처하자 그들은 아무 연관도 없는 민간인 신분의 리처를 제물로 삼는다.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슷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약자는 권력 앞에 무력하고 권력자는 마음대로 세상을 휘두른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잭 리처가 필요하다. 그는 권력의 횡포에 굴하지 않고 강자 앞에서 더욱 강해진다. 독자들이 잭 리처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약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리처를 보며 우리는 대리만족을 느끼고 더 나은 세상을 꿈꾸게 된다. 바로 이것이야말로 잭 리처 시리즈가 우리에게 주는 진정한 즐거움이 아닐까.

 

메이드 인 공장

- 소설가 김중혁의 입체적인 공장 산책기


“우리는 비슷하게 살아가고 있으며, 모두 연결되어 있다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있으며, 서로가 서로의 부분을,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지구라는 거대한 공장에서 서로를 조립하고 있는 셈이다.” 이 책은 제지 공장부터 콘돔, 브래지어, 가방, 지구본, 도자기, 엘피, 피아노, 맥주 공장까지 15개의 다양한 공장에 대한 세심한 관찰기이며, 사람의 이야기이며, 물건들의 세계사다. 기억과 현재, 시간과 속도와 사람에 관한 김중혁 작가만의 느긋하고 다정하면서도 수다스러운 공장 탐방 산책 이야기가 펼쳐진다.


보다

- 김영하의 인사이트 아웃사이트


한동안 나는 망명정부의 라디오 채널 같은 존재로 살았다. 소설가가 원래 그런 직업이라고 믿었다. 국경 밖에서 가끔 전파를 송출해 나의 메시지를 전하면 그것으로 내 할 일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가을에 이르러 내 생각은 미묘하게 변했다. 제대로 메시지를 송출하기 위해서라도 내가 사는 사회 안으로 탐침을 깊숙이 찔러넣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보는 것, 듣는 것, 경험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하는 과정이 필요했다. _‘작가의 말’ 중에서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