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테보리 쌍쌍바

이 소설에는 주인공이 “재미도 없고 공평하지도 않은 이 세상”을 다르게 살아보기 위해 선수가 되어 일반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과정이 역동적으로 펼쳐져 있다. 그런데 그가 진지하게 몰두하는 승부란 사실 제3자, 즉 자기 계발 담론 사회의 ‘속물’들에게는 아무 의미도 없는 한심한 ‘잉여짓’일 뿐이다. 박상은 이러한 ‘잉여짓’을 의도적으로 진지하게 공들여 묘사해 어처구니없는 실소를 유발한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선수가 속물 되기에 패배한 잉여가 아니라 속물 되기를 ‘거부’한 ‘자발적 잉여’라는 사실이다. 그는 여느 잉여들과 달리 자기를 비하하지 않고 자기를 사랑한다. 그는 잉여가 됨으로써 오히려 진정한 자기의 삶을 산다. 박상은 이 “병신 같지만 멋있는” 선수의 삶을 병맛 코드의 스피드 메탈 사운드로 들려준다.


 

 

에코의 초상

관심의 대상과 표현 방식은 조금씩 달라져왔지만, 그 시선은 항상 자신 안에 웅성거리는 다른 ‘나’들에게 머물렀고 동시에 타인을 이해하기 위한 관심으로 벋어 나갔다. 이번 시집은 제목에서 의미하듯 자기 모습을 드러내지 못한 채 다른 사람의 마지막 말을 되풀이해야만 하는 ‘에코’의 운명을 시적 자아의 초상으로 받아들인다. 외부의 목소리가 되울려서 나의 몸과 말, 생각이 되는 경험을 통해, 화자는 타인의 불행을 ‘나’의 일로 겪어내며 한 그루 덤불을 껴안고 활활 타오른다.

 

 

 

 

 

 

 

 

디저트 월드

배경이 어디고 등장인물이 누구든, 그의 소설에서는 늘 현실과 환상이,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뒤섞인다. 무엇이고 어디이며 누구에 대한 이야기라고 딱 짚어 말할 수 없어 느껴지는 묘한 이질감에서 새롭고도 모호한 소설적 시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디저트 월드』는 2013년 가을부터 2014년 초겨울까지 두 계절에 걸쳐 문학과지성사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작품을 묶어낸 연작 장편소설이다. ‘몽블랑, 당근케이크, 마카롱, 자허토르테, 오렌지쿠키, 레드벨벳컵케이크, 라즈베리타르트’라 이름 붙은 일곱 편의 달콤하고 싸한 이야기들에서 그동안 김이환이 구축해온 흥미로운 상상력, 이야기의 본령에 대한 재능이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언어적 표현의 한계를 넘는 ‘음악’이라는 또 다른 장치
 이 소설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은 바로 ‘음악’이라는 매개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음악’은 주인공 류의 결정적인 장면마다 등장해서, 작품의 분위기를 좀더 풍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이 소설이 단순히 ‘청춘의 한 때’를 묘사하는 것을 떠나 언어적 표현으로 담을 수 없는 한계까지 표현하고자 하는 작가의 치밀함을 읽을 수 있다.
‘도어스’, ‘롤링 스톤스’, ‘바 케이스’, ‘말 왈드론’, ‘루이스 본파’, ‘제임스 브라운’, ‘찰스 밍거스’, ‘레드 제플린’, ‘재니스 조플린’, ‘핑크 플로이드’, ‘버즈the byrds’, ‘밴 모리슨’ 등 한 시절을 풍미한 엄청난 음악의 향연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특히 ‘루이스 본파’의 늘어진 삼바, <흑인 오르페>와 아프리카 리듬을 담은 <오시비사>는, 주인공 류의 정신적인 피폐함을 보여주는 광란의 파티 현장을 마치 영화 속의 한 장면들을 떠올리듯, 진한 감정을 전달하는 중요한 매개로 작용한다.
: 책을 가지고 있으니, 눈요기로. 표지, 정말 예쁘게 나온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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