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9, 종합 리스트.]
70년대에 시단에 나온만큼 시인의 시에는 그 시대의 암울함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폭력과 억압이 만연하고 투쟁과 죽음이 일상화된 희망이 보이지 않는 사회에서 시인은 늘 밤길을 걷는 듯한 막막함을 느낀다. '야행기' 연작으로 대표되는 이러한 '밤'의 정서는 시인의 시가 태동한 근원적인 지점이라 할 수 있다.
힘겹고 외로운 삶 속에서, 끝없이 잉태되는 사회의 여러 모순을 바라보며 시인은 깊은 외로움과 절망을 느낀다. 시집 전반에 걸쳐 이러한 정서를 엿볼 수 있는바, 그럼에도 시인은 고독과 비애 속에서 때로 어렵게 아름다움을 길어올린다. '오래 들여다본다'라는 표제는 그런 의미에서 시와 세계를 대하는 시인의 참다운 태도를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시집은 총 3부로 구성되었다.
<작가, 도서관에 가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도서관협회가 야심차게 준비한 문학 부흥 프로젝트의 결정체!
대한민국 문학 부흥을 위해 문광부와 한도협이 발 벗고 나섰다. 조용히 창작활동을 하고 있는 재야 작가들과 기성 작가들을 불러 모아 꼭꼭 숨겨두기에 아까운 작품이 있다면 세상에 공개할 것을 요청한 것. 이에 응한 작가들이 유행이나 문학 파벌, 정치적 상황 등 시시콜콜한 세상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작품들을 흔쾌히 내놓았다. 이 책은 그러한 작품 가운데 단편 소설 6편을 한데 묶은 소설집이며「버릴 수 없는 것들의 목록」은 그 표제작이다. 각 이야기는 주제가 분명하게 드러나는 심플한 스토리라인을 가지고 있다. 생활 속 이야기인 듯 리얼리티를 갖춘 작품이 있는가 하면, 허구 속 이야기인 듯 드라마성이 뛰어난 작품도 있다. 커피 한 잔이 채 식기도 전에 읽을 수 있는 짧은 이야기 속에 스민 작가들의 독특한 세계관을 맘껏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은 행복에 관한 것이고, 이야기는 그렇지 않다. 행복이란 유리벽으로 보호된 정원이다. 그곳으로는 들어갈 수도, 나갈 수도 없다. 낙원에는 이야기가 없다. 그곳에는 여로가 없기 때문이다. 상실과 후회와 비참함과 열망이 굴곡진 길을 따라 이야기를 앞으로 나아가게 만든다.
스페인 현대 문학의 대표 작가 에두아르도 멘도사의 『사볼타 사건의 진실』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264)으로 출간되었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과 세계대전의 어두운 기운 속에서 마지막 탈출구로 시도된 1917년 스페인 총파업투쟁은, 총체적인 사회 부패와 함께 멍들어 가던 개인들의 위험한 욕망과 출구 없는 증오가 충돌하는 현장이었다. 이 작품은 그런 격동의 시대를 무대로 군수산업으로 급성장한 회사 사볼타의 노사 갈등, 그리고 그로 인해 벌어진 의문의 살인 사건을 긴박한 추리 형식으로 담아낸다.
역사의 물결에 휩쓸려 무너져 버린 꿈을 부활시키려고 아등바등하는 늙은 변호사, 그리고 그의 꼭두각시로 한 평생을 탕진한 젊은 사업가, 세상을 곁눈질만 하며 사는 무기력한 사무직 노동자, 생존을 위해서는 사랑도 배신할 수 있는 집시 여인 등, 서로 다른 계층과 출신의 사람들이 사라진 편지 한 장으로 시작된 비극에 여지없이 휘말려 가는 복잡다단한 미스터리 속에 비정한 역사의 소름끼치는 일면이 드러난다.프랑코 독재 정권 아래에서 검열에 짓눌린 문학이 현실과 점점 괴리되어 가던 시기, 추리소설 형식 속에 스페인 역사와 현실을 정교하게 새겨 넣은 이 작품은 명실 공히 스페인 문학사에 새로운 문학 지평을 펼쳐 보였다.
종래의 소설 형식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화자 시점이 일관되게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구술이 이어지다가 낙서를 그대로 읽어내려간 듯 쓰여진 이 작품은 형식에서마저 등장인물들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날것처럼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보는 주체와 보이는 대상이 서로의 자리를 자유롭게 오가기도 하고 가짜와 진짜가 갈등하는 듯 공존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 소설에서 전개되고 있는 이야기가 상자 안에서 내다본 바깥의 광경이 아니라 모두 상자 안쪽에 기록된 낙서가 된다. 그러므로 어떤 소속도 거부하는 상자인간은 현대 사회에서 끊임없이 탈락의 위협을 느끼는 현대인들의 어딘가에 소속되었다고 확신할 수 없는 불안감을 고도의 문학적 장치로 풀어낸 아베 고보의 실험작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