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4, 종합 리스트.]
절망하기도 하고 슬퍼하기도 하며 의문을 품기도 하고 외로워하기도 하는 진짜 ‘얼굴’이 그 거울에 비친 순간, 비로소 우리는 ‘하나의 눈동자’로 하늘을 바라볼 수 있는 일체의 시간을 되찾게 되는 것이다.
나의 7그램에
너의 7그램을 합해도
여전히 7그램인 곳
(……)
비로소 네가 너인 곳
내가 나인 곳
(……)
아무튼 그곳에서 만나
눈부시게
캄캄한
정오에
―「정오의 카페 7그램」에서
고통스러울지언정, 다시 사랑이다.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눈부시도록 캄캄한 정오, 그 기적과도 같이 행복한 절망의 시간을 그려 낸 시인은 어쩌면 우리의 삶과 우리의 갈망과 그 모든 어긋남에 대해 가장 결정적인 것을 밝히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야기문학, 특히 소설의 이론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들을 중심으로 해석의 실제를 보여주는 책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이야기의 이론과 해석』이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오랫동안 대학에서 문학과 문학교육에 대해 가르쳐온 최시한 교수(숙명여대)가 “소설을 소설답게 읽고 즐기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지은” 책이다. “무엇보다 소설에 관한 고정관념을 해체하고, 소설 자체를 합리적으로 체험함으로써 사고력과 감성적 능력을 기르는 데 이바지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저자는 작품을 해석하는 방법과 과정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한편, 교과서에 자주 실리는 작품들을 대상으로 삼아 이야기문학을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지 진지하게 성찰하고 있다.
『손바닥소설』이 다루고 있는 주제와 소재, 발상, 문체 등의 특징은 바로 가와바타 문학의 원점을 형성하고 있다고 할 만하다. 남녀 간의 미묘한 심리, 부부간의 애정 표현, 복잡한 인간 심리, 풍속적인 내용, 새와 짐승을 소재로 삼은 작품, 소년 소녀의 사랑, 자전적인 작품, 윤회사상, 일상과 이탈, 야성적 미에 대한 동경, 등 다채로운 내용들이 그 어느 소설보다 실험적인 기법으로 때로는 기괴하게, 때로는 환상적, 몽환적인 분위기를 띠며 곳곳에 매복되어 있다.
이야기 하나하나마다 사랑과 이별, 꿈, 고독, 죽음, 젊음과 늙음 등 어느 누구도 피해 갈 수 없는 삶의 한 갈피씩을 냉혹하고 적나라하게, 동시에 따스하고 유머러스하게 펼쳐 보이기도 한다, 고작 손바닥만 한 길이에.
모리 에토의 단편집. 작가는 시간 여행이나 우주여행처럼 누구나 상상만 해보았을 큰 꿈을 어이가 없을 만큼 사소하고 허무한 이야기와 결합해 그리는가 하면, 시식이나 물건 찾기 경주 같은 일상적인 소재들을 깜짝 놀랄 만큼 기상천외한 이야기로 포장하는 등, '여행'이라는 두 글자를 이리저리 비틀어 48개나 되는 세계를 창조해냈다. 특별한 이유로 여행을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각각 일러스트와 함께 담았다.
저자는 지치고 상처받은 영혼을 치료해주었던 추억의 도시, 파리로 10년만의 여행을 계획한다. 그 여행의 목표는 외롭고 힘들 때에도 항상 자신을 보듬어주는 고양이의 자취를 찾기 위해 또 다른 세계로 향하는 것. 고양이를 닮은 도시, 고양이를 위한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곳, 파리에서 고양이를 매개체로 인연을 맺은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골목, 서점, 미술관, 벼룩시장 등 파리 곳곳에 숨어있는 고양이들을 찾았다.
제4회 디지털작가상-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수상작. 양지현 작가의 데뷔작으로, 키워드는 제목 그대로 '기억'이다. 작가는 같은 날 비슷한 시간대에 발생한 동시 살인의 수수께끼를 용의자와 추적자의 이중시점에서 풀어 나가면서, 주요 등장인물들에게 저마다의 사연을 부여하여 드라마에 뚜렷한 음영을 넣었다.
여자들만 남고 남자들은 전설이 되어 버린 세계, 과거를 기억하는 것이 금지된 사회, 출처를 알 수 없는 농담의 발원지를 끝까지 추적하는 코미디언의 모험, 작가 자신의 개인사를 엿볼 수 있는 이야기까지, 17편의 기발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다.
일본 발간 당시 수많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작품 외적으로도 많은 화제가 되었던 이 작품은, 그 직설적인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세상의 모든 '속물'들을 위한 이른바 '속물 찬가'다. 거짓말을 일삼는 평론가 집단, 유치하고 위선적인 지식인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보도만을 내보내는 매스컴의 세태, 나아가 그런 말초적인 매스컴의 보도를 쫓아가는 무지한 대중에 대한 풍자와 촌철살인이 가득한 보기 드문 걸작 장편소설이다.
‘우현 고유섭 전집’은 지금까지 발표 출간되었던 고유섭의 글과 저서는 물론, 그 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미발표 유고, 그가 직접 그린 도면 및 스케치 자료, 그리고 연구를 위해 소장하던 미술사 관련 유적·유물의 사진 등, 명실공히 그가 남긴 모든 업적을 한데 모으는 데 역점을 두었으며, 더불어 원고의 정리와 도판 선별, 그리고 편집·디자인·장정 등 모든 면에서 완정본(完整本)이 되고, 또 본문의 국한문 병기(倂記), 어휘풀이, 연보 및 색인 작업 등 연구자들은 물론 일반인들도 접할 수 있도록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 꾸몄다.
<고려청자>는 고유섭 생전에 이루어진 최초이자 마지막 출판물인 책으로, 오랜 역사 동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미술품으로 여겨지던 고려청자에 관해 우리나라 학자가 쓴 체계적인 개론서이다. 청자란 무엇인가 하는 정의에서부터, 청자라는 명칭과 그 의미를 살피고, 청자의 종류와 변천과정, 요지와 출토지역에 관해 고찰한다.
예술은 상품이 되고 미적 가치가 화폐가치로 환산되어버린 오늘날의 미술시장에, 저자는 예술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 본연의 가치라고 말한다. 시대에 따라 예술은 변화하기 마련이지만, 미술사적으로 평가를 거친 작품이 잘 팔리는 것이 시장의 순기능이 잘 발휘되는 것이지, ‘다음 세대의 미술’이 그저 시장에서 잘 팔리는 미술이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내놓는다.
이 책의 저자인 히키타 사토시는 도쿄에서 살고 있는 평범한 샐러리맨으로, 왕복 24km 정도의 거리를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고 있는 일명 ‘자전거 쓰키니스트’이다. 이 책은 생활 자전거의 활용법부터 자전거를 선택하는 방법, 자전거 정비, 일본과 유럽의 자전거 문화, 그리고 자전거 사회의 현재와 미래까지. 삶을 즐겁고 풍요롭게 바꾸어 주는 행복한 자전거 생활을 위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이미 자전거 생활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전거 문화가 우리나라 보다 발달해 있는 일본이나 유럽의 자전거 문화에 대해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자동차상식들을 모은 책. 새 차 장만하기에서 시작해 중고차 사고팔기, 언제 어디를 돌봐줘야 차 건강에 좋은지, 그 작동원리와 상황별 운전 테크닉, 여성운전자들의 애환과 지켜야 할 수칙, 자동차보험을 십분 활용하는 요령, 내 차 꾸미기까지 운전자라면 알아둬야 할 내용들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