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28, 종합 리스트.]
| 원제 金洙暎 肉筆詩稿 全集
현대 문학사의 ‘거대한 뿌리’ 김수영 시인의 육필 원고를 영인한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이 민음사에서 출간되었다. 민음사에서는 그간 두 차례에 걸쳐(1981, 2003) 『김수영 전집』(시 177편 수록)을 발행한 바 있으나, 이번 책 『김수영 육필시고 전집』은 기존의 원고뿐 아니라 초고에서 시상 메모까지 현존하는 354편의 육필 시 원고를 모두 담은 새로운 정본이다. 오랜 시간 동안 시인의 육체적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원고지를 통해 시의 수정과 가필, 행갈이의 조정 과정 등 착상에서부터 최종 발표본에 이르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김수영 시인은 최근 우리나라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시인 중 하나이지만 그에 관한 자료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 책은 김수영 시인 연구의 초석이 될 방대한 자료를 제시함으로써 좀 더 폭넓은 연구의 가능성을 열었다.
창비시선 302
시인이 바라보는 세계는 여전히 부조리하고 불평등하다. 세계는 성(城)처럼 견고하나 그 내부는 가난이 그치지 않고, ‘어딘가에서 쫓겨난 사람들’이나 ‘가까스로 성주로부터 세간 한칸을 얻은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현대의 도시를 상징하는 이 성은 “실어증에 걸린 사람들과 미쳐서 말이 끊이지 않는 사람들”이 “아래윗집에서 배수구로 말을 통하는 곳”이다.(「가난한 성에서」) 이러한 시각이 배면에 깔린 문동만의 시는 그래서 치열한 삶의 현장을 더 실감나게 들려주며 따듯한 감동을 선사한다.
이 시대의 삶을 들여다보는 시인의 섬세한 눈길은 읽는이로 하여금 자연스럽게 그 풍경에 젖어들게 만든다.
‘직립의 뼈들’은 문동만의 존재론적 근거이자, 삶의 방식과 시적 지향성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직립의 뼈들’은 문동만의 시의 기저에 흐르는 윤리적 선택과 결행의지의 다른 이름인 것이다. 문동만은 비루한 생계와 일상을 적나라하게 이야기하면서도 속물성에 대한 강박적인 비판이나 자기합리화에 기울지 않는다. 노동의 모순과 정치·사회적 억압을 성토하면서도 애써 강인한 주장과 자세를 고수하지도 않는다. “아직은 저항의 나이”라고 문동만이 결심하듯 말할 때, 그의 소박하고 꾸밈없는 말에서 감지되는 것은 부드럽고 연약해 보이는 서정시의 파닥거림 같은 것이다. 그 파닥거림이 비상의 첫 단계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실물의 경험과 사유로 꽉 차 있는 문동만의 이번 시집은 우리를 비상의 가능성으로 다시 처음인 듯 설레게 한다.(김수이 「해설」 중에서)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표제작 「그네」는 시인의 성찰과 시적 감각이 얼마나 무르익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시이다. 설익은 비유와 언어를 버리고 자연스럽고 평범한 진술을 통해 이만큼 생생함과 시적 성취를 얻어내기란 아주 어려운 일이다. 주제를 적절하게 녹이는 능력, 시적 진술과 서정을 아름답고도 감동적으로 결합시키는 탁월함은 시인의 저력을 체감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힘을 빼고 시를 밀어나가는 자연스러움이야말로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이라는 진술을 더 값지게 빛나게 하는 것이다.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거나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라는 구절 앞에서 독자들은 누구나 시 안에서 그네를 타는 듯한 실물감을 느끼게 될 것이다. 흔들리는 그네를 타며 시인의 사유를 동시에 공감하게 하는 힘, 이것이 문동만 시가 가진 가장 큰 매력이다.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그 반동 그대로 앉는다
그 사람처럼 흔들린다
흔들리는 것의 중심은 흔들림
흔들림이야말로 결연한 사유의 진동
누군가 먼저 흔들렸으므로
만졌던 쇠줄조차 따뜻하다
별빛도 흔들리며 곧은 것이다. 여기 오는 동안
무한대의 굴절과 저항을 견디며
그렇게 흔들렸던 세월
흔들리며 발열하는 사랑
아직 누군가의 몸이 떠나지 않은 그네
누군가의 몸이 다시 앓을 그네
코끼리가 떴다
작가 김이은이 『마다가스카르 자살예방센터』 이후, 4년 만에 아홉 편의 단편을 묶어 두 번째 소설집 『코끼리가 떴다』를 내놓았다. 문학평론가 김윤식은 “상황을 장악하는 작가 김이은의 당당하고 힘 있는 목소리”에 주목했으며, 문학평론가 류보선은 “우리 시대의 상징 질서에서 배제된 기괴한 현상, 괴상망측한 인물들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켜 한편으로는 우리 시대의 상징 권력을 비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상징 권력을 넘어설 수 있는 구체적 가능성을 탐색해” 온 작가라고 김이은을 평한 바 있다.
그녀가 이번에는 사진과 글이 어우러진 독특한 소설집을 펴냈다. 이미지는 이제 텍스트의 일부가 되었고, 소설은 상상 그 이상으로 비상하고 발전하였다. 그녀는 『코끼리가 떴다』에서 “오늘날을 거대한 지각변동의 시대로 규정하고 그 안에서의 윤리를 문제적이고 야심만만하게 집중적으로 제시”(문학평론가 류보선)하며 “폐쇄된 골방의 환각보다 더 무섭고 그로테스크한 바깥세상의 현실”, “그 환상적 세계를 나약하고 무기력한 외톨이들의 심리를 묘파함으로써 ‘정상적’인 사회의 비정상성을 드러내는 ‘다른 리얼리티’, ‘다른 언어’의 층위를”(문학평론가 박진) 열어 보인다.
<경주남산> 초판 22년만에 스페인어판 출간
출판계의 살아 있는 전설 <경주남산>
22년 전인 1987년 <경주남산>을 출간했을 때, 이 책은 출판계의 엄청난 화젯거리였다. 당시 47세의 사진가 강운구(姜運求)가 사진을 찍고, 지금은 고인이 된 미술사학자 김원용(金元龍)이 서문을 쓰고, 국립중앙박물관 미술부장으로 있던 미술사학자 강우방(姜友邦)이 심도있는 논문을 썼으며, 40대의 북디자이너 정병규(鄭丙圭)가 디자인을 맡은 이 책은, 한국출판의 질적인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대형 프로젝트였고, 말 그대로 '출판계의 큰 사건'이었다. 특히 이 책의 출판을 위해 뜻을 모은 사진가 강운구, 출판인 이기웅(李起雄), 북디자이너 정병규, 이 세 사람을 당시 언론에서는 '사상 유례없는 팀'이라 평가했다.
우선 사진 촬영을 위해 1983년 9월부터 강운구는 4년 동안 40여 차례에 걸쳐 경주를 다녀왔고, 그 동안 200여 차례 남산을 오르내렸다. 열화당 대표 이기웅과 북디자이너 정병규도 여러 차례 동행했으며, 지금은 고인이 된 '마지막 신라인' 윤경렬이 몇 차례 손수 안내해 주곤 했다고 한다.
강운구가 이 책에 실린 150점의 사진을 건지기 위해 찍은 사진만도 8,000여 컷에 이른다.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인공조명을 거의 사용하지 않았는데, 강운구는 해가 가장 잘 드는 시간을 포착하기 위해 시간과의 고독한 싸움을 해야 했으며, 그것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추상적이고 의례적인 모임보다는 마음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자리를 꿈꾸는 스님의 마음이 전해진다. 형식화되어 가는 법회에 대한 스님의 아쉬움도 읽을 수 있다. 2,500년 전 부처님과 그 제자들이 모여서 주고받은 이야기가 경전으로 결집되어 오늘날까지 전해지고 있지만, 그들 경전 어디에도 부처님 혼자 설한 집회는 나오지 않는다. 항상 그곳에 모인 대중과 주고받으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갔던 것이다.
법정 스님의 법문을 보면, 비록 스님은 우리와 동떨어져 강원도 오두막에서 홀로 지내지만, 우리들 자신보다 현재 우리의 고민을 더 잘 알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오래될수록 편안한 벗처럼 늘 곁에 두고 있다가, 언제든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것이 법정 스님의 말씀이다. <일기일회>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삶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이 생길 때마다 펼쳐 들고 법정 스님과 깊은 내면의 대화를 나누는 기회를 제공한다.
홍대 앞은 인디 예술가들의 ‘집’이자 ‘길’이다
‘크라잉넛’에서 ‘장기하와 얼굴들’까지,
시인이며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인 성기완이 그리는
홍대 앞 인디문화 10년의 풍경. 그 살아 있는 몸짓과 스피릿
인디 뮤지션 성기완의 홍대 앞 문화 리믹스
시인, 밴드 ‘3호선버터플라이’의 기타리스트, 라디오 디제이, 영화음악가, 대중문화 평론가. 성기완을 따라다니는 말들의 스펙트럼은 이렇게 넓다. 시를 쓰고 음악을 만들고 공연을 하고 음악을 비롯한 대중문화에 관한 글을 쓰는 이 다채로운 움직임 속에서 그가 홍대 앞 새벽 세 시라는 시공간을 응시한다.
홍대 앞 새벽 세 시, 길 건너 주택가가 고요한 잠에 빠져 있을 시간이지만 홍대 앞은 잠들지 않는다. 이 시간은 클럽에서 몸을 흔들던 젊은이들이 슬슬 빠져나오는 시간이기도 하고, 술에 취한 사람들이 흔들리는 몸을 이끌고 쓰리고 허기진 속을 달래기 위해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는 시간이기도 하며, 아직 기운이 있는 청춘들은 또 다음 목적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기는 시간이기도 하다.
성기완은 이번 산문집 ≪홍대 앞 새벽 세 시≫에서 마치 테크노 DJ가 턴테이블로 판을 리믹스하듯 홍대 앞 인디 밴드들 이야기와 편의점 이야기, 음악 이야기와 물건 이야기를 뒤섞는다. 그의 이 ‘문화 리믹스’는 지적이고 날카로운가 하면 어느덧 시적인 은유로 가득하고, ‘바깥’에 존재하는 자의 자유로움과 위트가 시원스럽게 펼쳐지다가도 어느 순간 고독한 예술가의 뒷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의 글이 보여주는 다양한 표정과 색조가 이 ‘문화 리믹스’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다.
‘인디’라는 말이 나온 지도 이제 10여 년이 흘렀고, 인디 내부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고 있다. 성기완은 이제 인디도 더 이상 폐쇄적인 자기만족에 머물러 있을 수 없고, 스스로를 더 홍보하고 소수의 스펙트럼들을 다양화하면서 더욱 많은 사회적 노이즈를 생산할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규약을 거부하고 불살라버리는’ 부정의 정신이라는 진정성과 그것을 더욱 진솔하게 길어낼 미학적 다듬기까지 함께 고민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인디 예술가 성기완 역시 그 길을 함께 갈 것이다.
(일본어판)
책의 첫 부분에는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있는 한국의 문화유산들이 생생한 사진과 함께 독자들을 맞이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외국인들이 '한국' 하면 바로 떠올리는 친숙한 문화에서부터 그들이 잘 알지 못했던 흥미로운 풍습까지 자세히 소개되어 있다.
소설의 연구에서 구조주의와 소설 사회학의 방법론이 만날 수 있는 영역은 소설의 담론 층위에서이다. 소설의 담론(談論:언어)은 소설의 내용을 형상화하는 도구나 매재(媒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가 소설의 본질적인 요건이다.
소설의 언어를 담론의 차원에서 보고자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언어학적으로 규정되는 담론의 구조만을 문제 삼는 것으로는 문학현상(文學現象)의 본래적인 언어양상을 구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작품 개개의 독자성을 살리는 방향을 택하여 채만식 소설의 작품을 양식별로 검토하면서 작품론의 장처(長處)를 살피고자 하였다.
원제 The Adventures of Tom Sawyer
『톰 소여의 모험』은 모험과 낭만을, 그리고 꿈의 실현을 이야기한다. 톰의 모험을 따라가면서 아이들은 상상의 날개를 펼치고, 어른들은 추억의 날개를 펼친다. 바로 이 점이 겉보기에는 단순해도 실제로는 복잡한 이 소설의 가장 흥미로운 측면일 것이다. 마크 트웨인은 머리말에서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주로 어린 소년 소녀들을 즐겁게 해주기 위해 쓴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어른들로부터 외면받는 일은 없기를 바란다. 다 자란 어른들도 즐거운 마음으로 어렸을 때 자신의 모습이라든가 그 시절의 생각과 느낌과 이야기들을 떠올리고, 때때로 어떤 희한한 계획을 세웠던가 되돌아봤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아직도 『톰 소여의 모험』이 어린이용 책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크나큰 즐거움을 한 가지 잃어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막심 고리키 마지막 단편집
<대답 없는 사랑>은 고리키 자신의 자전적 체험이나 현실 묘사보다는 예술적 상상력과 구성력에 기대어 그전까지와는 다른 어조로 인간과 세계를 그려낸다. 오십이 넘은 나이의 고리키는 수많은 역사적 현장과 사상적 격류를 헤치고 나온 사람으로서, 진정으로 새롭고 인간적인 세계로의 접근을 시도한다. 자신이 걸어온 혁명적 삶과 인간 세계의 논리를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색다른 어조, 다른 세계! 이를 위해 그는 이제까지의 자신과 자신의 문학, 삶과 인간에 대한 자신의 태도와 사상적 입장을 완전히 혁신하고, 대담한 문학적 실험과 예술 그 자체로서의 소설 쓰기에 몰두한다.
수록작 중 '어떤 소설'은 화자와 서사 형식에 대한 작가의 복잡다단한 생각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작품을 전지적으로 서술하는 자이면서 자신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고, 때로는 자신의 견해를 가지고 소설 속의 논쟁에 끼어들기까지 한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 역시 스스로 ‘소설 밖으로’ 걸어 나와 스스로 자신을 완결시키고자 한다. 그리하여 이들 사이의 논쟁은 소설과 현실, 주인공과 독자에 대한 문제로서 소설 창작의 정체성에 대한 극단적인 자기 점검에 해당된다. 즉 소설 형식 자체에 대한 소설인 셈이다. 새로운 형식과 색다른 어조를 추구하던 고리키는 드디어 자신의 추구 자체를 소설의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우리는 '대답 없는 사랑'의 수록작들에서 작가가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주인공의 독립적인 생애와 내면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이전의 고리키 문학이 직접 체험에 기초한 사실적 구성에 주로 의지하는 작품이었고, 거기서 작가는 항상 일정한 평가적 관점을 유지하고 있으며 그 관점을 대변하는 주인공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 작품집의 여러 주인공들은 화자인 ‘나’의 생애와 의식으로부터 독립된 주체로서의 주인공들이다.
사회 곳곳에서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신종범죄가 기승을 부리는가 하면, ‘무차별살인’이라 할 만큼 아무런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사건도 일어나고 있다. 또한 범죄연령도 낮아지고 갈수록 범죄의 강도가 상상 이상으로 치닫고 있다. 이 모든 사건들은 과거라면 상상도 못했던 일이지만, 요즈음에는 심심치 않게 매스컴을 달군다. 그만큼 사회가 복잡해지고 갈등이 심화되면서 마치 사회적인 병리현상과 같은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사회현상을 날카롭게 포착하고, 이를 탁월한 솜씨로 풀어낸 미스터리 소설이 출간됐다. 현실적 소재, 독특한 캐릭터와 설정, 그리고 리얼한 상황묘사, 가슴이 절절할 만큼 정교한 심리묘사가 압권인 일명 ‘증후군 시리즈’가 바로 그것이다.
왜 많은 우리의 주인공들이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인생을 별로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 느끼는지, 왜 대충 살다가 대충 죽으면 그만이라고 여기는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 인생의 어느 부분, 어디까지가 젊음의, 자신의 영역이고, 어디까지가 아무도 통제할 수 없는 운명의 영역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젊음과 운명 그리고 인생 이 세 가지 변수들이 이루는 함수 관계는 누가 누구의 독립 변수이고, 누가 누구의 종속 변수인지 그 공식을 아무도 알지 못한다. 그리고 어쩌면 그렇기 때문에 인생이라는 것은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비록 ‘결국’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우리에게는 ‘젊음’이라는 엄청난 파워를 지닌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원제 Henry and June : A Journal of Love 1931~1932
◈ 『헨리와 준』, 외설을 넘어서는 솔직하고 순수한 문학의 정수
아나이스 닌은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일기작가로서, 그리고 성과 욕망에 대해 자유롭고 노골적으로 묘사하는 소설가로서 잘 알려져 있다. 『헨리와 준』은 그런 그녀의 대표적인 노골적인 성애(性愛) 소설이다. 그러나 이 작품을 단순히 성애 소설로만 생각할 수 없는 것은, 그 안에 인간의 다양하고 복잡한 욕망의 실체들이 다뤄지고, 그것이 작가 개인의 고유한 경험을 통해 가감 없이 솔직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일기라는 형식은 과감한 감정의 노출과 육체적 경험에 대한 노골적 묘사를 가능하게 한다. 어렵고 추상적인 비유법 대신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단어의 선택 또한 독자와의 거리를 최소한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또한 감각적인 표현은 소설을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늦추지 않게 한다. 그러나 이러한 외형적 특성이 이 소설의 전부가 아님은 그 외피가 감싸고 있는 내용의 깊이와 충실성으로 밝혀진다. 자신도 알 수 없는 감정과 욕망의 이끌림, 욕망의 다채로운 모습과 그것의 모순성, 과거와 미로처럼 엉켜 있는 욕망의 현재성, 사람들 사이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또 새로운 관계를 이끌어내는 감정의 역동성, 이 모든 심각한 주제들을 머리에서 가장 먼 손가락 마디마디의 움직임을 통해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도 지나쳐 버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이고 현재이고 과거이고 미래다. 때문에 이 책을 가장 현대적인 방식으로 삶과 몸과 마음을 묘사하는 가장 고전적인 소설로 평가할 수 있다.
선배 작가들을 향한 경의의 시선을 담뿍 담은 그의 신작 『달려라 메로스』는 일본의 유명한 근대문학 단편 다섯 편을 모리미 도미히코만의 색깔을 덧입혀 새롭게 해석해 쓴 책이다. 일본 근대문학의 대표작가라 꼽히는 나카지마 아쓰시,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다자이 오사무, 사카구치 안고, 모리 오가이의 단편소설이 모리미 특유의 유쾌하고 발랄한 이야기와 독특한 예스러운 문체로 변주되어 『달려라 메로스』로 새롭게 탄생하였다.
한국 수필문학의 거봉 금아 피천득의 <수필> 발간 33주년 기념 특별 개정판. 평이하고 일상적인 일들을 곱고 간결한 우리말로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삶에 있어서 아름다움의 기미와 기쁨의 계기를 더불어 느끼게 하는 피천득의 글들을 한 권의 책으로 엮었다.
閉鎖病棟
병원은 최후의 안식처가 아니야.
오랜 여행에 지친 새들이 쉬어가는 숲일 뿐이라네.
어느 정신병원을 무대로 그곳에 입원해 있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따뜻한 우정과 희망을 노래하는 소설. 등교거부로 정신병원에 통원하는 소녀 시마자키와 따뜻한 교류를 나누는 정신병 환자들. 그들은 모두 아픈 과거를 가지고 입원에 이르렀다.
전쟁에서 상처를 안고 돌아온 아버지를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른 어머니와 내연남, 그의 아이들을 발작적으로 죽이고 병원에 오게 된 히데마루, 정신박약아로 가족들의 따돌림에 분노해 집에 불을 지른 쇼하치와 말을 잃고 방에서 나오지 않게 된 그의 조카 게이고, 그리고 환청에 시달리다 아버지의 목을 조른 주야 등은 시마자키와 함께 소풍도 가고 서로를 돌보며 은은한 정을 키워간다.
그러나 약물 중독으로 살인을 저지르고 입원한 조직폭력배 시게무네의 검은 손이 시마자키에게 뻗쳐오면서 그들의 평화로운 삶에 서서히 균열이 찾아오는데…….
단 1년 후의 미래도, 돌아갈 집도 없는 환자들이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세상의 편견이라는 벽을 넘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는 모습들이 감동적인 필치로 묘사된다.
단순히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주인공의 캐릭터만 의식하는 게 아니라 경찰이라는 매력적인 직업이 갖고 있는 특수성과 그들만의 문화, 그리고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이라는 조직 안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세밀히 묘사함으로써 독자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을 충족시킨다. 그런 만큼 원작이 드라마나 영화로 이어져 또 다른 재미를 안겨주는 경우가 많다.
영화 속에 잔잔하게 스며 있는 재미와 감동의 클래식 명곡들!
아름다운 곡과 음악, 그 속에 녹아든 인생 이야기
이 책은 영화에 출연한 배우에 얽힌 뒷이야기나 OST에 얽힌 여러 사연 등 명작 영화에 대한 설명과 함께 그 속에서 빛을 발하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여러 에피소드를 소개한다. 독자는 영화와 클래식을 인생에 비유하는 저자의 코멘트를 통해 보석 같은 작품을 감상하는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다.
책에 수록된 영화를 다시 한 번 찾아보거나 영화 속에 나오는 클래식을 들으며 책을 읽는 것도 이 책을 즐기는 방법 중 하나다. 영화 속 음악에 친숙하지 못한 독자를 위해 본문에 수록된 음악을 직접 들을 수 있는 부록 CD도 수록돼 있다. 영화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에 매료되어 그 곡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나, 곡을 알지 못해도 영화를 감상하면서 클래식의 매력을 탐구하고자 하는 사람에게 흥미진진한 독서가 될 것이다.
: 서로 떼어놓을 수 없는 아이템. 연관 짓기는 (그 어떤 상황이 닥쳐도) 쭉쭉 이어질 듯하다. 슬그머니 웃음을 드리우며, 오늘도 몰입을 지속해 나간다.
이 책은 생활 속에서 건강을 찾고 산야에 즐비한 효과 좋은 다양한 약초들을 구별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실제 약용식물 사진들을 전초 사진으로 수록하였으며 채취 시기별로, 약용 부위별로 사진과 함께 해설을 함으로써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도록 하였다. 특히 등산 시나 약용식물 채취 시에 간편히 휴대하여 참고사전으로 쓰이도록 포켓판으로 만들어서 독자들의 편리를 더하였다.
: 아빠께 드릴 선물 아이템으로 최고에 가까울 듯! 자연에 관한 사전 시리즈라면, 무턱대고 솔깃해지고 만다. 딱히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다고 본다. 오히려 방방 뛰었을 정도로 꽤 흡족했던 기억이 여럿. 우선, 포켓판 사이즈라 활용도 면에서는 상당하다는 생각. 선명한 사진과 풍부한 해설이 넘쳐났으면 하는 개인적 바람이다. 소개해놓은 부분을 전적으로 다 믿고 싶다. (웃음)
초개체 생태학
꿀벌을 척추동물로 보려는 새로운 시각이 19세기에 나타났으며, 꿀벌 전체 개체군을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로 이해하려는 연구가 진행되었다. 미국의 생물학자 윌리엄 모튼 윌러는 개미 연구를 토대로 1911년부터 이러한 형태의 생명체를 ‘초개체(superorganism)’라고 명명하였다.
이 책은 최근 10년간의 연구 자료를 토대로, 먹이 수집과 의사소통, 유충 양육, 짝짓기, 벌집 건축, 벌통 온도 조절 등 꿀벌 생활 전반에 나타나는 초개체적인 모습을 소개한다. 대중 과학저술에 탁월한 위르겐 타우츠의 글과,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독일 꿀벌연구팀 BEEgroup의 정교하고 다채로운 사진들이 새로운 꿀벌의 세계를 만나는 경이로운 감동을 전달한다.
탐사한 박물관의 숨겨진 삶, 학문과 컬렉션의 비밀 세계, 모식 표본과 큐레이터, 바쁘게 돌아가는 분석기와 생물의학 연구 등에 관해서 아는 사람은 전혀 없을 것이라고 하면서 이 세계가 지금 위기에 처해 있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이제는 우리가 변할 때이다”라고 주장한다. 즉 우리에게 친숙한 동물과 식물이 점차 드물어지고 있고, 우림과 대양에 관해서 이제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은 과학자 특유의 엄밀한 전문적 학식을 바탕으로 위트와 문학적 감성이 반짝이는 문장력을 구사하는 저자의 저술이며, 과거에 대해서 저마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는 미지의 보물들의 숨겨진 세계에 관한 매혹적이며 애정 넘치는 기록이다.
볼프강 야콥센 등이 엮은 이 『독일영화사』(원제: Geschichte des deutschen Films)는 독일 영화의 역사에 관한 한 가장 권위 있는 저서로 평가받는 책이다. 책의 전반부에는 영화의 탄생 시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독일 영화의 역사가 연대기적으로 소개된다. 1890년대 영화가 발명되던 시기의 초기 역사, 독일 영화가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바이마르 공화국 시대의 영화, 그리고 ‘작가주의 영화’로 발전해가는 1945년 이후의 영화들을 비중 있게 소개하고, 아울러 나치 시대 영화와 망명 영화도 심도 있게 다룬다.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는 10년 단위로 하나의 장씩 할애되고, 특별히 동독 영화에 대해서도 별도의 장이 할애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후반부는 뉴 룩, 기록 영화와 실험 영화, 페미니즘, 영화 검열, 텔레비전과 영화 등 주제별 해설로 구성되어 있다.
『생각대로 되는 공공디자인』은 우리나라의 디자인 분야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는 <대한민국 디자인학교>의 양요나 교수가 핀란드에서 만난 세계 최고수준의 공공디자인에 대해 여행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낸 책이다. 책 전반에 걸쳐 핀란드의 건축, 공원, 박물관, 도로 등을 보고, 즐기고, 배울 수 있도록 촘촘한 구성과 함께 우리나라와 세계의 디자인 수준의 격차를 줄일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공공디자인은 벽에 그림을 그리고 거리를 정리하고 현대식 건축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많은 시간에 걸쳐 만들어지는’ 이미지(세상에 필요한 사물)를 준비하는 일이다. 준비 없이 만들기만 한다고 공공디자인이 되지는 않는다.
디자인은 관찰과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핀란드의 디자인은 오랜 시간을 통해 만들어진 만큼 우리의 것으로 해석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것은 당연하다. 아주 많은 시간의 고민을 하고서야 답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지나치는 사람이 아니라 관찰자다. 디자이너는 느끼고 관찰하는 것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더라도 다른 사람들보다 강한 느낌이 찾아오고 반사적으로 해석하게 된다.
디자인은 일시적이거나 경향이 아니다. 디자인은 ‘추세(Trend)’다. 추세는 어떤 현상이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여나가는 힘, 장기간에 걸친 성장·정체·후퇴를 나타내는 움직임이다. 디자인은 많은 시간 동안에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이다. 유행 또한 추세의 한 부분일 뿐이다. 디자이너는 유행이 아니라 추세를 따라야 한다.
형태와 커뮤니케이션의 원리
타이포그래피는 지난 수십 년간 끊임없이 변화해왔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효과적인 타이포그래픽 디자인 실습에 필요한 간결하면서도 포괄적인 지식을 제공하고자 한다. 이 책에 실린 형태와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지식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타이포그래픽 유산을 비롯해 글자꼴의 분석, 시각적 구성, 그리고 형태와 의미 간의 상관성 등 다양한 주제들을 총망라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가 대중화되어 가고 있을 때 힘들게 필름을 구해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있었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힘찬 소리와 함께 필름을 내뱉는 폴라로이드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다. 폴라로이드카메라는 제조업체로 유명한 폴라로이드사가 개발한 편광 플라스틱 인스턴트카메라이다. 폴라로이드사는 2008년 필름 공장들을 폐쇄함에 따라 더 이상 필름이 제작되지 않는다. 그 소식을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세계각지에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데, 3pp(3piece photographs)에서도 전시와 함께 사진집을 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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