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휘의 속삭임』 역시, 의식세계를 가득 채우고 있는 복잡한 의미의 거미줄을 걷어내고, 사물의 있음 그 자체, 움직임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시적 화자의 자세에 주목하게 된다. 시인은 이제 사물의 바깥에서 사물을 해석하고 그에 대한 복잡한 의미의 얼개를 부여하는 대신, 사물들과 한 몸으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한다.
:근원의 의미를 파헤치는 작업에 눈길을 모으고, 귀 기울이고 싶다. 시의 밑바닥에서 미미하게 출렁이는 움직임을 감지하며, 나의 껍데기에 알맹이를 가득 채우고 싶다. 정말, 말 그대로 [움직이는 시를 갈망]하기를 바란다.

대학 시절 실연의 아픔을 딛고 소설가가 되어, “써지지 않아 쓸 엄두가 안 났고, 그렇다고 스타크래프트만 하고 살 수는 없어 책만 들입다 읽던” 그는 이제 겹의 시선을 통해 울림이 풍부한 아이러니의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 설득력 있는 이야기 구성과 디테일, 시간성의 능란한 구사, 그리고 독자들을 피식거리게 하는 유머까지 겸비했다. 이 소설기계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을 독자가 있을까.
:그래, 정말 나처럼 그의 광팬이라면 사양하지 않고 단번에 덤벼들겠지. 너무 오래 기다렸어요, 웃음. 슬슬 나올 때가 되었는데, 하면서 친구랑 이야기를 주고받았다는. 질질 끌면, 흥미를 쉽게 잃는 약점이랄 수 있는(?) 성격 때문에 주로 단편을 읽고 써 왔던 2003~2005년까지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을 듯. 새로이 시도하는 연작단편에 몰두하면서, [겹의 시선]이 닿는 지점을 훑어낼 수 있을 듯. 두근두근하다.(웃음)

- 창비시선 293 
불온한 현실에 맞서는 가장 불온한 언어의 감동

독특한 신화적 상상력과 그로테스크한 감각을 무기로 토속적 세계와 현대의 기형적인 실존을 그리며 주목받아온 김근 시인의 두 번째 시집이 출간되었다. 힘 있는 리듬과 서정성을 갖춘 시인은 이번 시집에서 더욱 개성적이고 안정된 목소리로 말과 사물의 혼돈스러운 경계를 노래하며 가장 근원적이고 급진적인 길로 발을 내딛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첫 번째 시집에 매료되었기에 망설임 없이 바로 주문해놓고, 리스트 작성 중. 시집과 함께 전진하면서, 갖가지 공상을 곁들이며 유쾌할 수 있었다. 한껏 부풀었던 ‘리듬’을 가득 안고 ‘경계’를 서성이면서, 폴짝폴짝 뜀뛰기를 멈추지 않을 생각이다.

| 원제 あなたが、いなかった、あなた (2007)

어느 것 하나 비슷한 작품을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다양한 형식과 내용을 선보인 이 작품집에는, 공통적으로 의사소통의 단절과 현대인의 고독이라는 감정이 짙게 깔려 있다. 그것은 창작이라는 행위와 소설이라는 요소를 끊임없이 의식하고 고민하는 그의 작가다운 ‘장인정신’에서 기인하는 것일 터이다. 젊은 패기와 자신감에 더해 어느덧 데뷔 10주년이 가까워오는 작가로서의 노련함을 갖추기 시작한 히라노 게이치로의 앞으로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집이다.
:오랜만의 작품집. 그리고 이어지는 소설의 고민. 특정한 하나를 놓고, 여러 가지 요소가 함께 어울려 버무려진 다양한 결과물. 그 동안 밀린 책을 읽느라 주문을 삼갔는데, 이번에 이 책이랑 봐뒀던 몇몇 책이랑 모아서 한꺼번에 지를 생각. (웃음) 나는 거침없는 발걸음으로, 한계가 느껴지지 않는 시도를 보이는, 그가 너무나도 좋다.(취향이 밑바탕이 되었지만.)

| 원제 Михаил Шолохов 
숄로호프는 자신이 직접 보고 체험한 것, 무언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방식으로 이야기하고자 했다. 그의 단편들은 보통 액자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이야기가 작가-화자와는 다른 화자의 고백으로 진행된다. 이런 기법은 카자크의 생생하고 다채로운 구어체 방언을 그대로 살려, 이야기에 개성적이고 독특한 특색을 부여해 준다.
:많이 접하지 않았던 작가의 작품이 포함되어 너무 기쁘다. 새로운 모험을 시도할 수 있을 듯해 저절로 어깨가 으쓱거린다. 준비가 덜 된 상태로 휩쓸린다 해도, 다채로운 언어의 물결이라면 적극 환호하면서 함께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하기 싫겠지만 사랑이 없는 일상은 어딘가가 죽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에쿠니 가오리는 이렇게 당신을 응원한다. 사랑을 하는 순간 찾아오는, ‘지금까지 지니고 있던 이성과 도덕성이 무너져, 자신이 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하나의 작은 죽음과 ‘지금까지 몰랐던 자신이 반짝 눈을 뜨고 숨 쉬기 시작하는’ 재생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나는 ‘재생’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그렇다고 생각한다.) 물론,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재생이라 여기고 있고. 일서를 갖고 있어, 번역본을 당장에 살 지 안 살 지는 잘 모르겠다. 신간으로 깔리게 되면, 슬쩍 들춰보고 다시금 판단하게 되겠지. 소담에서 나오는 책은,(좋아하는 작가의 경우)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집게 되지만.

| 원제 Good Morning, Midnight 
『한밤이여, 안녕』은 분열되고 우울하며 심지어 초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매우 강력하다. 이 작품은 한밤에게, 어둠에게, 깊이를 알 수 없는 강과 같은 삶에게 아픈 아침 인사를 해야만 하는 주인공의 마음을 이해하고, 그것을 풀어보라는 동질감에 대한 리스의 도전 어린 질문이다. 인간을 이해하는 시작. 바로 이것이 이 소설이 갖는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초현실적이고 강력하다]에 확 꽂혔다. 세 출판사의 고전이 함께 쏟아져; 출간되어 살짝 당황했지만, 이내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는. 현재 읽고 있는 책을 덮는 대로, 같이 주문할까 싶다. 끝을 알 수 없게 연속 회전하는 영상을 볼 수 있을까. 어둠과, 깊이와, 분열과, 우울함이 끊이지 않기를 슬그머니 기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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