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죽음을 되돌아봄으로써 삶을 기억하고자 하는 취지에 읽어볼 수도 있다. 여기 남겨진 만시들은 모두 산 자가 쓴 것으로써 죽은 이의 행적 속에서 삶의 의미를 되짚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엮어 쓴 지은이는 글자 하나에 인생을 담는 고 농축된 시어들을 맛깔스럽게 풀어냈고, 시를 해설하는 것을 넘어 죽은 이와 살아남은 이의 생전 관계와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어 역사서로도 손색이 없다.
: [고 농축된 시어]라는 글귀를 보고, 우와 소리는 내지 않으며 입 모양만 만들었다. 매장에서 먼저 발견해 들춰보았는데, 슬쩍 봤음에도 딱히 나쁘다는 생각은 스치지 않았다. 동행이 자리를 비웠던 즈음에,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면 심심하기도 해서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책 저 책 손이 뻗었었는데, 이 책이 젤 인상에 남았다. 깊은 확인까지 하지 않았던 터라, 내일 다시 들러 살펴볼 계획. 아마 그 자리에서 당장 사지 못해 끙끙거릴지도. (=_=)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현재의 한국과 한국 사회를 재발견할 수 있다. 세계를 놀라게 할 결집력과 집중력을 가졌으면서도 공공의식이 결여되어 있고, 잘 살고자 하면서도 사회구조를 바꾸기보다 오히려 ‘학벌주의’ ‘영어열풍’ 등 잘못된 세태에 편승하고자 발버둥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우리의 모든 역사가 현재의 한국과 한국인을 만들었지만, 특히 개화기와 일제강점기의 생존 경험이 2008년 현재 한국 사회가 정상과 중앙을 향해 맹렬히 돌진하는 사회이자 공적 불신. 사적 신뢰로 대변되는 극도의 불안 사회, 각개약진 사회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호기심이 불쑥불쑥 튀어나와, 감당이 안 된다. 어서 소장해야지, 하며 소유욕의 덩어리가 점점 영역을 넓히고 있다. 동생의 공부에도 도움이 될 듯해 이중으로 불타오른. 다각도의 해석을 끌어올 수 있으면, 바라면서 주문할 계획을 세운다. 즉각 하지 못해, 아쉬움에 혀만 굴리고 있다. (=_=)

시인의 관심은 이 ‘야릇한 것’이 무엇인가를 밝히는 일보다 야릇한 감흥을 느끼는 공감각적 찰나의 경험에 기울어 있다. 고착화된 사전적 의미와 낡은 비유, 정답을 요구하는 질문지로 나와 타인, 세계를 바라보고 계몽하는 일은 이미 세계의 중심(에서 벌어지는 일)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평론가 권혁웅은 “언어와 대상이 일치하는, 대상을 가리키는 손가락이자 대상 자체인 그런 은유는 없다. 그런 일치는 지배 이데올로기와 다르지 않은 것이다. 시인이 제시하는 은유는 그 모든 모순들, 그 모든 간격들을 수용하는 은유”라고 말한다.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조금씩 젖어드는 일
내 안의 딱딱한 활자들이 젖어가며 점점 부드러워지게
점점 부풀어오르게
잠이 잠처럼 풀리고
집이 집만큼 커지고 바다가 바다처럼 깊어지는 일
내가 모르는 일들이 흘러와서
내 안의 붉은 물감 풀어놓고 흘러가는 일
그 물빛에 나도 잠시 따스해지는

그런 상상 속에서 물속에 있는 걸 잠시 잊어버리는 일 ―「물속에서」

: 중심에서 비켜가지만, 그렇다고 그게 중요한 것에서 벗어난다는 건 아니다.(라고 생각한다.) ‘간격들을 수용하는 은유’, 그 사이의 암호를 풀어 해법에 가까워지면서 ‘대상 자체’보다는 연관되어 있는 상징을 찾을 생각이다. 겹쳐지는 ‘찰나의 경험’에 풍성한 감각을 불어넣으며, 미리 주문해놓았다.(9월 5일쯤 택배 도착할 거라 한다. 두근두근 중.)

역사적이고 통시적인 폭넓은 시각을 가지면서도, 작품에 대한 정밀한 이해와 분석을 동시에 해내며 놀라운 비평적 균형 감각을 선보여온 중견 평론가 홍정선의 신작 비평집 <인문학으로서의 문학>(문학과지성사, 2008년)이 출간되었다. 양립하기 어려워 보이는 두 작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것은 그 저변에 치밀하고 정확한 독서와 도저한 인문학적 지식을 배경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인문학으로서의 문학>은 이러한 균형감각뿐만 아니라, 더욱 깊어진 사유와 이해 그리고 절제된 문장으로 독자들을 찾아갈 것이다.
: 연관된 관계 짓기가 좋다. 어느 것이든 이어져 있다는 믿음. ‘절제된 문장’안에 무수하게 펼쳐놓을 지식에 솔깃해진다. 무언가 배울 수 있는 수단에서 그칠 게 아닌, ‘사유와 이해’하기로 몰입하는 독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 원제 晩年 

『만년』은 의외라고 할 정도의 밝음과 화려함이 넘치는 청춘의 책이 되었다. 변화무쌍한 재능, 대담한 방법적 시도, 다각적인 자기표현으로 가득 차 있어서 다양한 가능성의 견본을 보는 듯하다. 청춘의 시기를 통과하면서 세상과 겪는 피할 수 없는 불화를, 세대를 뛰어넘는 보편적인 젊음의 언어로서 보여준 것이다.
: 뒤늦게 발견하고 리스트에 담는다. ‘가능성의 견본’이라는 소개 하나만으로, 주목을 끄는 것 같다. 곳곳에서 찾을 수 있을 ‘변화무쌍함’의 자취를 따라가는 것만으로 독서의 재미를 당겨올 수 있을 듯.

『이누가미 일족』은 요코미조 세이시의 대표작으로 세 번의 영화화, 다섯 번 드라마로 만들어지는 등 높은 인기를 자랑하는 작품이다. 이중 1976년에 거장 이치가와곤이 만든 영화는 그해 일본 흥행 순위 1위에 올랐으며, 폭발적인 요코미조 세이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 신간으로 뜨자마자, 바로 주문해버렸다. 그전의 시리즈가 좋았던 것도 한몫했고, 내용보다 먼저 확연히 들어찬 표지 디자인 덕분이기도.(?) 매장에서 확인하고 나서도, 별다른 후회를 느끼지 않았다. 내일 모레쯤 도착할 예정. 독서할 책이 살짝 밀려 있음에도, 무언가 소장할 거리가 생겼다는 건 으쓱으쓱 기분 좋은 일.(소유욕을 잠재운다는 건 역시 어려움이 따랐다.=_=) 책을 우선 접하고, 나중에 드라마도 접수해야지.

성도덕, 제도나 관습, 이데올로기, 성 심리나 문화, 성욕, 성적 정체성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통해 그동안 인류가 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경험해왔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독자들로 하여금 자신들이 품고 있는 갖가지 성 관념들이 사실은 역사적 전형을 갖고 있으며, 그것을 전면적으로 해부하고 비판할 수 있어야만 비로소 그 모든 관념들로부터 자유로운 새로운 성 의식을 창조할 수 있음을 명확하게 증명해줄 것이다.
: 명확한 증명 어쩌고는 빼고라도, [갖가지 관념], [다양한 스펙트럼]은 무시하기 어렵다. 생생한 이미지를 두고, 여러 가지 의문과 심리에 매스를 들이대 조각조각 자르며, 품었던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도록 단계별 접근을 시도해야겠다.

간단한 에피소드와 전기식으로 풀어낸 글과 원색 작품 사진을 통해 20세기 동서양 문화와 이념의 갈등, 민주와 독재, 문화 제국주의와 식민주의, 미술 제도권과 시장의 권력 문제 등 갖가지 모순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투쟁, 영합, 조작, 타협, 화해 등의 방법으로 살아남은 중국 당대 예술가 12인을 소개한다.
: 작품 사진이 다양하게 실렸으면 한다. 그림과 잘 어우러져 날것의 표현이었으면 한다. 손에서 파닥거리는 생생한 기운을 끌어올 수 있었으면 한다. 갖가지 생각을 풀어내면서, 리스트에 담는다.

 

 

 

 

 

 

 

 

 

:무작정 보관함에 집어넣었다가, 천천히 훑으며 참고도서로 분류해본다. 이 중 몇 가지는 소장할 가능성이 크고, 몇 가지는 도서관에서 빌려 깜짝 독서로 끝날지도 모르겠다. ‘사랑과 잔혹의 세계사’는 서평인 모집을 하던데, 댓글을 달아볼까 싶다가, 다음 주를 기다릴까 싶기도 하다. 갈팡질팡 중에 일단 보류. 

 

 

 

 

 

 

 

 

 

 

 

 

 

 

 

 

 

 

 

 

 

 

 

 

 

 

 

 

 

 

 

 

 

 

 

(영풍 매장에서 구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