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과 명상과 걷기를 좋아하는 장석주가 십여 년간 시골에서 몸소 실천하며 살아온 ‘느린 삶’의 넉넉한 여백을 담아 펴낸 신작 에세이.

:[새벽 예찬]과 같은 선에 겹치는 에세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새벽 예찬]리뷰는 거듭 읽은 후에 손을 대자고 한쪽에 조심스레 접어둔 중이다. 이 책을 사서 읽고, 비슷한 시기에 작성해볼까 싶기도. 저 세 키워드 중에 ‘걷기’는 나 또한 열광하는 것이다. 그 증거는 내 친구에게 물으면 곧바로 나올 듯-_-; 나머지 중, ‘침묵’은 때때로 시도하는 편이고, 내가 굴리는 것은 ‘명상’이 아닌 ‘망상’이나 ‘공상’에 가깝다고 할까.

언어에 대한 끊임없는 실험, 형식에 대한 철저한 부정으로 그는 한국 현대시의 가능성과 그 자장을 넓혀왔다.
시인의 무의식을 흐르는 시간의 기록은 하나의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사랑의 텍스트를 완성했다. 그리고 그 텍스트는 사랑의 소리들을 재배치하는 음악의 차원으로 흐른다.

앨범 제목을 ‘당신의 노래’라고 한 건 물론 시집 『당신의 텍스트』와 관련이 있다. 이 앨범과 시집 『당신의 텍스트』는 한 쌍이다. 노래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되새김질이다. 물의 회전 때문에 더 반복적인 밑자락이고 더 투명하고 쉬운 마음 그 자체고 시는 거기에 덧붙인 언어적인 찰흙들이다. 시가 나오는 수도꼭지가 노래고 노래는 사랑으로부터 온다. 당신에 관한 시와 노래는 사랑의 리듬을 지니고 있다.

: ‘당신의 텍스트’ 밑바닥을 긁어내고 있다. 고운 입자가 바람에 흩날려 동그라미 주위로 모여든다. 달칵거리자, 일순 머뭇거리는가 싶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끔찍하도록 아름다운’ 가락을 ‘되새김질’하고 있다. 나는 까딱까딱 데굴데굴 몸을 놀리며, 문의 퍼즐 조각을 더듬더듬 ‘재배치’하고 있다. 그러면서 호기심 만발 ‘실험’에 돌입한다. 

황학주 시인은 로마의 가슴과 아프리카의 영혼을 지닌 시인이다. 그의 청춘은 로마와 아프리카를 오가며 불타는 사랑과 성찰의 숲을 이루었다. 이 책은 그가 그 숲 속을 오가며 남긴 영혼의 발자국, 그 아름답고 고요한 문양이다. 아, 나도 죽기 전에 황학주 시인처럼 바닷물이 차오르는 베네치아 광장에 가서 물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가고 싶다. 아시시 올리브 숲길에서 성 프란체스코를 만나 인생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물어보고 싶다. 아프리카 아이들의 가난하지만 맑은 눈동자, 그 푸른 지구 같은 눈동자 속에 나를 헹구고 싶다.
- 정호승(시인)
:대개 신간 여행서적을 거듭 들추곤 하지만, 소장하게 되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책 디자인이나 편집이 좋아 옳거니 헤집으면, 정작 중요한 글이 (개인적 판단) 엉망이라는 이유로. 편집 면에서 다소 실망스럽긴 해도, 깊이를 간직한 사진과 맛깔스러운 글의 우위로 (그렇게 넘쳐나진 않지만) 시인들의 관련 책은 90% 구입하게 되는 것 같다. 간혹 책 자체가 아트 요소가 다분하다 느끼기도 한다. 그럴 때 싱글거리는 웃음은 빙글빙글 무한반복이 된다.

이 책은 다산 정약용(茶山 丁若鏞, 1762~1836)의 산문 선집이다. 다산 정약용은 우리 역사상 가장 광범한 영역에 걸쳐 가장 방대한 저술을 남긴 분이다. 저술의 범위는 문학, 철학, 정치, 경제, 역사, 지리, 과학, 의학 등에 걸쳐 있고, 그 양은 5백 권이 훨씬 넘는다. 이 선집은 다산의 인간됨과 사유를 좀 더 전면적으로 이해하는 데 목적이 있다. 그 사상의 비판성과 혁신성에 주목하되, 그의 내면성과 감수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들을 뽑았다. 학자나 사상가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자기 성찰적 존재로서의 다산에 주목했으며, 비판적 지식인으로서의 다산만이 아니라 진지하고 다정다감하며 고뇌하는 한 인간으로서의 다산에 주목했다.
:기다렸던 우리고전 100선 11번째 작품이 나왔다. 전적으로 믿는 출판사에, 두루두루 살피고도 갈증이 채워지지 않아 못내 궁금했던 분의 산문이니, 더 이상의 언급 없이 반드시 소장! ‘내면성과 감수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글’에 잠시 주춤했던 밑줄 긋기도 다시 시작할 듯하다.

[금오신화]는 우리나라 최초의 전기체 소설로, 초현실적이고 비현실적인 세계를 다루고 있다. ‘만복사저포기’, ‘이생규장전’, ‘취유부벽정기’ 등은 남녀 간의 자유로운 사랑을 주제로 하여 봉건적이고 유교적인 속박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남염부주지’, ‘용궁부연록’ 등은 용궁세계에 대한 묘사를 통해 작가 자신의 철학적 및 사회·정치적 이상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중*고등학교 때, 짤막하게 맛보기 식으로 시도했던 것을 이제 스스로 충실하다 생각하는 독서에 덤벼(?)드려 한다. 완벽하게 소화해내지 못하더라도, 그저 수능 위주로 얕은 지식을 구겨 넣고는 까불대던 자신이 한심스러워 그것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기를 바란다. 거듭 파고들며, 천천히 집어낸 덩어리가 커질 수 있기를.

서정시인 김영랑이 생전에 발표한 두 권의 시집<영랑시집>(1935년)과 <영랑시선>(1949년), 그리고 신문 잡지 등에 기고한 시들을 총망라한 시집. 시인이 선택한 시어들의 운율을 살렸으며 전라남도 특유의 입말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오늘의 맞춤법에 맞게 편집했다.
:교과서에서 접할 수 없었던 시까지 ‘총망라’했기에, 더욱 눈길이 간다. 고등학교 때 엄청 좋아하고 존경했던 시인들의 발자취 하나하나 천천히 음미하고 느끼고 함께 하며 시집을 소장하고 싶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계속되기를 바라며. 출판사가 별로라 마음에 걸린다. -_-; 좀 기다리면, 더 좋은 곳에서 펴내게 되려나?

19세기 영국 지배하의 말레이시아에서 ‘몸프라쳄의 호랑이들’이라 불리는 무적의 해적단을 이끄는 산도칸의 이야기. 말레이시아의 로빈 후드라 불리는 그가 포르투갈 출신의 모험가인 친구 야네스와 함께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는 모험 소설이다.
가슴 설레는 여행과 모험, 열정적이면서도 섬세한 사랑, 가슴 아픈 이별, 아슬아슬한 탈출 등이 숨 가쁘게 펼쳐진다. 정의롭고 호방한 해적 산도칸이 운명의 여인 마리안나를 만나는 이야기의 이 소설은 영웅에 대한 하나의 모델을 제공했다. 현재까지도 영화, TV 드라마 등으로 번안되고 있다.
: 번역본으로 늦게 만났지만, 지금이라도 접했으니 다행이랄까. 무턱대고 모험 소설에 혹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지만, ‘정의롭고 호방한’ 게다가 ‘종횡무진 활약’ ‘아슬아슬한 탈출’이라면, 두 번 세 번 거푸 읽어도 미묘하게 다른 느낌의 영상을 선사할 것 같다.
 
 
왼손잡이에 대한 역사적 인식, 왼손잡이가 되는 이유를 설명하고 29명의 역사인물을 통해 그들이 이룬 업적을 살피고, 왼손잡이들의 공통적 성격과 개인적 성격 등을 분석해냈다. 이를 통해 부정적 편견을 극복하고 역사를 이룬 그들의 삶을 소개한다.

:친구를 기다리면서, 신간코너에 있는 이 책을 들췄다. 잔 다르크와 겹쳐지는 성격을 확인하면서, 호오, 하고 소리를 냈다. 언젠가 왼손잡이에 관한 책을 몇 차례 서점에서 펼쳐봤는데, 어쩐 이유에서인지 소장하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에는 다를 듯하다. 꼭 살 것 같다고, 그런 예감을 한다.  


예술가의 방에서 예술을 만나다
예술은 상상에서 출발하지만, 그 상상은 시공간의 자장 안에 있습니다. 특히 미술처럼 물성物性이 강한 경우, 공간은 작품과 밀접한 관련을 가집니다. 고흐의 소박한 노란 방, 피카소의 창고 같은 넓은 작업실, … 각각의 공간은 그곳을 무대로 한 예술가들만큼이나 개성 넘치는 풍경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처한 장소에 따라 미술가의 상상도, 다루는 재료도, 작품의 크기도, 비트는 현실도, 현실에 반응하는 자세도 달라진다는 걸 알려줍니다.
:책을 들춰보지 않아, 책 소개 페이지로 대강 어림잡아 보관함에 넣어둔 상태다. 그리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라 본다. 특별한 에피소드에 갖가지 기발한 아이템과 풍경의 사진이 삽입되었으면 바라고 있다. 천천히 소장해야지. :)

작가 정우열의 페르소나인 만화 주인공 올드독은 [올드독의 영화노트]를 통해 영화에 대한 색다른 시선, 발랄한 탐구를 전한다. 만화의 칸을 배제한 자유로운 진행 형식이 편안하고 은근슬쩍 나타나는 철학적 사유도 즐겁다. 작가 특유의 유머와 통찰이 빛나는 이 예쁜 책에서 예순 네 편의 영화는 올드독식 영화 읽기로 새롭게 해석된다. 꼬물꼬물 만화로 표현된 감독과 배우들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오고 영화에 대한 탁월한 식견과 허를 찌르는 유머에 무릎을 치는 책, [올드독의 영화노트]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 와, 지르면서 바로 보관함에 이동시켰다. 표지만으로 웃음을 자아내게 만든다. 내용은 더욱 발랄하고 엉뚱하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꼬물꼬물 만화’ 지면에서 ‘칸’을 날린 다소 휘갈겼다 싶은 스케치를 더듬어 나가며 함께 해야지. 더위로 느슨해질 의식에 생생하고 활기 넘치는 에너지를 덧발라 풍성하게 부풀리며 채워야지.

원제 西日の町
『저녁놀 지는 마을』은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조금은 어려운 소설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마지막 장을 덮은 순간 모든 이야기들이 하나로 연결되어 더 큰 감동을 주는 소설이기도 하다.
『저녁놀 지는 마을』의 또 다른 장점은 설명 투의 문장 없이 등장인물의 마음의 움직임을 능숙하게 표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덕분에 등장인물들 사이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농밀한 관계를 독자는 사실감 있게 느낄 수 있다. 또한 곳곳에서 발견되는 그림책과 같이 선명한 시각적 표현 역시 이 소설의 매력을 한층 높여준다.
: 슬렁슬렁 읽히는 소설보다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야 하는’, 어쩌면 해체 작업을 거듭 시도해야 한 가닥의 실마리나마 건져낼 수 있을 소설 타입을 더 선호한다. 개인적 견해로 그런 소설은 특정 타이밍 혹은 찰나적 타이밍에 잡았을 때, 매회 각각의 귀퉁이에 다소 선명한 풍경을 새겨놓을 수 있다. 겹겹의 스케치는 덧칠 가능하고, 미묘한 삽입까지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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