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요’와 ‘울분’, 이 두 말을 오래 매만지며 읽었다. 옆구리에 넣은 손이 더듬는 갈비뼈처럼, 어떤 말들은 기호가 아니라 이처럼 단단한 실체이기도 한 것이다. 박진성의 적요는 급히 나르는 물지게 같아서 출렁이는 수위(水位)가 다 그대를 향해 있다. 그러다 마침내 종이에 내려앉은 물방울처럼 이토록 고운 흔적을 남기는 것이다. 울분도 그렇다. 아무도 미워하지 않으려 하는 자는 끝내 제 자신을 미워하지만, 제 자신마저 미워하지 않는 자의 울분은 이미 순연한 서정이다. 아, 이 시인이 벌써 이런 경지에 이르렀구나. 그를 읽는 내내 오래 아팠으나, 책을 덮고 나니 안팎이 다 환한 봄이었다. - 권혁웅 (시인)

무엇보다 이번 시집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시인의 흔적은 그러니까 ‘시’, 그 본래에 가 닿고 싶어 하는 시인의 꿈틀거림이다. 시인은 한창 시를 앓고 있다. 첫 시집은 처음이었으므로 앓을 여유나 필요조차 감지할 새가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로부터 한 발이 빠져나오고 보니 어럽쇼, 이거 사방팔방이 길 아니면 낭떠러지의 형국임을 알았을 것이다.

: 그의 첫 번째 시집을 접했던 시기는 작년이었다. 마지막에 닿은 순간, 겉잡을 길 없는 어지러움과 멍함에 제대로 기록조차 남기지 못했던 기억이 났다. 시집을 꽤 여러 가지 이른바 닥치는 대로(;)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는데, 몇몇은 현기증으로, 몇몇은 어이없음으로 리뷰를 의도적으로(-_-)남기지 않는 시집이 여럿 된다. 전자는 후한 점수에 가깝고, 후자는 밑바닥 점수라고 할 수 있겠다. 이번 시집도 읽은 지는 며칠 지났지만, 머릿속에서 차곡차곡 정리에 들어간 상태다. 잘 더듬고, 꼬임을 풀고, 밋밋함에 장식을 달아 감칠 맛 나는 리뷰를 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할 계획. 결과는 보장 못하겠지만. (-_-;)

그의 소설은, 그의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중얼거린다. 천천히 산책하듯 그 중얼거림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보면, 그 독백들은 작가 자신의 것이 되었다가 다시 소설 속 인물의 것이 되며 그것은 또 전혀 다른 누군가의 음성이 되기도 한다. 그것은 실제와 상상의 경계를 넘나들며, 시종일관 길고 얇은 생각의 끈을 따라가는 꿈속을 헤매듯, 두서없이 계속된다. 때문에 그의 소설을 읽을 때는, 정색을 하고 텍스트에 집중하기보다는, 오히려 적당하게 긴장을 풀고, 라디오를 듣듯 그의 음성에 의식을 맡겨두어야 한다. 작가와 소설 속 인물들의 의식의 흐름에 내 것을 맡겨두고 있다 보면 얼핏 끊임없이 되풀이되기만 하는 듯 보이던 그의 언어들은 크고 작은 변주를 거듭하며 새로운 의미를 낳는다. 처음에 분명하던 것들은 희미해지고, 모호하던 의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것이다.

: 매장에서 책을 집어 들었을 때는, [악기들의 도서관]처럼 조금 더 작은 사이즈가 아님에 다소 실망했다. 아주 문고본은 아닐지라도 보통 책보다 간편하게 나오기를 바랐었는데. 어쨌든. 밑바탕에 깔린 어둠의 미로는 여전했다. 2002~2003년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다른 차원의 문이라던가, 연쇄 소용돌이 함정에 빠진 기분을 만끽할 수 있을 듯 그런 예감이 들었다. 원래 텍스트 자체보다는 영상하기를, 살짝 제멋대로의 이미지를 덧씌워 부풀리기를 즐기는 터라, 귓가에 음악을 가져와 휘파람이나 허밍을 넣으며, 함께할 수 있을 느낌.

: 다양한 소재, 다양한 구성, 다양한 각도로 초점을 맞췄다 싶으면, 당연 레이더에 걸리게 되어 있다. (;)

 

 

 

 

상식의 밭을 갈아엎는 내공 깊은 상상력과 익살, 타고났다고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을 정도로 독보적이고 직설적인 블랙유머와 난센스로 가득한 이 단편들은 특히 작가가 스스로 선정 수록한 것들이기에 더욱 의미 있고, 특별한 재미를 선사하며 작가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SF적 상상력이 빛나는 작품에서 역사적 사건을 끌어와 다시 꾸민 폭소의 역작까지 그의 본령을 한 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 물만두님에게 thanks to를 하고 주문했다. 그저께 보관함에 담았다가, 어제 오프라인에서 슬쩍 들췄는데, 얼핏 보기만 해도 스릴 만점의 표현들이 풍성한 것 같았다. 낄낄거리며, 끼적거리며, 되짚으며 언제든 새로움을 만들어낼 수 있을 듯. ‘직설적인 블랙유머’, 엄지손가락 치켜세우기!

: 민음사 시리즈. 꾸준히 나오는 것에 웃어야 할 지, 울어야 할 지. (-_-) 미리 보관함에 담아두고, 몰아서 주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5월 한 달에는 다른 쪽으로 돈이 좀 들어가는 바람에 자제를 바짝 해야 했다. 몇 가지 당장 필요한 건 질렀지만.(;) 일단, 6월 초에 잡지랑 이것저것 함께 소장할 생각이다.

*[그물을 헤치고]는, 원서가 있던데, 디자인과 책 상태를 살펴보고 좋다 싶으면 원서 쪽을 생각해두고 있음.


2006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묵이 그리는 이스탄불과 추억에 관한 에세이. 흑백의 도시 이스탄불의 역사와 작가가 되기로 결심하기까지 개인사가 맞물려 펼쳐진다.
스웨덴 한림원도 “파묵은 고향인 이스탄불의 음울한 영혼을 탐색해 가는 과정에서 문화 간 충돌과 복잡함에 대한 새로운 상징을 발견했다.”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소설 『검은 책』이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오르한 파묵의 작품을 대표하는 허구의 텍스트라면, 이 책 『이스탄불』은 이스탄불에 대한 작가의 감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는 사실적이며 꾸밈없는 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이스탄불은 오르한 파묵의 심연이자 핵심, 바로 그 자신이다!

: 소설 ‘검은 책’을 읽으려다 말았는데, 이번 에세이는 좀 더 접근이 쉬울 듯. 좀 더 이끌리게 되는 건 [음울한, 충돌, 새로운 상징.] ‘사실적이고 꾸밈없는’텍스트 틈을 엿보며, ‘탐색’해 나가며, 자신만의 ‘허구의 텍스트’를 잔뜩 발견해내자. 

소설은 작가의 서술기법인 ‘가십 픽션’으로 서술된다. 소설은 작가가 창조한 새로운 소설문법으로 텍스트와 독자의 관계, 기존의 독법, 그리고 소설 자체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

: 스토리를 떠나서, [소설 자체에 대해 많은 질문을 던진다.]에 단 한 가지만으로, 반짝 빛냈던 책. 소설에 대해 평소 생각해온 것을 착착 떠올려 펼쳐놓고, 비교 탐구를 시작하며, 나름의 방식으로 책을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소장 여부에 관해서는 좀 더 이것저것 따져 결정해야 할 듯. 

미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의 아트 애니메이션의 거장들과 그들의 작품을 다룬 책. 대화를 통해 각본에서 스토리보드, 촬영과 편집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알아본다. 거장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제작상의 어려움, 그리고 애니메이션 제작 현장의 풍경도 엿볼 수 있다.

: 궁금증 해소용. 얕은 지식으로 담아놓았던, 저장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채울 수 있을 듯. 다양한 접근이 가능할 책.

 

: 빈티지, 펑키 디자인 아이템을 여러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 선을 더욱 쭉쭉 긋기 위한 용도로 들춰볼 책. 일단은 오프라인에서 펼쳐볼 계획.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동굴 벽화, 문자 점토판, 석상, 과학 기술로 재현해낸 당시의 모습, 발굴 현장, 미스터리의 발자취를 가늠해볼 수 있는 지도 등 무려 431장에 이르는 도판이 실려 있어 끊임없이 궁금증을 자아내는 미스터리들에 대해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것이다.

: [미스터리]분류에 해당하는 책은 일단 주목하고 본다. 발굴 현장, 발자취에 더 나아가 도판을 수록했다는 데 거침없이 열광. ‘인식의 지평을 넓혀줄 것’인지에 관해서는 아직 판단 유보지만, 궁금증의 그래프는 그 수치를 펑펑 올리고 있다. 선의 간격은 더욱 벌어졌다.

*<-미리 주문.

 

 

 

thanks to. 물만두님.

 

 

 

thanks to. 글샘님.

 

 

 

 

 

 

 

 

 

 

 

 

*음반.


 

 

 

 

 

 

 

 

 

 

 

 

 

 

 

 

 

 


 

 

 

 

 

[GIFT]*미리 주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L.SHIN 2008-05-23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깜짝이야...ㅡ..ㅡ;;;
서재 벽지에 그만 허거덩..ㅋㅋㅋ
잘 지내시죠? 이번 벽지는 전체적으로 퍼져 있어서 시원(?)해 보여 좋아요~^^
(늘~ 이 재미로 오는 외계인 -_-)

302moon 2008-05-25 22: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 벽지는 5월 7일에 만들어 이제껏 사용했죠. :) 오늘은 지겨운 감에 스륵 바꿨답니다. 근래 이미지 만들기를 제켜두었었는데, 이제 종종 다시 작업에 들어가려고요.(웃음)

L.SHIN 2008-05-2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이번 벽지 좋은데! (>_<) 갈수록 멋져지다니.
이런 식으로 나를 계속 놀러오게 만들려는 대단한 작전! (나도 그런 기술 있었으면..-_-)

302moon 2008-05-27 2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작전이 있었군요! 생각도 못했는데,
가르쳐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벽지로 홀리게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