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몸’과 ‘달의 입’을 빌려 부르는 도시의 비가
-“찰나의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그의 시집은 그가 그 자신으로서 존재하기 위해서 가까스로 긁어모아 내뱉은 그의 핏자국이다.” (허윤진 . 문학평론가)
: 알라딘 신간으로 만나기 전에, 교보에서 먼저 만났다. 나는 그저 표제가 마음에 들어 슬쩍 뺐는데, 솔깃할 타입의 느낌이 담긴 시어가 빼곡했다. 싱글싱글 웃으며, 나는 이 책 살 거라고 친구에게 넌지시 알렸다. 친구의 오오, 하는 조그만 감탄사를 귓가로 불러내며 괜히 으쓱거렸던. 그 당시에는 신간이라고는 생각을 안 했다. 그토록 빨리 대구의 서점에 진열이 될 줄 몰랐으니까. 내가 신간 코너를 꼼꼼히 챙기지 않았던가, 집에 와서 기억을 더듬어보기도 했지만. 어쨌든, 책이 모이는 대로 얼른 주문할 계획. 최초의 선명한 ‘핏자국’과 시간에 쓸려 희미하지만 아련한 ‘핏자국’을 모두 느껴볼 생각.

이 소설집은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녹음테이프입니다. 테이프 속에는 모두 여덟 곡의 노래가 녹음되어 있습니다. 저에겐 특별한 노래들입니다. 오래 전 친구의 생일선물로 만들던 녹음테이프가 기억납니다. 나만의 특별한 노래들을 모아 만들었던 녹음테이프도 생각납니다. LP나 CD를 재생시킨 후 카세트 데크의 빨간색 녹음버튼을 누르면 ‘실시간’으로 소리를 이동시킬 수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 소리를 붙잡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잘 모르겠습니다. 소리란, 그리고 음악이란 어디에서 만들어지고 어디로 사라지는 것일까요? 사라진 소리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것일까요? 이 녹음테이프 속에는 제가 이 년 동안 세상 여러 곳에서 붙잡아둔 소리가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는 저의 취향과 마음과 선택이 담겨 있습니다. 이제 여러분의 카세트 데크에 있는 파란색 플레이버튼을 눌러 제가 녹음한 소리를 들어봐 주십시오._‘작가의 말’ 전문

: 리뷰로 담아내지 못했지만(언젠가 기력을 다해 쏟아낼, 그 타격으로 한동안 흔들거리겠지만), 첫 단편집 [펭귄뉴스]를 퍽 유쾌하게, 진지하게, 저돌적이면서도 신중하게 접근한 기억이 있다. 동생이랑 나란히 좋아하는 작가 중 한 명에 속하는. 신간이 나온 걸 즉각 알려줬는데, 슬금슬금 좋아하는 눈치다.
세상에는 갖가지 소리가 존재한다. 꽤 조용하다 싶겠지만, 미미하게 진동과 전해지는 파동은 끊어지지 않으니까. 단절되지 않을 소리의 공간에서, 마이크에 불어넣을 호흡과 가락은 무수히 뻗어나가리라. 쭉쭉 코드를 형성한 나의 애정이 한계까지 닿을 그 기세로.
 

유리문 저쪽에서 보면 내가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리문 이쪽에서 보면 당신이 유리문 안에 갇혀 있다.
“아무리 좁은 세계라 하더라도 그 나름대로 사건은 일어난다. 그리고 그 자그마한 나와 넓은 세상 사이를 격리 시키고 있는 이 유리문 안으로 이따금 사람들이 들어온다.”

: 누구의, 누구나의 공간. 몇 겹의 문을 지나야 그의 ‘유리문’으로 통하는 길을, 아니 조그만 실마리를 잡을 것 같은 예감에 휩싸인다. 그는 섣부른 판단을 할 수 있을 장치도 제공해주지 않을 것 같다. 그렇지만 거기서 모험은 시작되는 것이다. 내가 의미를 붙이는, 화살표를 잔뜩 띄울 나만의 모험. ‘이따금 들어오는 사람’ 중에 나도 포함시키는 것이다. 
(지난 리스트에 끼웠어야 할 책.)

: 이 또한, 지난 리스트에 끼웠어야 할 책. 1권은 미리 주문해서, 오늘 택배 도착했다. 몇 페이지 훌훌 넘겼는데, 단번에 잘 샀다고 고개를 끄덕거리고 컴퓨터 앞에 앉았다. 느슨한, 흐늘흐늘한 상태에서 힘껏 기를 모을 수 있고, 잔뜩 긴장한 상태에서 흐물흐물 헐렁헐렁 해산물처럼 풀어질 수도 있을. 자유자재로 컨트롤하며, 뒤늦게 여행에 합류한 것이다.

:교보에서 일서를 발견하고 샀다. 그리고 좀 지나서, 알라딘에서 이 책을 보았는데, 덜컹하게도 '품절'이었다. 이미 일서를 샀기에 굳이 따로 소장하지 않아도 괜찮겠지만, 아쉬워지는 건 어쩔 수 없더라. 나중에 교보나 영풍을 샅샅이 뒤져 구경(;)이라도 해야겠다. 한국어판, 일어판, 영어판이 거의 동시에 출간되었음에 그냥 휙 흔적남기기.(웃음)

뉴욕은 매력 있는 친구다. 그 친구는 열정적이고 다이내믹하지만 너무 도도해서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가벼운 흥분이 인다. - 김아타

: ‘쉽게 마음을 열지 않기에’, 조심조심 접근하며 매력에 흠뻑 빠져들 수 있을 것 같다. ‘흥분’의 덩어리는 잔뜩 뭉쳐져, 동글동글하고도 번쩍번쩍한 막으로 감싸, 특정한 장소로 이끌어준다. 나는 둥실 날아다니며, 여기저기 휘둘러볼 수 있고, 잠시 사뿐 내려와, 이것저것 헤치며, 탐험을 시도할 수 있다.

모른다는 것은 부정적인 말이 아니다.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마그마가 언제 분출할지 모르는 것과 같다. 모른다는 것은 미래와 패러다임과 같은 말이다. 상상할 수 없이 다양한 얼굴을 가진 인도, 엄청난 에너지를 가진 마그마가 꿈틀거리듯 인도는 도대체가 그 깊이와 가치를 가늠할 수 없다.
: 그저 가만히 들여다보고, 귀를 기울이고, 손가락으로 살그머니 쓸다가 은근슬쩍 더듬어보는 이미지를 그려낸다. 모래 알갱이가 씁쓸하게 씹히는 것처럼 사락사락하는 소리가 귓가에 감겨드는 것 같다.

일상에서 우리가 스쳐갈 수 있는 사소한 순간들을 치밀하게 관찰하고 포착해내어, 정밀하게 묘사하는 작가의 실력이 뛰어나다. 사소한 감정, 작은 사물, 별것 아닌 소리, 희미한 불빛, 매일 보는 밤하늘과 도로, 이 소설을 통해 의미 있는 순간들로 태어난다.
:대학 이전,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제외하면, 가족여행이나 훌쩍 떠나는 여행을 시도조차 하지 못했을 때, 동네 구석구석을 정글처럼 탐험하며 뒤졌던 기억. 때때로 끄집어내 겹치기를 하곤 한다. 글을 읽으며, 여러 가지 느낌을 공처럼 뭉쳐 공중에 높이 띄웠다가 도로 받고 반복할 수 있을 듯.

제2차 세계 대전, 소비에트 혁명과 공산주의 이념의 확산, 스페인 내전 등 굴곡 많은 20세기를 살아 낸 작가 카잔차키스. 그는 한 곳으로 편향된 시각이 아닌, 신과 인간, 정신과 육체, 삶과 죽음이라는 상반된 요소들을 절충하고 융합하는 영적 자유의 추구를 통해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인간상을 구현했다.

: 꾸물거렸던 것을 반성하며, 늦은 리스트 작성. 현 상황에서는 당장 주문하기 곤란해서 입맛만 다실 뿐.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며, 장만할 생각. 멀리 뻗어나가는 다각도의 더듬이, 촉각을 곤두세워 여러 가지로 빠져들어야겠다.

 

 

 

 

(소장)

 

 

 

 

 

 

 

 

 

 

 

 

 

 

 

*음반

 

 

 

 

 

 

난감하다는 건 바로 이런 순간.
뭘 선택해야할 지(-_-;)

 

 

 

 

 

 

 

 

 

*밀렸던 상품들,
한꺼번에 올리고 나니,
순간 현기증이.
다시는 반복하지 말아야지,
하지만 앞날은 아무도 모르니.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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