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만화]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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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만화 - 그림쟁이 박재동이 사랑한, 세상의 모든 것들
박재동 글.그림 / 열림원 / 2008년 1월
평점 :
*반짝임이 가득한 계절.
*서평단 도서.
2월 28일 택배 도착, 29일 독서 완료.
저는 여러 개의 무수한 원이 겹쳐진 영역에 발을 딛고 있습니다. 그 장소엔 경계가 없고, 특정하게 구분 짓지 않는 시선이 가득했지요. 겹쳐진 부위에 발을 걸치고 있어도, 밀어내는 움직임이 없고, 거치적거리는 어떤 아이템조차 없었어요. 자유로웠습니다. 이 길 저 길 넘나들며 탐험을 떠났습니다. 후딱 해치울까 하다가, 드문드문 허상에 잠기기도 하고, 곰곰이 되짚어나가기도 했습니다. 보슬보슬한 강아지풀이 귓가를 간질이는 느낌도 받고, 뭉툭한 바위에 걸터앉아 하염없이 마당을 바라보는 기분을 가지기도 했습니다. 때때로 비가 주룩주룩 끊임없이 내리곤 해, 연못을 이룬 마당에 찰박찰박 장화를 신고 돌아다니며 조그맣게 접은 종이배를 퐁퐁 띄워놓고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소금쟁이, 물방개, 개구리 친구들을 불러 모으기도 하죠. 우리만의 작은 연주회를 시작합니다. 빙그레 웃음 지으면서 고여 있던 늪과도 같은 마음의 물을 멀리멀리 흘려보냅니다. 땅이 마르고, 하늘에 나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할 즈음, 자전거 앞 바구니에 책을 싣고(;) 질주를 합니다. 맑음과 비의 사이, 그 간격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덤벼드는 거죠.
누군가 들여다보면 한없이 사소한 것일 테지만, 세심한 관찰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환호성을 지르고 내내 달려갑니다. 선을 긋지 않고, 아이들의 장난을 즐기듯 통쾌합니다. 시원합니다. 와와, 나이도 잊고 어린 시절로 돌아가 마구 지르게 되었습니다. 웃음을 가득 공중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동네 할머니, 매미 소리, 너구리 콘서트, 코스모스, 뻥튀기, 옥수수 에피소드, …. 매미 소리가 쏟아지듯 매미 소나기가 내리는 그림과 꽃눈처럼 공중에 뜬 뻥튀기 그림이 특히 좋았습니다. 학교 운동장과 언덕을 채색했던 가득한 코스모스, 뻥튀기 소리에 놀라 울음을 곧잘 터뜨렸던 동네 친구, 매미의 연주가 없으면 여름이 아닌 것 같다고- 자동차의 클랙슨 소리에 비하면 매미와 귀뚜라미의 가락은 흥얼거림과 휘파람을 재생시킬 수 있다고 헤헤거렸던 나―. 돌돌 돌아가는 바람개비를 쥐고 붕 바람을 가르며 달려, 폐 깊숙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었습니다. 즐기며 새로이 몰두할 수 있어, 하며 중얼거리게 합니다.
*: 잘 그리려는 그림보다 즐기려는 그림이 좋다. 중심에 몰리지 않고, 주변으로 시선 이동을 해 정겹게 담는 지은이의 그림이 좋다. ‘나’라고 하는 인물이 있기까지 보듬어주었던 그림자 같은 고마운 이들과 버팀목의 상황이 여기저기 녹아들어갔기에 가능한 것. 요모조모 들여다보는 것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담담히 느끼기.
_ [0210, 리스트.]라는 제목으로 페이퍼에 끼적였던 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