촐라체
박범신 (지은이) | 푸른숲
두 형제가 목숨을 걸고 험난한 등정에 나서는 이 이야기는 생사와 우애, 위기와 모험, 믿음과 의심, 가족애와 사랑이라는 우리 시대의 테마들을 하나의 찬란한 피륙으로 엮어낸 '명품 소설'이다. 인생의 길에 대한 커다란 비유인 이 소설을 읽고 나자 내 마음에도 높고 신성한 큰 봉우리, '촐라체'가 솟아올랐다. - 홍은택 (NHN 부사장,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의 저자)
: 소설가 분과 이웃을 맺어놓고, 제대로 찾아가서 글을 읽지는 못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진득하니 글을 읽을 수 있는 여지와 그럴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다는 핑계(;)도 있고. 단행본이 출간되었으니까, 천천히 소장하고 싶다. 여유를 가지며, 곱씹고 느낄 수 있도록. 쫓기는 기분이 들지 않도록. 무수히 뻗은 그 ‘길’위에 발자국 하나하나 깊게 새기며.
오늘을 잡아라 - 세계문학전집 170
솔 벨로우 지음, 양현미 옮김 / 민음사 / 2008년 2월
: 책 소개 없이, 책 표지만 크게 찍혔다. 짤막한 옮긴이 소개도 덧붙여 있고. 민음사 전집 시리즈가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문제는 내가 자꾸 혹한다는 거다. 궁금하면, 무엇이든 들추고 알아내고 배우고 싶은 호기심을 억누르지 못한다는 데 있다. 어쨌건, 주문은 했다. 기다리고 있는 중. 아직 책은 준비되지 않은 것 같다.
사랑의 그네를 매달 시간 - 인도의 영혼, 카비르의 황홀한 시
카비르 (지은이), 강진복, 신현림 (옮긴이) | 글로연
몸을 빛이 나도록 씻어도,
마음속에 음악이 없으면
무슨 소용이지?
사랑의 길은 굽이굽이 부서지기 쉬운 민감한 길이네.
이 길 위에 갈망하거나 갈망하지 않거나
님에게 닿는 순간 내 전부는 쉽사리 사라지네.
그를 찾는 기쁨은 너무나 강렬해서,
물고기가 물속에서 헤엄치듯
님의 거대한 사랑 속으로 뛰어드네.
: ‘그네’를 소재로 한, 좋아하는 가사가 많다. 음악과 잘 어우러져, 듣고 있으면, 울컥해지기도 하고, 여기저기 ‘헤엄치듯’ 느슨해지기도 한다. ‘마음속에 음악이 없다’는 상황은 생각하기조차 싫다. 소개된 시만으로 평가하기는 그렇지만, 무작정 읽어보고 싶은 리듬.
여왕코끼리의 힘 - 민음의 시 145
조명 (지은이) | 민음사
텅 빈 방에 쓸쓸한 햇살 비춰 들고, 프리즘 속 세월이여, 후회 없이 가라. - 고형렬(시인)
일상적인 시어들은 구체적이고 솔직하다. 아주 생생한 촉감이 있다. 그런데 촉감은, 표면에만 머물지 않고 한없이 깊어진다. 아주 견고한 일상이 경계를 허물어 우주처럼 넓어지고 깊어지는 순간의 매혹이 이 시집에 있다.
우선 시원스럽다. 자잘한 것들에 구애받지 않는 데서 오는 힘 같은 것이 느껴진다. 조명 시의 시원스럽고 힘 있음은 시가 주는 즐거움의 새로운 측면을 생각하게 만든다. 여왕코끼리의 막강한 힘이 평화와 행복을 위한 것이듯, 조명의 활기도 긍정적이고 개방적이다. 굴절되어 있지 않은 페미니즘, 생명에 대한 무한한 경외와 존중이 바로 그 활기의 원천이다.
- 신경림 (시인)
: 리스트 만들기 전에, 미리 주문. 택배 도착. 우선, ‘힘이 있다’는 것에 솔깃했다. 근래 밑바닥의 물이 출렁거릴 만큼 파도를 몰아치는 시를 몇 번이고 거듭 읽기를 원했다. 소장한 시집의 몇몇 부분에서 간혹 발견했지만, 아주 만족을 얻었던 건 아니었기에. 혹시, 하고 기대를 품는 것이다.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다 - 세계문학전집 171 | 원제 Things Fall Apart (1958)
치누아 아체베 (지은이), 조규형 (옮긴이) | 민음사
주인공 오콩코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크고 작은 사건들은 19세기 아프리카 부족 마을의 삶을 굉장히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소설적 과장이나 묘사를 최대한 배제하였기에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을 준다. 소설 마지막에 백인 치안판사가 오콩코의 죽음을 자기 논문에 끼워 넣는 구상을 하는 장면은 이 작품이 하나의 '인류학 보고서'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 민음사 시리즈의 출간 간격이 굉장히 짧아졌음을 느낀다. [포스트 맨은 벨을 두 번 울린다]가 나온 게 엊그제 같은데. 민음사 시리즈 중 아프리카 소설로 최초라는 중요한 의미가 있다는 둥 그런 소개는 죄다 무시하고, 그저 표지 그림이 좋아서 보관함에 이동시켰다. 다만, 최초라는 걸 지우고, 어디까지나 부족 이야기라는 구분,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는 일부 소개에 더욱 끌려들어가고 있다.
힐링 가든 - 정직한 땀과 꽃.나무.흙의 기운으로 나를 풍요롭게 가꾼다, Natural Life 002
김주덕 (지은이) | 다빈치
풀과 나무의 푸름을 보고, 형형색색 꽃들의 화사함을 보고, 이른 아침 새들의 재재거림을 듣고 기분이 나빠지는 사람이 있을까? 이른 봄 파릇파릇 돋아나는 연둣빛 새싹, 한여름 내리쬐던 햇살을 가리며 시원스레 쏟아지는 소나기, 살랑대는 가을바람에 고운 색깔 뽐내는 단풍, 소복한 흰 눈 머리에 이고 있는 장독대 앞에서 화를 내는 사람이 있을까? 이들은 모두 자연이 우리에게 베푸는 선물이다.
우리 마음을 다독이는 자연은 작은 꽃 한 송이에, 풀 한 포기에 귀를 기울이고 몸을 낮추어 들여다보는 내 자세에서 시작된다. 거창한 정원이어야만 하는 것도 아니고, 남에게 과시하기 위해 남의 손을 빌려 인위적으로 연출한 정원도 아니다. 핏줄이 당기듯 자연스레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것들에 다가가 가만가만 내게 손짓하는 꽃과 나무와 마음을 나누면 된다. 그러므로 나를 치유하는 정원은 내 책상 위, 탁자 위, 창틀에 놓인 작은 꽃병, 화분 하나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것이다.
: 동네에서 두 번째 이사한 세 번째 집에서 살고 있는데, 문득문득 두 번째 살던 집이 그리울 때가 있다. (첫 번째 집은 아주 어렸던 때. 다만 뱀 에피소드, 마구 뒹굴었던 언덕 에피소드, 몇 가지를 소중하게 담아 놓고 있다.) 그곳에서 대부분의 초등학교 시절을 보냈고, 숨겨졌던 기발한 놀이터와 소품, 갖가지 묘기(;)를 선보였던 곳이었기에. 마당이 꽤 넓었고, 옹기종기 붙은 이웃집, 도란도란 이웃 친구들이 있었다. 나이 차가 났어도 그런 자잘한 간격을 생각하지 않았고, 함께 어울리고 무척 즐거웠던. 집안 형편 상 가족 여행을 갔다거나 그런 것 없이 울적해지는 기억도 많지만, 그나마 여러 가지 모험하듯 벌였던 사건들이 있어 그리운 추억이다. 자연이 보듬어주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할머니가 가꾸셨던 허술하지만 아름다웠던 정원(맨드라미의 강렬한 빨강은 여전히 기억), 마당의 장독대, 바위, 꽃잎에 살그머니 앉았던 나비, 조잘조잘 개구리, 하늘을 노니는 잠자리 떼, ….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지금껏 살고 있는 세 번째 집은 모교 운동장이 우리들의 언더그라운드 무대였다. 정글 탐험을 하듯 여기저기 헤집고 지나쳤고, 뱅뱅 맴돌았다. 물론, 같은 동네기에 자연의 친구들은 여전히 우리 주위에 가득 있었다, 그 시절에는. 지금은 도시만큼은 아니지만, 대구의 사람들이 몰려들고, 차도 많아지고 해서, 그때만큼의 푸름과 자연의 와글거림은 일부 사라졌기에 아쉬워진다. 매미의 연주와 언덕에 살짝 피었던 코스모스(운동장에서는 볼 수 없어져서 씁쓸해졌다), 곧 추위가 풀리면 흐드러질 벚꽃을 볼 수 있음에 그나마 위안을 가진다.
쓸쓸한 사냥꾼 | 원제 淋しい狩人
미야베 미유키 (지은이), 권일영 (옮긴이) | 북스피어
도쿄의 헌책방을 무대로 펼쳐지는 연작 미스터리. 사건은 언제나 책으로부터 시작하며, 이를 해결하는 것은 헌책방 주인 이와 씨와 그의 손자 미노루다. 수록된 여섯 단편 모두 이와 같은 구조로 통일되어 있다.
: 지금에서 떠올리면 우습지만, 어릴 적 동생이랑 ******(멋대로 붙인 이름)서점 사건 파일(;)을 작성했던 놀이가 있다. 살인사건의 수수께끼와 연관해서 탐정이 되어 추리도 하고 그랬다. 그때의 철없고 엉뚱했던 영상의 조각을 콜라주처럼 만들어낼 수 있을 듯. 사냥꾼을 수식한 ‘쓸쓸한’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풀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로마는 소장하고 있다.
몇 가지는 빌려보고, 몇 가지는 소장할 계획. 찬찬히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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