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개를 활짝 편 이미지, 허공에 팔랑 날아오르는 이미지, 여러 가지 영상을 그리며 언제든 들춰볼 책. 시간에 바짝 쫓기거나 무언가에 구애받지 않고, 페이지를 펼쳐볼 수 있는 수집용 도서로 제격인 듯. 호기심의 자극과 새로 생성 가능한 이미지의 귀퉁이에 퐁퐁 솟은 조그만 점의 시작.
두루미가 물가에 노니는 모습에 흠뻑 빠져 눈을 떼지 못했던 적이 여러 번 있다. 날씨가 건조해서 물이 바짝 마른 땅에 두리번거리는 것에 자신을 겹쳐 보기도 했다. 흔히 겉보기에 아무것도 없는, 깊이 파보았자 건져지는 게 없을 쓸데없는 것에 매여 있지 말고 돈이 되는 다른 것에 눈을 돌려보라는 말을 잔뜩 들었던 탓이다. 나는 스스로 내 능력 밖의 것을 욕심낸 적 없기에 그래도 떳떳하고 즐길 줄 안다고 자부했던 것. 이야기의 방향이 미묘하게 어긋났는데, 다시금 혹해본다. 소장하고 싶음.


거룩한 허기 - 랜덤시선 035 
전동균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전동균의 시는 아프고 슬프지만 아름답고 깨끗하다. 꾸밈이 없고 담백하며 딱딱하지 않고 부드럽다. 그의 시 역시 삶의 비극에 그 실뿌리가 닿아 있으나 통곡하지 않고 미소 짓는다. 비극을 비극으로 노래하지 않고 비극 너머에 숨어 있는 그 어떤 긍정과 기쁨의 풍경을 노래한다. 연과 연 사이의 침묵의 시간은 길고 깊어 읽는 이들로 하여금 묵언의 자세를 취하게 만든다. 시를 어떤 속도에 비유한다면 그의 시는 첫눈 내린 숲길을 산책하는 자의 걸음걸이와 같다. 그는 외치지 않고 속삭인다. 그의 시를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막 제본돼 나온 기도서를 읽고 있는 느낌마저 든다. 고요하고 진지하고 정갈하다 못해 오히려 성스럽다. 타자의 삶에서 발견한 고통을 껴안으려는 성스러운 따스함이 시집 전체에 배어 있다. 오늘 밤, 추위에 떠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그의 시집 속에서 따뜻하게 잠들어도 좋으리라. - 정호승 (시인)

: 굉장히 미끄러웠다. 조심조심 내딛어야 할 정도. 무언가 표현할 수 없을 프리즘으로 먹먹하게 만들었다가, 주먹을 불끈 쥐게도 하고, 마치 꼭두각시가 된 듯도 하다가 마지막에는 아릿한 가슴을 움켜쥐어야 했다. 시인의 ‘노래’에 까딱이다가 주저앉을 뻔도 하고, 미미한 스크래치에 약간의 통증을 호소하기도 했다. 시인의 ‘숲길에서 산책하는 걸음걸이’는 여러 가지 이미지로 다가온다.

악공, 아나키스트 기타 - 랜덤시선 036 
신동옥 (지은이) | 랜덤하우스코리아(랜덤하우스중앙)

아침에는 인두겁을 벗어 벽장에 걸었다. 간신히 1인칭이 되어 거리로 나섰다. 바람처럼 샛길로만 다녔다. 걸음을 멈추면 외계의 종점으로 몸이 먼저 옮아갔다. 무수한 낱낱의 표정들, 일사불란한, 상처도 구체적으로, 아픔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았다. 무언가를 갈망하지도 않았다. 낮에는 허무하려 애썼다. 혼자였고, 혼자이며, 혼자이기 위한 싸움은 계속된다. 우주(宇宙)가 주검이 되어 식탁에 놓인다 해도 나는 놀라지 않을 테다.
방문을 열면 시린 무릎이 먼저 들어가 앉는다. 밤이면 냉정하려 애썼다. 부드럽게 부푸는 흰 종이의 척후병(斥候兵), 한 꺼풀씩 몸에 들씌운 인두겁을 벗어 재웠다. 일그러진 가면을 차곡차곡 재웠다. 그것은 번번이 비정한 울음이었다.
여기 한 권의 시집이 당신 앞에 놓였다. 행간에서 심장까지 가 닿는 간극을 손톱으로 헤아리며, 책갈피를 넘기는 당신의 손가락도 있다. 나는 단 1초 동안 기쁘고, 다시 홀로 있으라. 마침내 당신은 내 지음(知音)이 되라. - 신동옥

담배 한 대를 피우는 동안, 담배 연기 끝에서 피어나는 호랑이들의 몸짓을 나는 이끌 수 없다. 나는 호랑이를 위해 피아노를 배우지 않았고, 호랑이를 위해 기타를 연주할 줄 모르기 때문이다. 가령 신동옥의 시편들을 담배 연기 끝에서 피어난 호랑이나 사자에 비유하자면, 그 호랑이와 사자들은 아마 그의 ‘일렉트릭 레이디 랜드’에 빛나는 ‘별들의 옷’일 것이다. 그의 상념의 끝에서 피어난 호랑이와 사자들은 이미 목경(木經)을 뛰쳐나와 세상의 숲과 들판을 내달리며 결정적인 영혼의 싸움을 치른 후에 스스로 펄럭이는 하나의 깃발이 되었으니, 그들이 험한 세상을 쏘다니며 거칠게 남겨놓은 발톱 자국이거나 이빨 자국에서는 이상하게도 섬세한 악보가 돋아나 있는 것이다. 울음이 노래가 되다니. 그 울음은 이상하게도 순수한, ‘알 수 없는’ 울음이어서 가령 루이스 세풀베다식의 울음마저도 이미 노래에 가까운 것이다. 그래서 “시퍼런 레몬처럼 씁쓸하게 웃는” 세상을 향해, “빛의 제국에는 절망이 부족하다”라고 그가 말할 때, 나는 스스로 온몸을 깃발처럼 펄럭이며 영혼 쪽으로 걸어가던 빅토르 하라를 떠올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가히 ‘환음경(幻音經)’이라 지칭할 만한 절창들을 나는 그의 ‘악공 시편’들에서 본다. 그의 ‘악공 시편’들은 고독에 중독된 악공만이 연주할 수 있는, 환음기가 달린 악기를 통해서만이 연주할 수 있는, 거대한 몽상과 고독의 제국인 것이다. 담배 연기처럼 생겨나서 사라지는 게 시의 운명이라면, (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나의 담배 연기 끝에서 생겨난 그의 호랑이와 사자는 오히려 무현금(無絃琴)의 연주를 통해 환음을 울고 있는, 목이 기다란 초식성 기린을 닮았다고 해야겠다. ‘현 위의 인생’을 살며 온몸으로 무현금을 연주하는 그의 기린은 아마, ‘만년 고독’을 견딘 후에 오롯이 일현금으로 환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그대들이여, 끝끝내 자신의 ‘관상동맥의 길’을 따라가며 “온몸에 스미는 현(絃)”을 기다리는 이 집요한, ‘중독된 고독’이 빚어내는 ‘흑요석’처럼 빛나는 노래를 들어보라. 아직도 그대들 가슴속에 고독의 현으로 팽팽히 당겨진 심금이 남아 있다면. - 박정대 (시인)

: 최근에 커버를 덮은 시인의 추천 글을 붙였다. (아, 리뷰 써야 하는데-_-) 어쨌든, 발견했던 즉각 주문하고 얌전히 앉아서(?) 기다리는 중이다. 하루에도 몇 번씩 ‘노래’를 듣는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그 리듬만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보컬의 그 거칠음에서 무수한 에피소드를 끌어올린다. 그것은 시집을 읽을 때도 적용이 된다. 페이지에 쓰인 글자를 파헤치면 때때로 함정에 빠져 허탈해지기도 한다. 얕은 구덩이는 발돋움을 해서 탈출(;)하고, 깊이가 있는 구덩이에 빠졌을 경우에는 끌어올려주는 누군가의 도움이 있을 때까지 막연하게 흐느적거리다가 신호가 되는 나의 ‘노래’를 끄집어낸다. 그렇게 어설픈 ‘건드리기’를 시도한다.

비밀정원 - 시작시인선 0095 
김백겸 (지은이) | 천년의시작

1983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김백겸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비밀정원』은 광활한 우주까지 상상력의 진폭을 확장하며 그를 통해 깨달은 사유의 정수를 담았다. 신화와 현실 세계를 넘나들며 재창조된 세계는 찬란하고 생생하다. 시인의 손으로 빚은 세계임을 인식하면서도 독자들은 “비밀정원”으로 뛰어들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총 3부로 나뉘어 있다. 1부에서는 시인의 내밀한 일상이 소탈하게 그려진다. 2부와 3부에서는 본격적으로 신화, 전설, 우주적 현상들을 다루기 시작한다. 눈여겨 볼 것은 시인이 끌어들인 환상적 소재들이 현실세계와 맞물려 어떤 하모니를 만들어내고 있는가이다.
비루한 일상으로부터 벗어서 그가 이끄는 대로 발걸음을 옮기다 보면 어느새 “정원의 입구”다. 시인은 “비밀정원”의 정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는 순간 우리의 가슴 속에는 각자의 비밀정원이 들어설 것이다.

: 그의 ‘우주’에 뛰어들 준비를 마쳤다. 일단 여행을 시작했으니까, 도중에 블랙홀을 만나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소행성과 자글자글 알갱이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파편을 이어 엉뚱한 아이템을 만들기에도 주저하지 않을 생각. 페이지를 더듬을 적마다 솟아나는 방울의 영상이 풍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책바위 - 시작시인선 0094 
이은봉 (지은이) | 천년의시작

사물의 겉과 속, 존재와 본질 등 대상의 양면성을 밀도 있게 추적한다. "바위는 제 몸에 낡고 오래된 책을 숨기고 있다"고 밝힌 바와 같이 시인은 현상을 좀 더 깊숙이 파고들어 그 안에 웅크리고 있는 어둑어둑한 진실을 조명한다.
찬찬히 그가 펼쳐 보이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지난 날 함부로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이 아련히 떠오를 것이다.

: 퍼즐과 미로 같은 ‘길’을 상상한다. 무수한 갈래로 꼬였을 듯하다. 어느 쪽으로 가든 진기한 풍경을 맞닥뜨릴 것을 예상하며, 먼 과거의 기억까지 헤집을 가능성도 있다. ‘함부로 지나쳤던 소중한 순간들’의 메모를 끼적거리며, 담담히 마주하련다.

맨드라미의 빨강 버드나무의 초록   
에쿠니 가오리 (지은이), 신유희 (옮긴이) | 소담출판사

: 어릴 적 나랑 동생처럼 할머니의 손에 키워졌던 맨드라미가 생각났다. 그때 강렬한 빨강을 눈에 가득 담아내고 지금까지 빨강의 여러 효과 의미를 집어넣으며 함께 달렸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요소와 양념을 갖춘 이야기일까. 호기심을 감추지 않는다. 이제껏 그랬듯, 또 주문을 하고야 말았다. 어린 시절 에피소드를 모락모락 피워 올리게 하고, 은근히 강력한데, 응?! (-_-;) 

독일. 디자인. 여행. 
장인영 (지은이) | 안그라픽스

벤츠, 아우디, BMW, 폴크스바겐 등을 탄생시킨 자동차의 명가, 근대 디자인의 정신이라 일컬어지는 바우하우스, 구텐바르크의 금속활자, 소시지와 맥주, 두 차례의 세계대전… 독일 하면 떠오르는 단어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공통되는 이미지 중 하나가 바로 유럽 디자인 강국으로서의 독일이다. 독일은 전통적으로 디자인에 강했으며 최근에는 순수예술까지도 그 중심지가 뉴욕에서 베를린으로 옮겨오고 있다고 이야기될 정도이다. 국내에서는 아직 그 열기가 강하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지금 주목해야 할 곳임은 분명하다.

: 오늘 교보문고 매장에서 슬쩍 살펴봤다. 무심코 넘긴 페이지에 약간 거칠거칠하게 자리를 잡은 맥주 이미지가 확, 끌어당겼다. 예상했던 대로, 소장해야만 하는(-_-) 리스트에 포함되었다. (마음에 쏙 든 디자인 계열의 책은 웬만해서 포기할 수 없는.) 매장에 구비된 책은 비닐포장이 되어 있었고, 진열된 지 얼마 안 되었던 터라 꽤 깨끗했다. 바로 구매하고 싶은 욕구를 가까스로 내리누르고, 집에 돌아온 즉각 주문하고 대기 중.

정말 궁금한 우리 예절 53가지 - 젊은 철학자의 새로 쓰는 우리 예절 이야기 
이창일 (지은이) | 예담

예절의 형식에 대한 옳고 그름보다는 그 속에 담겨 있는 뜻과 함께 반성과 성찰을 이끌어내고 있다. 지은이는 예절의 정신에 중심을 두어 그 의미를 먼저 들여다보는 것이 더욱 중요함을 책 전반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부딪치며 궁금해 하는 것들을 질문 형식으로 구성하여 재미있게 찾아볼 수 있도록 인문적 내용과 실용적 구성을 결합시켰으며, 일러스트가 읽는 재미를 살려준다. 부록으로 예절과 관련해 읽어보면 좋을 책들을 소개하고, 더 진전된 논의나 연구를 소개받고 싶어 하는 이들을 위해 연구논문과 관련 자료를 함께 덧붙였다.

: 언제였던가, 아빠가 예절에 관한 책을 사야겠다 말씀하셨던 적이 있다. 그때 알라딘에서 검색해봤는데, 출간일이 퍽 오래된, 표지 디자인이 꽝인(좀 말하기 뭣하지만) 책이 대부분이었다. 그 중에서 겨우 하나 정해 보관함에 담아두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살펴본 후 구입하자 싶어 주문하기를 미뤘는데,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번에 신간으로 나온 이 책, 당장 주문하긴 그렇고(좀 더 꼼꼼히 뜯어봐야;), 거듭 고민한 후에 결정할 생각.

떡 한과 전통음료 - 21세기 웰빙
: 무식한 빵 만들기(오븐 없이 프라이팬에 굽고, 제멋대로 감행)에 거의 성공한 후, 이제 겁 없이(-_-) 떡과 전통음료에 도전해볼까 싶어 리스트에 올려둔다. 옆 집 할머니가 우리 할머니 드시라고 가져오신 수정과에 번쩍하고 의지를 불태웠다.
출판사는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나중에 살펴봐야지. (오늘은 못 발견했다;)

전설의 100대 와인
: 전설이라느니, 100대라느니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어쨌거나 ‘와인’에 관한 책이니까 일단은 보관함.



 

기타리스트를 위한 귀카피 북 
나루세 마사키 (지은이) | SRM(SRmusic)
귀카피'란 카피 악보 등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의 귀로 음이나 플레이를 들어서 곡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 평소 음악을 2~3번 들어 외우고 익힌 후에 노래를 시도한다. 악보가 없기에(내가 듣는 밴드들은 악보 구하기 쉬운 쪽과 어려운 쪽이 섞여 있다), 다소 무식한 방법이라 생각하면서도 이것저것 적용하는 것을 좋아해서 쭉 그렇게 이어져왔다. 시력이 많이 나빠 그에 대비해 청각이나 후각이 꽤 예민한 편이라 가능했던. 사설이 길었는데, 문득 떠올라 끼적거렸다. 어쨌든, 이 책은 수집용이다. 나중에 기타를 칠 때 도움이 될 듯. 꼭 기타리스트가 아니라도 활용할 수 있을 듯.

고흐보다 소중한 우리미술가 33 - 오늘의 한국미술대가와 중진작가 33인을 찾아서 
임두빈 (지은이) | 가람기획

: 책 소개는 생략. ‘고흐보다 소중한’이라는 제목의 일부가 좀 거슬린다. 화가 고흐를 꽤 좋아하지만, 꼭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어서. 한정하는 기분이 들어 씁쓸해진다. 고흐가 대단한 건 알지만, 고흐 마니아(나랑 내 친구 포함)가 꽤 되는 것도 알지만, 개인적으로 이건 아니다 싶다. 특정 화가를 드러내는 건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어쨌건, 그건 그거고(;), 책은 상당히 인상 깊었다. 가격이나 이런저런 사항을 따지지 않고, 무작정 이끌렸을 정도. 다시 세세하게 살피면 어떻게 변할까 싶지만, 그리 차이가 나지는 않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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