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 
김사과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이상한 소설이 도착했다. '도착했다'고밖에는 말할 수 없는 소설이다. 간혹 어떤 소설은 작가를 앞질러, 작가도 미처 짐작하지 못하는 어떤 운명을 탑재한 채, 미래에서 온 터미네이터처럼 이 세상에 나타난다. <미나>는 십대 소녀의 성장담처럼 보이지만 실은 우리의 집단무의식이 머물고 있는 병리학적 지점에 대한 이야기이다.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서 누군가를 거듭하여 살해하고 있으며 악몽은 끝내 우리는 놓아주지 않는다. 그곳을 '학교'라 부를 수도 있고 그 누군가를 '미나'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호명하든 <미나>를 읽는 건 실로 놀라운 경험이었다. 다 읽고 나면 안온한 가짜 리얼리티의 세계에서 너무 오래 살아왔다는 생각에 머리가 띵해지고 주변이 문득 낯설고 기괴해 보인다. 정말 이상한 소설이다. - 김영하 (소설가)

이것은 혁명이다. 그리고 반란이다. 김사과의 소설 <미나>는 우리가 질서라고 부르는 기존의 모든 것을 전복하고 무너뜨린다. 이 소설은 '에로틱 파괴어린' 자들의 선언서이며 찌꺼기가 낀 오래된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새로운 신의 탄생기이다. 그러니 만일 당신 자신을 상식적인 인간이라고 여긴다면, 지금, 당장, 책장을 덮어도 좋다. <미나>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세상이 거대한 음모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세상이라 부르는 제도나 질서를 더러운 쓰레기더미로 취급한다. 그들은 세상과 소통할 만한 기본적인 코드를 지우고 자신들만의 언어로 소통한다. 김사과의 소설은 상쾌한 도덕이며 배반의 윤리이다. 파괴를 통한 생성, 지금 한국소설은 유례없던 새로운 도발을 목격중이다. - 강유정 (문학평론가)

: 무언가 무너뜨렸다는 것, 지웠다는 것에 솔깃한 반응을 보인다. 제도권 밖의 일상이 펼쳐지려나, 일단 갸웃한다. '낯설고 기괴한 주변'도 으레 궁금해지고, '이상한 소설' 영역의 영향이 어디까지 이어지나 들춰보고 싶어진다.

한자의 미래 
노무라 마사아키 (지은이), 송영빈 (옮긴이) | 커뮤니케이션북스

일본어 한자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책. 지은이는 일본어의 유래와 역사를 살펴보면서 한자가 일본어에서 사용되는 양상을 분석하고 있다. 나아가 언어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도 제시한다.
일본은 우리와 한자 수용의 역사를 많은 부분에서 공유한다. 그래서 한자의 역사를 새롭게 평가한 『한자의 미래』는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소수에 의해 문자를 독점하던 시대는 지났다. 현대사회는 대중이 문화의 중심이고 국가경쟁력이다. 대중의 지식수준은 문자를 얼마나 자유롭게 사용하느냐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쓰기 어렵고 외우기 힘든 한자로는 경쟁력을 갖기 힘들다고 말한다. 지식의 보편화라는 사회 흐름을 한자도 거스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책은 한자의 과거를 말하지만 동시에 미래 한자의 운명을 예견한다.

: 국어의 한계는 없다고 믿으며, 일본어를 독학해 음악을 즐겨 들으며, 중국어 독학 단계를 밟는 중이다. 그래서인지 자연히 눈길이 갔다. 거창한 소개(=엄청난 띄워주기)에, 꼴딱 넘어가겠다. 진짜 그리 대단해?, 라고 은근히 묻는 단계에까지 갔다. 오늘 교보 인문코너에서는 발견을 못했는데, 곧 진열되면 확인과정을 거쳐야겠다. 벌써부터 호기심은 팍팍 채워져 감당이 어렵다.


저녁 6시 - 창비시선 282 
이재무 (지은이) | 창비(창작과비평사)

이재무 시는 실팍하다. 속이 꽉 찬 뿌리식물처럼 단단하다. 이재무 시에 내재된 야생의 정신이 나는 부럽다. 그는 고통 없는 가축의 삶을 향해 길들여져 가기를 거부한다.
- 도종환 시인

12월 저녁 6시는 싸늘한 어둠을 조용히 흘려놓는다. 그 속에서 야성적인 시인의 감각이 빛을 발하기 시작한다, 마치 두껍게 얼어붙은 어둠을 깨고 살아나는 별처럼. 명징한 삶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한다. '깊은 눈'으로 닦지 않으면 결코 얻을 수 없는 언어의 빛,『저녁6시』에는 때로 부드럽고, 때로 날카로운 별빛이 가득하다. 오래오래 간직할 별자리가 마음에 돋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 길상호 시인

: 먼저 마음에 드는 부분을 골라 붙였다. 오늘 영풍문고에서 발견해 사려다 말았다. 책에 흠집이 있고, 어느 페이지가 접혀있었던 터라 도로 집어넣으며 급기야 인상까지 잔뜩 찌푸리고 말았다. 책 관리를 소홀히 한 건지, 출판에 문제가 있었던 건지, 아무튼 맘 상했다.(-_-)
그래서 집에 와 보관함에 일단 집어넣고, 적립금이 쌓이면 한꺼번에 다른 책이랑 주문하려고 대기(;)하는 중이다. '상처의 무늬'가 그리는 흔적이 시집 곳곳에서 발견될 때, 아찔하게 선 밖으로 밀려날 때, 희미하게 묻혔던 화살표가 지면에 떠오르거나 허공에 둥둥 뜰 수 있으려나.


운명의 딸 - 세계문학전집 163 | 원제 Hija de la Fortuna  
이사벨 아옌데 (지은이), 권미선 (옮긴이) | 민음사

폭력과 탐욕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자신의 운명을 새롭게 개척해 나가는 여인의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마술적 리얼리즘'과 '에로티시즘'이 이야기 속에 절묘하게 어우러져 있다.

 

: '마술적 리얼리즘', '에로티시즘', '예측할 수 없는 모험'
더 망설일 것 없이, 내가 좋아하는 유형의 세 가지가 다 스며들어 있다. 무엇보다도, 절판되었다가 [민음사 세계문학]에 포함되어진 것에 제일 환호한다. 마르케스와 더불어 가장 뛰어난 중남미 소설가 어쩌고는 살짝 무시하며. [시대와 장소를 확장하여 시도된 문학적 전환]_ 출판사의 이 소개가 무척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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