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얼굴의 아이> 서평단 알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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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얼굴의 아이 ㅣ 오에 겐자부로 장편 3부작 2
오에 겐자부로 지음, 서은혜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7년 10월
평점 :
절판
*우울한 얼굴의 아이.
- 서평단 도서.
리뷰 기한을 넘겨서, 죄송합니다.
경험을 쌓을 기회를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12월 5일부터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여 12일 완료했다. 애초에 리뷰 등록 기한을 잘못 알고 있었던 탓이다. (도서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개인적 사정으로 독서에 집중할 수 없었던 핑계도 있지만.) 10일까지인 것을 12일이라고 멋대로 믿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봤다고 틀림없을 거라고. 월요일까지 그랬다가, 화요일 접속했을 때 소스라치게 놀랐다. 중간에 왜 확인을 안 했나 후회하던 순간을 거치며 어쨌든, 리뷰를 작성한다. 어차피 기한 지난 거 부랴부랴 대충 써서 올리기보다 고심하고 되새기며 쓰자, 결심하고, 오늘 스타트를 끊었다. 결과는 마냥 흡족한 상태로 떠오를지 자신 없지만, 무작정 부딪혀보고 있다.
작가 자신의 이야기란 것을 처음에 파악할 수 없었기에, 살짝 혼동의 과정을 거쳤다. 1부 ‘체인지 링’을 접하지 않았던 터라, 더욱 난감했고 어지러웠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관계를 짚어내기 위해 시작 부분을 거푸 읽었다. 몇 번 되풀이하고 순간, 아, 하고 이해를 했다. 그 다음부터 주르륵, 때로 곱씹기도 하면서 읽기를 계속했다.
소설을 읽고 쓰는 행위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 어느 시점까지 나는 과연, 작가의 의도를 아니 그 일부라도 건지고 있는 걸까 의문을 가지며, 쭉 불안을 거듭해 왔다. 그러다 차츰, 생각의 방향을 바꾸기도 하면서 번뜩이는 나만의 해답을 손에 쥘 수 있었다. 굳이 그렇게까지 강박증마냥 굴리지 않아도 단지 내가 읽어낸, 얻은 영상만이 진짜라고 고집만 부리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을까. 일일이 따지지 않아도 좋다고 생각한 것이다. 오직 자신의 아이템만을 최고라 여기는 꼴불견 짓거리를 하지 않도록 유념하며, 작가와 공감하고 여러 가지 풍경을 만들며 함께 어울리면 된다고…….
주인공 고기토의 현재 상황, 어릴 적 ‘동자’를 찾아나가는 이야기, 그리고 소설 자체에 관한 이야기. 세 가지 큰 줄기를 토대로 시선 이동이 자유롭고, 뻑뻑하게 걸리는 것 없이 읽기 편했다. 개인적으로 환호하는 상징적 장치를 속속 발견할 수도 있었다. 지형적인 언급과 더불어 방대한 자료 조사의 결과와 그림을 그려내듯 선명한 영상, 여러모로 짚어내기 가능한 대사. 무엇보다도 각 장의 갖가지 흥미로운 사건의 세부 에피소드에 바로 곁에서 경험하듯 관찰하는 기분으로 독서를 지속할 수 있었다.
작가의 인생과 독서의 출발 장소와도 같은 섬의 숲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는 사적 디테일이 포함되어 있지만, 기발한 장치를 통해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다는 의미가 있음을 뒤의 해설에서 참고하여 적는다.
다시 읽는다는 것, 되새길 수 있는 계기를 심어주었다. 다른 사람의 작품이나 나 자신의 소설과 끼적거림의 읽기 행위를 한 번으로 끝내지 않고 거듭 파고드는 연결고리를 발견할 수 있어 놀랍고, 뿌듯했다. 또한 작가는, 자신의 작품을 사랑하면서도 계속 부족함을 느끼기에 틈틈이 보완하는 애착을 담아냈다. 타자의 인식에 어떻게 깊이 새겨질 지 늘 궁금하고, 염려했던 스스로와도 흡사하게.
장르가 모호하다는 것, 그 특징에서 딱히 경계를 설정할 필요 없이, 한계를 느낄 수 없는 장점을 가졌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어디까지든 이어져 있고, 어떤 것이든 건드려보도록 유도하고, 재생시키기 가능하다. 그런 것을 구석구석 각인시키며, 커버를 덮으며 돈키호테 완역본을 소장하고 싶다는 바람을 불어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