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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ㅣ 랜덤 시선 16
김경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1102)
*언뜻언뜻 가려지는 것의 효과.
-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
장면과 장면의 간격이 비교적 멀어서 따라잡기 힘들 때가 간혹 있었다. 그 사이에는 눈물과 물결, 음울함과 우울함의 방이 몇 군데나 있어서, 일일이 들여다봐야 했다. 지나치는 그 틈의 공허를 제대로 받아들였다고 확신할 수 없다. 절규하는 소리가, 때로는 위장술이 되고, 어쩌다 채 꺼내지지 않은 반격이 되었기에. 슬그머니 묻혀버릴 때가 많았다. 술술 넘어가는 영상은 그 스피드의 맹렬함과 그 너머에 가려진 위태로움, 그 사이에서 번번이 갈팡질팡 줄타기를 하고 말았다. 방황은 끝날 수가 없었다. 상처의 벌어진 부분을 메우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근접하기를 시도했다. 조각을 내보고, 자취를 더듬어 보고, 유리병을 흔들어 보고, …….
처음 한 번으로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