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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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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소설로 분류한, 그러나 개인적으로 약간이나마 순정만화 타입의 묘사도 섞였다고 생각을 했다. 2번째 읽고 나서, 머릿속을 정리하고 가다듬고, 리뷰를 쓰는 것이다. 처음엔 느슨한 이야기 방식에, (개인적으로)어딘가 모르게 작위적인 느낌도 살짝 났다는 기억이 있다. 목이 칼칼하고, 조각이 걸린 듯, 둔중한 바위가 떡하니 한가운데를 가로막고 있는 영상처럼 답답함이 잔뜩 훑고 지나갔다고 할까. 당황스러움으로 리뷰 쓰기를 슬금슬금 미루다가, 은근슬쩍 접히면서 묻히고 말았다. 2번째 읽은 지금, 전체적 느낌이 그리 변하지는 않았는데, 불러오기와 재생은 보다 수월해졌다. 조그마한 구석 자리, 회선이 꼬인 부분에 조금이나마 엉킴이 풀리고, 한결 가뿐해졌다.
복작복작 잡다한 바구니 같은 교실에 각자 서로의 고유 영역과 미묘한 경계를 지은 여러 인물이 등장한다. 그들은 저마다 고민을 하나씩 가졌고, -타인(어른)이 보기에 지극히 가볍고 어이없을 수 있는, 그저 장난처럼 받아넘기는- 나름의 방식을 정해놓았고(사탕일기의 카나), 의식의 혼란으로 퓨즈 끊김 상태가 지속되기도 한다.(초록고양이의 에미)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친다 해도, 공감하고 교감할 수 있는 이가 없고, 그어놓은 선을 넘어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듯 보인다. 암흑뿐인 공간에 빛이 찾아들기란 좀처럼 어려워 보인다.
이쪽과 저쪽, 간당간당한 선에서 흐르는 듯 자유로이, 오솔길을 거닐듯 팔랑거리는 분위기가 밑바닥에 깔려 있다.(는 개인적인 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