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랙과 들판의 별 문학과지성 시인선 337
황병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른거리는 레모네이드 환상.

(1028, 트랙과 들판의 별.)

끌리는 신간 페이퍼에 언급하려다 묻혔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물거리지만, 코너에서 발견하자마자 표제에 마구 이끌려, 시인에 이끌려, 시의 풍기는 이미지에 고루 이끌려, 일찌감치 찜해뒀었는데, 최초 발견 당시에 확인하고 사겠다고 살짝 미적거렸다가, 이제야 읽고 리뷰를 쓴다. 교보에서 베스트셀러에 오른 것을 접하고, 깜짝 놀랐다. 슬렁슬렁 돌아다니다 마지막에 친구랑 나올 때 구입했다. 그 시점에서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는 신호를 잡았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챙기지 않으면 은근슬쩍 의도 혹은 그냥 허망하게 놓치고 마는 아이템이 더러 있었다.)
*이제 본격 리뷰.
(라기 보다는 개인적 주절거림에 가까운.)

이니셜 ‘S’ 인 사람이 공 같은 방에 웅크리고 있었다. 그런 S에게, 공허의 눈동자로 응시하는 그림자가 말을 걸며, 소통하기를 시작했다. S는,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끅끅거리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고통을 호소한다. 채 뭉개지지 않은 슬픔을 겨우겨우 삼켰지만, 제대로 소화시키지 못하고 몸부림을 친다. 한계가 없는, 연관이 없는, 솟구치는 문장의 나열과 이미지의 행진이 거듭 화면에 표시된다. 뚝뚝 받아내는 데 간격이 생기고 만다. 견뎌내기 어려운 의문으로 가득한 오한에 휩싸인다. 부르르 떨면서, 허우적거림에 가까운 행동을 취한다.
그렇지만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그 공간, 꼬임이 반복되고 희부옇게 기운이 가라앉은 공간에는 흐느적거리는, 술렁거리는 음악이 연속 재생되고 있다. 극한.
머릿속에 얼룩이 생기고, 점점 영역을 넓히며 번지고, 둘레를 가득 채운다. 새로이 형성된 그곳은 경계 따위 존재하지 않는다.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