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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리 가든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茶의 투영.
- 10월 10일 택배 도착.
- 12일 시작, 14일 완료.
(1014)
마침 적립금이 있어서, 예약주문을 했다. 상자에서 책을 끄집어내고는, 한참 멀거니 표지만 들여다보았다. 단순한 색과 디자인, 흘리듯 쓴 글꼴. 개인적으로, 물과 하늘의 경계를 표현한 걸까 그런 생각을 거쳤다.
13일 토요일에 만났을 때 친구는, 내가 [이 책의 절반을 훌쩍 넘은 분량을 독서 진행 중]이란 말을 듣고, 찡그린 표정에 그야말로 경악하는 수준이었다. 이렇다 할 사건도 없고, 긴장도 없고, 그저 밍밍하기만 했던 졸리는 소설이라고. 초반부를 막 지나치기도 전에, 팍 덮어버렸다고. 그래서 나는 이렇게 대꾸했다. [등장인물 X가 나랑 닮은 면이 있는 듯해, 공감했다]라고.
그녀의 따끈따끈한 도시락과도 같은 꾸러미 안에 소박하게 담겨진, 정갈하면서도 갖가지 요소를 듬뿍 담은 요리를 맛본 기분. 달곰씁쓸한 기운이 가득, 데굴데굴 입 안에서 굴러다녔다.
파격적이고, 부수면서 격렬한, 미스터리하고도 짜릿한, 또한 섬뜩한 걸 선호하는 평소의 취향과 한참 거리가 멀었음에도, 뭉게구름 두둥실 흐르는 산뜻한 하늘을 본 감각을 잔뜩 쥐었다.
복작복작한 과제랑 일상에서 한 발 물러나, 내가 정한 선에서 살짝 비켜나서, 약간이나마 한숨 돌린 느낌이라고 할까.(그런 이유로 선택했고, 평가가 좋아졌다;)
찰랑거리는 술을 홀짝이고, 넘실거리는 차갑고도 상쾌한 물을 끼얹거나 건져 올리는 영상. 평행선을 긋고, 그 공간 주위에 무수한 점이 흩어진다. 간혹 들쭉날쭉하지만, 그 점은 직선과 그리 멀리 떨어진 위치에 찍힌 것은 아니다. 친구, 연인, 집, 직장, 일상의 반복, 홍차, 술, 도시락, 드라이브, 티격태격 사소한 마찰…. 끝은, 은근히 허무함이 안겨들면서 아쉽고, 이어짐이 궁금하기도 하고, 작가가 스르륵 결론지어버린 주인공이 있다는 생각, 여러 가지 교차하고 있었다. 이런저런 풍경을 담은 앨범처럼 간간이 들추어보면, 미묘하게 어긋나기도 하고, 스륵 겹쳐서 이중의 잔상을 남길 것도 같다.
(지극히 개인적 관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