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공항에서
무라카미 류 지음, 정윤아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공항에서.(0705)

신간코너에서 발견하자마자 환호하면서 구입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완료는 한참 늦었다. 6월 초에 소장했는데, 커버를 덮은 건 7월 초가 되었다. (소유욕이랄까, 이런 욕구가 은근 강해서 좋아하는 작가의 신간이나 찜한 상품은 어떡해든 1주일 내로 손에 거머쥐어야 실실 웃으면서 흐뭇해하는 편이다. 판단을 보류할 때도 더러 있지만, 대개 그런 편이었다고 기억한다.) 즉각 리뷰 효과를 보려 했다.(스타트는 바로 끊었으나, 마무리는 조금 더뎠다.)
‘무라카미 류’, 일본 작가 중 철저한 내 관점(!)으로 1순위에 꼽을 수 있는 분이다. 이 작품이 나오기 전, ‘반도에서 나가라’와 그 외, 구하지 못한 두 가지 장편소설, 에세이를 제외하면 그의 작품을 거의 다 소장하고 있다. 그리고 탐독을 하면서도, 빠른 시일에 곧잘 마지막 커버를 덮곤 했다. 다만, 리뷰로 옮긴 것은 그와 대비해서 얼마 되지 않지만. 기억을 약간 들추어내서 쓸까 싶기도 했다가, 앞으로 두 번째 읽어서 리뷰 쓰기를 시도할 계획이다. 대체 어느 세월에, 라는 불안이 슬금슬금 생겨나고 있다.
어쨌든. 일단 이 리뷰에 집중하자, 고 마음먹는다.
우선, 번역된 문장에서 드러나는 느낌을 살펴보자. 전문 일본문학 번역가 중 ‘양억관’ 씨 번역에 상당히 열광하는 편인데, 거기에 비교하면 어쩐지 밍밍한 느낌이라고 할까.(개인적으로 그렇다는 것) 돋보이는 주관과 거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함이 다소 사라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서 초반에 살짝 의기소침한 상태였다가, 에잇, 하면서 훌훌 털고, 문장을 곱씹으며 집중해나갔다. 와인과 음악, 쿠바가 함께 하는 소품과 이미지는 전작과 마찬가지여서, 다시금 피식피식 웃고 있었다.

우리들의 일상이랄 수 있는 공간적 배경에서, 짧은 시간 포착 기법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편의점, 술집, 공원, 공항, 노래방.) 고독에 휩쓸린 주인공이 빠짐없었던_ 이제껏 쓰던 작품에서 벗어난 배우려 집중하는 주인공이 등장하고, 답답한 현실의 도피, 그리고 환상의 이미지를 선사한다. 물결을 이루고, 궤도에서 이탈하기도 한다. 단순히 거기서 그치는 게 아닌 목표를 정하고, 도전하기도 한다. 그런 주인공들의 너머에서 작가의 필치는 어디까지나 담담하기만 하다. 그 밋밋하고 나른하다고도 할 수 있는 풍경에서, 결말에 이르러 허무함을 잔뜩 끌어안으면서도, 스스로의 해법으로 바탕에 깔아둔 격려의 메시지를 읽어낼 수 있었다. 짜릿하고 기발한 표현은 손가락에 꼽을 수 있을 정도였다고 보았다. 예를 들면, 155쪽의 이 부분. [어디론가 움직이는 사람들의 무리는 하나의 거대한 덩어리를 이루어 마치 원시적인 동물이나 바다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무리처럼 보인다.] 그 외에는 대개 인물의 대사에서 작가의 의도와 주제, 스토리의 방향을 나타내는 화살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영화 제작이란 그리 간단하지 않아. 거의 매일 내가 원하는 걸 표현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지. 그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워진다면 영화에 대한 의지도 함께 약해지고 말걸.”]
나름대로 이 부분을 주목했다.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겠지만, 나는 소설을 쓰면서 매번 저런 생각을 한다. 그래서 스타트를 끊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몇 편을 진행하고서도, 한참 헤맨다. 그리고서 엉뚱한 라인으로 엇나갈 때도 종종 있다. 내 손을 타고 생겨난 주인공들이 내 마음대로 조종(;)이 되지 않아, 마구 짜증낼 때도 여러 번 있었다. 아마 리뷰를 쓰기 전의 계획과 쓰고 난 후의 결과물을 보았을 때의 참담함을, 다른 분들도 느꼈으리라 싶다. 나만 그런 걸지도 모르겠지만. 생활 속에서, 타인의 글, 취향의 음악에서 값진 무언가(다른 각도로 해석하기, 어떤 현상에 대한 고정된 것에서 벗어난 새로운 표현, 형상)를 찾아내는 과정을 거친다. 자기만의 방식으로 소화한다. 그것을 토대로 풍부한 의식을 불어넣어, 새로운 기본 뼈대를 세우고, 특유의 필체와 감각으로 새 이야기를 건져 올린다. 징검다리를 밟듯 서두르지 않고. 그런 작업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그렇게, 왕성한 에너지를 소비하고, 필사적으로 몰두해서, 한 편의 글을 탄생시키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때때로 무기력해질 때도 간혹 있지만. 어떡해든 이겨내려 발버둥, 기필코 해내겠다는 의지와 줄줄 흐르는 땀방울의 노력으로. 결실을 맺을 때, 어떻게 설명이 안 될 만큼 무지무지 기쁘다. 이런 생각을 나열할 수 있는 독서는 의미가 있다. 쉬이 놓칠 수 없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나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희망을 가졌음을 보여 주고 싶었다. 사회 전체의 희망이 아니라,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없는 개인적인 희망을!"

틀린 부분을 몇 군데 찾았다.
52. 무렵 까지는 -> 무렵까지는
99 토해 내는 -> 토해내는
84. 힘들어 진다 -> 힘들어진다.
(그 외, 여러 띄어쓰기 틀림.)
61. 띄어쓰기 할 때, 스페이스 바 키가 두 번 눌러진 곳, 한 번 눌러진 곳.
일관적이지 않다. 어지럽게 보인다.
85. 매니큐어 -> 에나멜

(매니큐어는 '손 관리', 전반적인 행위를 뜻합니다.
색색의 용액은 '에나멜' 혹은 '폴리쉬', '네일락카'라고 합니다.)


94 연신, 108 연신 -> 연방
(이건 몇 차례 나오더라.)
106. 생일날-> 날 일, 그리고 날 중복.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