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이사카 고타로 지음, 인단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6월
구판절판


"정치가가 잘못하고 있으면, 그 세계의 정의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말."
64. "괴짜에는 두 종류가 있어. 멀리하고 싶은 타입과 호기심 때문에 잠시 상대하고 싶은 타입."
141. 아무리 잊은 척해도 고통이나 공포의 기억이란 것은 사라지지 않는 법인가 보다.-53쪽

공격은 최대의 방어라는 원리는 멋대로 타국을 침공하는 군사대국의 주장으로도 들리고, 공격은 잘 하지만 투수진이 붕괴한 야구팀은 우승할 수 없는 법이라 거의 신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가끔 효과적일 때도 있는 것이다.
171.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난 그 시점에서 이미 서점을 습격할 마음을 먹고 있었다. 억지로 설득당한 기억도 없고, 거부할 수단은 얼마든지 있었지만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아니, 솔직히 자백하자. 나는 흥분하고 있었다. 무의미하고 바보스럽고 법률에도 위배되는 짓이지만 아무도 하지 않을 일을 한다는 흥분이 있었던 것이다.
172. 밤의 어두움은 사람의 감각을 이상하게 만든다. 이모가 이렇게 말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밤은 인간을 잔혹하게도 만들고, 정직하게도 만들고, 센티멘털하게도 만들어. 결국 경솔하게 만드는 거야.’-157.쪽

"비상식적인 상대에게는 거기에 알맞게 대응하긴 해야 해요. 이상하게 마음 쓰고 사양하다 보면 상대가 기고만장해지니까요."
185. "화는 분노로 바뀌고, 이윽고 보복으로 발전하는 법이죠."
"화르륵."
"그건 분노의 불꽃."-184.쪽

나는 완전히 주인공인 것처럼 살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다른 사람의 인생 속에서는 단역에 불과하다.
224. 억지로라도 웃으면 아무리 우울한 상황에서도 좋은 호르몬이 분비되어서 그만큼 오래 산다고 누군가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사실 여부는 모르겠지만 일리가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226. 집오리와 들오리라. 나쁘지 않은 표현이군, 하고 생각했다. 흡사한 동물로도 여겨지지만 사실은 완전히 다르다. 그런 관계다.
232. 지금의 나를 가로로 썰어 본다면 분노와 공포가 반씩 흘러나올 게 틀림없다.
244. "복권을 책에 끼워뒀을 거라고 의심했는지도 몰라. 시간이 없어서 전부 가져간 거고."
말해보면서도 신빙성이 점점 사라져가는 기분이 들었다.
"진심으로 말하는 거야?"
나는 어물거리다가 "자포자기로 한 번 말해봤습니다." 라고 대답했다.-220.쪽

현재 8
범인은 현장에 돌아온다. 바로 그 말이 정답이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는 틀림없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통계도, 과학도 아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힘 같은 것이 있는 게 틀림없다.
278. 산 넘어 산. 바로 그 말이 정답이었다.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말에는 틀림없이 나름대로 근거가 있다. 통계도, 과학도 아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힘 같은 것이 있는 게 틀림없다.
358. 지친 나는 확인해야 할 것은 태산만큼 많은데도 다음에 만났을 때 물어보면 되지, 그렇게 생각했다.
인간이란 행동해야 할 때일수록 내키지 않아 하는 생물인지도 모르겠다.-268.쪽

애완동물 살해범. 기분 나쁜 단어다. 증오스럽기 때문이 아니다. 그 반대였다. 그들이 품고 있는 잔혹함과 거만함이 ‘애완동물 살해범’이라고 이름 붙인 순간 무척 표피적이고 죄가 가벼운 것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상대의 자존심을 짓밟고 돈을 갈취하는 행위를 ‘삥’이라고 부르면 경박한 장난으로 바뀌는 것과 비슷하다.
약간 시간이 지나 진정되자 이번에는 다른 감정이 내 마음속에서 끓어올랐다.
공포로 충만한 마음속 깊숙이에서 불이 붙은 것 같았다.
분노였다.
367. 사람이란 신중하게 일을 진행해야 할 때일수록 성급한 행동을 하는 생물인지도 모르겠다.
- 고토미.-364~365쪽

"뒷문으로 도망치게 하면 불행이 기다리고 있어. 비극은 뒷문에서 일어난다고."
419. "이 세상은 원래 얼토당토않지. 안 그래?"
421. "내가 처음 시나를 봤을 때 딜런을 불렀잖아. 나는 그 딜런의 목소리를 좋아했어. 상냥하고 엄격한 데다 무책임하지만 따스해. 전에 가와사키가 말했었어."
"그게 하느님의 목소리라고 그가 말했어."
"너는 이야기 도중에 끼게 된 것뿐이야. 사과할 필요 없어."
그 기묘한 격려에 약간 납득했다. 나는 내가 주인공이고 지금 이렇게 생활하는 ‘현재’야말로 세상의 중심이라고 믿고 있지만, 실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걸 깨달았다. 가와사키들이 체험한 ‘2년 전’이 진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주역은 내가 아니라 그들 세 명이다.-390.쪽

"온 세상의 동물이나 인간이 행복해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하잖아. 환생하는 기나긴 인생 속에서 우연히 만났는걸. 사이좋게 지내야지."
430~432
"밥 딜런."
라디오카세트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그의 대표곡인 이었다.
"맞아."
가와사키는 그렇게 말하고 바로 그 라디오카세트를 코인로커 안에 밀어넣었다.
"어떻게 된 거야?"
이건 뭔가 특별한 의식일까? 나는 의아했다.
"하느님을 가두는 거야."
"하느님의 목소리를 로커에 집어넣고, 그렇게 하느님을 가둔다는 거야?"
"반복 설정을 해놓았으니까 계속 울릴 거야."
"이런 짓을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지?"
"신을 가두면 나쁜 짓을 해도 들키지 않는다고 말했어."
"근데 이렇게 한다고 정말로 하느님을 가둔 건 아니야."
"의식이란 게 원래 그런 거지."
"의식이구나?"
"부탄 사람은 대용품으로 속이는 게 특기거든."
나는 그의 개운한 얼굴을 보는 동안 사소한 의문이나 하잘 것 없는 상식은 아무래도 상관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렇구나."
"우리는 신을 가둔 거야."
이것은 나와 가와사키의 코인로커라고 생각했다.
바보스럽다며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내안의 내가 있었지만 나는 그 녀석을 눈치 채지 못한 척했다.
- 우리는 좌우로 나뉘어 걸어갔다. 마치 끝없이 절대로 교차하지 않을 직선 위를 둘이 나아가는 것 같았다.-425.쪽

‘부탄 사람이건 어느 나라 사람이건 넌 내 소중한 이웃사촌이야.’라는 말만은 전하고 싶었다. ‘언젠가 부탄을 안내해 줘.’라고도.
440. 눈앞의 교차로를 귀여운 시바견이 가로지르는 것이 보였다. 까만 시바 견이었다. 털의 결은 좋았지만 목걸이를 하지 않아서 떠돌이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코가 오른쪽으로 비뚤어진, 특징이 또렷한 개였다.
시바 견은 멈춰서 나를 뚫어지게 보며 ‘돌아가니?’하고 묻는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속으로 ‘돌아올 거야.’라고 대답하면서 그 옆을 지나쳤다.-4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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