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미따
프란시스코 시오닐 호세 지음, 부희령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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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더 중요한 기능은 아마도 도덕적 딜레마에 대한 묘사일 것입니다.
문학은 도덕적 딜레마를 제시함으로써 독자들로 하여금 옳고 그름을 구분할 수 있게 해주며, 신이 부여한 도덕적 선택에 대한 자유를 구가하게 해줍니다.
어떠한 종교도, 정부도, 정치적 운동도 이런 일을 할 수 없습니다.
p. 13
"이 나라를 똥구덩이 같은 역사에서 건져 올리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지나버린 과거가 아니다. 오로지 우리를 짓누르는 죽음과도 같은 부패를 인식하고, 그것을 반드시 척결해야 하는 현재뿐이다."-2쪽

"예술가들이 시적(詩的)으로 아름답게 재창조하지 못하는 것들은 이 세상에 없어요. 왜 우리는 문학작품을 읽죠? 문학은 사실도 아니고 돈 버는 능력이나 상품을 만드는 기술, 살림 솜씨를 키워주는 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앞으로 여러분이 해야 할 일은 그런 것들이잖아요. 우리가 문학작품을 읽는 것은 사람들에 대해 배우기 위해서예요. 문학과 문학의 문제들 속에서 우리자신을 볼 수 있기 때문이지요. 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보고 우리는 스스로를 명료하게 알 수 있어요. 자기 자신을 스스로에게 설명할 수 있어요. 그래서 자기 자신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는 거지요."

"그러면 외설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내가 알려주지요. 차별이 바로 외설이에요. 나는 이렇게 말하겠어요. 여기, 부유하고 이기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 학교 안에서 무책임한 부를 자랑하는 것, 그게 바로 외설이지요!"-141~142쪽

왜 그녀는 과거를 알아내려 했고, 왜 그 망령에서 벗어나려 했을까? 그녀는 진흙을 뚫고 싹을 틔웠으나 운명은 그녀 앞에 남루한 현실을 던져주었을 뿐이다.-194쪽

"이 나라가 서서히 자멸하는 것을 지켜보게 될 것 같아. 이번에는 외국의 통치세력도 필요 없을 거야. 우리 스스로 파멸하는 축복을 받게 된 거지. 전쟁이 끝난 뒤 우리에게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있었어. 용기와 이상만 있었다면, 식민통치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악덕을 스스로 제거할 수만 있었다면, 무너진 돌 더미 속에서 이 나라를, 다시 세울 수 있었을 거야. 우리의 교육체제는 전혀 쓸모없어. 내가 바로 그 체제의 산물이지. 결국 우리가 만든 것이니 그 결정적인 허점을 비난할 자격이 없을지도 몰라. 다가올 암흑은 우리가 불러들인 거야."-310~311쪽

"- 우리를 괴롭히는 슬픔에도 행복이 있어. 슬픔 속에는 지혜가 있고, 삶과 예술의 근원이 있지. 당신이 좋아하는 문학이 바로 그런 거야. 문학의 배후에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비통함이 있어. 그것은 우리를 움직이게 해. 행복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창조하는 거야."-396쪽

"아니타, 그건 다른 사람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그 애는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들과 약하고 가난한 사람들……부당하게 고통 받는 사람들을 사랑해. 아니타, 잘 들어. 나는 릴리를 존경해. 그 애는 오래전에 내가 마땅히 했어야 하는 일을 하고 있어. 안락함에 젖어들어 타락하기 전에 했어야 했던 일 말이야. 그 애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그리고 지금 그 애가 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잊지 마. 내 말 듣고 있어? 용기 말이야. 우리들 대부분이 잃어버린 것."-431쪽

나처럼 내 나라도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아무도 그것을 멈출 수 없을 거야. 만약 종말의 시간을 늦출 수만 있다면 치료 방법을 찾게 될 지도 모르지. 우리를 갈라놓고 서로 멀리 떨어지게 만든 그 틈은 지금도 점점 더 벌어지고 깊어지고 있어. … 우리 자신으로부터 우리를 방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481~쪽

아름다운 조국이 내 민족에 의해 파괴되어가고 있기에 나는 울고 있어. 폭력과 무질서, 슬픔과 절망이 넘쳐흐를 날들이 오게 될 것을 알기에 나는 울고 있어. 주어진 기회를 헛되이 놓쳐버렸으므로, 앞으로 태어날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스럽게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나는 울고 있어. 여기 신주쿠서 길을 잃고 나는 울고 있는 거야.-49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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