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이뷔똥
김윤영 지음 / 창비 / 2002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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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7)
리뷰.

 

2002년 11월에 구입했다. 2번째 읽은 셈이다. 책장을 훑어보다가 밑줄 긋기나 리뷰로 옮기지 않은 책이 있는 것을 발견하고(그게 상당하다;), 새로이 읽기 시작했다, 25일 취침 전 잠깐부터. 단편 하나하나 차례로 거듭 읽을수록 신선한 재미를 선사하는 소설집이 있는데, 딱 이 책이었다. 다소 거슬렸거나 가벼운 흠이 있다면, 편집과정에서 착각을 한 건지 띄어쓰기 틀린 부분이 더러 발견되었고, 문법에 어긋난 부분도 간혹 보였다는 점이다. 책 표지의 띠지에는 작가 소개가 조금 과장이다 싶게 언급되어 있다. ‘제1회 창.비 신인 소설상 수상 작가’ 그 밑에 (경쾌한 호흡, 세련된 감성이 뿜어내는 싱싱한 재미)라고. 딱 눈에 띄었을 때, 너무나도 거창하고 비행기 태워주기 식 평이 아닐까 싶어 구깃구깃 종이를 접은 듯한 표정으로 읽기 시작했다.

싱싱한 재미라고 하기에, -몇 가지 단편소설은 빼고- 지루한 면이 없지 않았다. 게다가 경쾌한 호흡이라 하기엔 대체 어디가?, 구시렁거리며 읽었던 것이다.(뭐, 내 주관적 입장이 포함되었겠지만)어쩌다 문장의 연결이 뚝뚝 끊기듯 갈기갈기 찢긴 느낌이 나고, 텅텅 빈 연상이다 싶은 문장이 종종 보이기도 했다.
 
우선, 전체적인 소설집의 단면을 한 마디로 풀이하자면, 독특한 자의식의 주인공을 선별하듯 그리면서 실험적 형상화 방법을 활용하여 구성을 짰다. 구성적 요소에서 표제작과 [철가방 추적 작전]이란 단편 두 가지가 꽤 구미당기는 편이었다.
[유리동물원]이란 단편은, 주인공의 실종에 주변인물의 진술이 중심 뼈대였고, 차례차례 진술을 토대로 진행이 되고 있었다. 관계 맺기 방식을 선택한 소설이었다. 나름대로 성실하고 똑 부러지는 직장인에다 겉보기에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 (등장인물들이)판단했던 주인공이, 신경쇠약과 만성우울을 앓는 복잡한 내면의 소유자이고 여러 가지 혼란을 겪는 동안 어딘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흘린 바가 있고, 그야말로 사라졌다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암시를 바탕에 깔아두고 있다.

 

[음치 클리닉에 가다]와 [풍납토성의 고무 인간], 두 단편은 생생하게 영상이 그려지는 소설이었다.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었던 것 같다. 뉴스에 사건 보고하듯 리포터처럼 내게 장면 전달을 해주는 듯 느껴졌다. 부르짖는 소리가 귓가에 착 달라붙고, 끔찍하다 싶은 광경이 바로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질끈 감아버렸다. 주인공들의 의지 문제를 떠나서, 다시 되돌리고 싶지 않은 과거일 수밖에 없다.
[거머리]는 다단계 판매를 소재로 인물들의 대화를 통한 그 화제와 소설 주인공의 삶을 유추할 수 있는 구성을 취하고 있었다. 특별히 이끌리거나, 그렇게 좋았던 표현도 여럿 발견 할 수 없었던, 아주 담담하게 읽었다. 자본주의의 집요함이 느껴지고, 곳곳에 돈을 향한 광기의 흔적이 역력하고, 더 나아가 선함과 악함의 경계가 불분명하다는(두 개의 평행선과 같이) 주제 의식이 드러나지만, 딱히 기억하고픈 소설은 아니었다. 이렇다 할 주인공의 성격 변화가 없었고, 대개 자신이 처한 환경이 모든 악의 근원이라는 발상이 내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환경도 그 요인이 될 수 있지만, 어떤 일에든 수동적 대응을 하는 것도 꽤 문제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행위의 주체가 되지 못하고, 격동적인 흐름에 맞추기 어렵고, 그렇다면 환경 탓만을 해서는 안 되지 않을까?

 

[거머리]와 [그때 그곳에선 무슨 일이 일어났나], 두 소설은 시점이 분산되었기에 혼란을 안겨주었다. 방향을 잃고 떠도는 난파선 같은 영상. 역효과가 나서 산만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어느 공간에 갇혀서 구출되기만을 기다리는 의지가 약한 자아가 가득했지만, 당돌한 화자가 인상적이었던 [비밀의 화원]이나 능동적이었다고 기억하는 주인공과 호흡이 짧아 스피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개인적 취향의 소설이었던 [철가방 추적 작전]은 오래도록 씁쓸하기도 한 여운이 가시지 않는다.

 

이 작가는 재능보다는 노력이 엿보인다. 자료 수집도 많이 했고, 이미 자리를 잡은 요소들을 바탕으로 그 위에 덧씌우듯 소설을 탄생시켰다는 생각을 한다. 군더더기를 넘어 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느슨한 문장이 아쉬웠다. 계단을 오르고 내려가듯, 차츰차츰 단계를 밟아 더 나은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4년 만에 나온 두 번째 소설집 [타잔]을 구입할 계획을 세우면서, 부족한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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