뭍이 없는 바다에서 혼자, 방향도 모른 채,
이유도 목적도 없이,
헤엄칠 줄 모르는데 헤엄쳐야 하는 것과 같았다.
그리고, 더욱 비장한 것은
나는 뭍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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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내가 좋아하는 놀이 가운데,
한 자리에서 빙빙 도는 것이 있었다.
나는 혼자, 집 앞 골목길에서 그 놀이를 했다.
두 팔을 옆으로 좍 벌리고, 최대한 빨리, 빙빙 돌았다.
더 빨리, 더 더 빨리.
사방의 경치가 흐르고 흘러 가로줄 무늬가 되면서,
금방 몸의 중심을 잃었다.
뻗은 두 팔은 뻣뻣하고, 제멋대로 오르내리고, 내리려 해도 내릴 수 없었다.
그리고 한 자리에서 돌았다고 생각했는데
알지도 못하는 새 엉뚱한 곳으로 이동해 있었다.
그러다 벽이나 전신주에 부딪힌 일도 몇 번이나 있었다.
아아, 부딪히겠다, 부딪히겠다, 다가간다, 다가간다, 고
먼 의식으로는 알고 있는데, 멈출 수가 없었다.
부딪히거나 넘어진 후에는,
눈을 뜰 수가 없어 감고 있어도 주위가 빙빙 도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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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몸을 제어할 수 없어지는 순간과,
실제로 꿈틀거리는 세계를 몸으로 체감하기 전에는,
그 후의 불쾌함 따위 아무것도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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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멋대로 돌아가는 세계에 아무도 손 댈 수 없고,
내 몸마저 내가 제어할 수 없는
강렬한 감각이 재밌었다는 것만 기억할 뿐이다.

 
- 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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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어렸을 적 저런 놀이를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다만, 나는 혼자가 아니라 내 동생이랑 동네 친구들이랑 어울려서 놀았다는 것.
새삼 그리워지기도 한다.
자전거 질주 & 마당 & 숨겨진 골목 & 비가 오는 풍경.

2006.12.11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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