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 색깔의 논이 평평하게 펼쳐져 있었고,
한참 먼 곳에는 하늘과 땅 사이에 선로가 있었다.
도화지에 그린 그림에 장난으로
지퍼를 그려놓은 것처럼 쭉 뻗은 직선이었다.
하얀 바탕에 빨간색 전철이 지나갔다.
마치 지퍼를 여는 것처럼.
열린 지퍼 건너편으로
뭔가 다른 경치가 펼쳐져 있지 않을까 하는
어린아이 같은 기대를 가지고
나는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보았지만,
전철이 지나가자
익숙하게 보아 온 경치가 그 자리에 있었다.

- 공중정원, 가쿠타 미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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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과 영상이 너무 좋아서, 몇 번이고 곱씹으며 되짚었다.
개인적 견해로, 주제의식은 [전체적으로, 변함없는 일상]을
전철이 지나가는 장면으로 오버랩 시켜 담은 것 같다.
환상이 가득한 배경, 번쩍하는 풍경,

혹은 짜릿한 감각을 원하지만,
유유히 흘러가는 일상이 펼쳐지는 것처럼.

2007.01.02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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