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지의 표본
오가와 요코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수첩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내 리뷰. (04/13)

   이틀에 걸쳐 읽었다. 문장이 깔끔하고 속도감 있어서, 빨리 읽을 수 있었던 듯하다.

   [약지의 표본], [육각형의 작은 방] 두 편의 소설이 실려 있는데, 각각 나름의 특별하고도 독특한 매력이 있었다. 그게 무엇이 됐든, 표본으로 봉인한다는 그 행위에 어쩐지 섬뜩하면서도, 한편으로 신비로웠다. 스스로에게 표본으로 보존하고 완성하고 싶은 소품이 있었던가? 떠올려보기도 했다.

   데시마루 씨가 주인공에게 선물한 구두는 그의 소유를 암시하는, 그리고 그에게서 벗어날 수 없는 암시를 위한 복선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소녀가, 자신의 화상 흔적을 표본으로 만들고 싶다고 한 순간, 경직과 함께 섬뜩한 기운이 찾아들었다. 어쩐지 소녀가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생겨났기 때문이었다.

   표본실은 비밀의 공간인 만큼 혼자만의 착란 속에서 모자이크 망상을 가졌다.

   기괴함이 공간을 내리누르고, 표면적으로는 표본시험관이 즐비해 있지만, 그것은 겉보기에 지나지 않을 뿐, 구석에 어렴풋하게 숨겨놓듯 지하로 통하는 계단이 있고, 그 너머에 더 끔찍한 장면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까지 했다. 여기저기 방치된 시체가 널려 있을 거라는. 살이 문드러져 가고 있거나, 이미 해골이 된 것도 있을 거라는. 더불어 소녀는 도망가지 못하도록 쇠사슬에 묶여 벽에 걸려 있을 거라는. 어디까지나 망상일 뿐이라고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예전 근무하던 여자들 몇몇은 행방을 모른다는 문단을 보고서는, 나 스스로가 확신을 가졌던(-_-)<- 잔인함을 좋아하는 어쩔 수 없는 취향;

   그렇지만 표본실 내부는 끝내 공개되지 않는다.(아쉬움;)

   나 자신이 고이 담아두려고 했던 소설은 [육각형의 작은 방] 이었다. 마침 무언가 계기가 되었던 내면의 웅크린 자신도 한 몫을 더했다. 육각형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 주인공은 처음에 살짝 의심했었다. 그에 따라 나도 약간의 스릴을 가지고 하나하나 짚어나갔다. 점점 빠져들면서, 실제로 이런 공간이 어딘가에 존재하지 않을까 생각도 들었다. 책에 몰두해 있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들면, 바로 앞에 딱 대기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결말 부분에서, 이야기 방과 미도리 씨, 유즈루 씨의 행방을 알고 싶어 하는 주인공의 초조한 모습에서 어쩐지 안타까운 마음과 답답함을 함께 느꼈다.

   구석에 웅크리다시피 한 갑갑한 기운을, 억눌려진 무게를_ 이야기를 통해서 해소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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