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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하스 의자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2005.04.03, 교보 제 북로그에 올렸던 것입니다.
쭉 올리고 나서, 새로운 리뷰 쓸 예정입니다.
'웨하스 의자'란...
웨하스 의자는 내게 행복을 상징했다. 약하고 무르지만 반듯한 네모. 그 길쭉한 네모로 나는 의자를 만들었다. 조그맣고 예쁜, 그러나 아무도 앉을 수 없는 의자를. 눈앞에 있지만……, 그리고 의자는 의자인데, 절대 앉을 수 없다.(본문 71page)
'사랑해.'
애인은 나의 눈을 가만히 쳐다보고는,
'나도 사랑해.'라고 말했다.
나는 매일 조금씩 망가지고 있다.(본문 144~145page)
두 주인공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음을 웨하스 의자에 빗대어 표현했다. 바삭바삭하고 쉽게 부서지는 과자로 얼렁뚱땅 모양만 내어 의자를 만들어봤자 아무도 앉을 수 없어 별 소용이 없는 것처럼, 감정에 충실한 두 주인공이 서로를 갈망하고 달콤한 행위들을 하지만, 그 내면에는 절망이 도사리고 있다.
지속되기 어려운 상황의 사랑을 아기자기한 일상과 읽기에 무리가 없는 문장으로 잔잔하게 풀어놓았다.
주인공은 때로는 어린애처럼 사랑을 쥐고 놓지 않으려 하고,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여 악착같이 매달리지 못함에 안타까워하기도 한다. 외로움 속에서 스스로의 자아를 더욱 강하게 인지하고 선택을 해야함을 자각하는 순간이 슬슬 찾아온다.
소수를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을 가진 작가라고 평해놓은 것이 있다. 이제껏 이 작가의 작품들을 빠짐없이 다 읽어왔고, 매번 드는 생각은 그것이었다. 소소한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고 다정함으로 다가간다는 것. 의식하지 않고 흘러가는 하루의 자그마한 단서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 함에 전해져온다. 그래서 많이 부럽고, 많이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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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불륜이라고 말할 수 있는 관계(부인이 있는 남자를 사랑하는 한 여자, 가정을 가진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 그리고 그들의 사랑)에 대해 문학의 사회학적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본다.
물론, 저자는 그들의 관계가 지극히 합리적이라거나 행복한 결말이 기다린다는 식의 청사진을 내놓지 않는다. 단지, 어쩔 수 없이 사랑한 사람이 '부인이 있는 남자'였을 뿐인 한 여자가 있고, 그녀의 사랑과 주변에 대해 고운 시선으로 바라봐 줄 뿐이다. 고통과 슬픔이 예정돼 있다 해도 소중하게 다가온 사랑을 정직하고 충실하게 맞이한 사람들에 대해서 말이다.
한 개인으로써 누구나가 지켜야 할 법이 있고, 사회적 규범과 개인적 도덕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면서 살 수는 없지만, 그런 것들을 위해 사람들은 또한 얼마나 많은 것들을 흘려보내며 놓치고 있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또한 평범한 사람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이러한 관계는 어찌보면, 결국 소외된 사랑의 한 전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출판사 서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