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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클럽
레오 담로슈 지음, 장진영 옮김 / 아이템하우스 / 2020년 8월
평점 :
옛 직장동료는 나에게 책도 많이 보면서 책을 어디로 보기에 멘탈이 그렇게 약하냐고 하였다.
책을 많이 읽으면 멘탈이 강해지는가? 많은 사람들이 멘탈 강해지는 법, 자존감 높이기 위한 처방으로 독서를 권한다.
독서가 마음에 주는 위로와 긍정적 효과는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 세상만사에 무감각해질 수 있느냐(많은 사람들이 이를 강한 멘탈과 동의어로 사용한다.)에 대해선
무조건 YES라고 할 수는 없다.
오히려 책 속의 이상과 내가 사는 현실의 괴리에 더 화가 차오를지도 모른다.
그래서 아는 게 병이란 말도 있지 않던가.
물론 이상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는 범인의 경지를 뛰어 넘은 사람은 실제로 무감각이 아니라 무던해 질 수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책 좀 읽었다, 책 좀 좋아한다로 도달할 수 있는 경지는 아니라서 책을 읽어도 읽어도 내가 사는 현실에 대한 분노와 슬픔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독서에 희망이 있는 것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도피처가 된다는 것.
뉴스를 보면 화가 나고 슬프니 책으로 도피. 더욱이 이 책처럼 두꺼운 책이면 도피처로 더 좋다.
대학시절 나의 친구는 밥을 먹으며 하이데거, 니체 등 저명한 철학자의 사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한참 신나게 늘어놓다가 내 눈치를 살폈다.
재미없지, 미안해 이제 네 얘기를 해 볼래라고 했는데 난 사실 한마디도 못 알아들었지만 재미없거나 지루하지는 않았다.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보다 우월한 교양인이 내 앞에서 말을 하고 있다는 게 즐거웠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20대의 나는, 매순간 "improve"해야 한다는 강박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교양인과의 대화는 나에게 안도감을 주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러한 기분이었다.
솔직히 100퍼센트 이해하지는 못했다. 사실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재밌지도 않다. 너무 두껍고 흥미로운 주제도 아니라서 가독성이 좋지는 않다.
하지만 책을 읽는 내내 "improve" 에 대한 안도와 즐거움을 주었다.
현실에서 사람이 모여서 나누는 대화들은 문득문득 나에게 자괴감을 준다.
동네 아주머니들이나 직장 동료들끼리 모여서 대단한 철학적인 토론을 하는 것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독서모임이나 세미나에서 오고가는 말들의 수준에도 자괴감이 드는 것은 마찬가지다.
심지어 TV 교양프로그램 패널들의 대화, 국정감사에서 질의응답의 수준에도 자괴감이 든다.
그런 점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고 솔직히 읽는 게 쉽지 않았던 이 책이 나에겐 평화로운 도피처였다.
1. 좋았던 점
나보다 우월한 교양인들의 교류를 보며, 나는 아니더라도, 사람은 교양있고 수준있는 종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2. 아쉬운 점
목적 있는 독서에는 적합한 책이라 할 수 없다.
재미가 목적이라면 재미있는 책이 아니고, 지식을 얻는 것이 목적이라면 특별한 지식을 얻을 수 있는 책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단편적으로 말하자면 어렵고 가독성이 좋지 않고 흥미롭지 않다.
3. 추천하고 싶은 대상
지적 대화를 원하는 사람. 비판적 책읽기를 즐기는 사람. 현실에 지치고 실망한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대중적인 책은 아니지만 분명 매니아층은 있을 것이다.
4. 총점
10점 만점에 8.9 (대중성, 일반성의 부족이 대부분의 감점 요소이지 책 자체는 흠 잡을 데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