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뻔뻔하게 말해 보리다

뻔뻔하게 말해도 호감을 얻는 대화법
후지요시 다쓰조 지음, 박재영 옮김 / 힘찬북스(HCbooks) / 2018년 11월

출판되는 책의 추세를 보면, 나와 같은 시대에 나와 가까운 장소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지금 고민은 무엇인지 보이게 마련이다.

요즘 이런 내용의 책들이 출판되고 있다는 것은, 마음에 있는 말을 하지 못해 속앓이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겠지.

세상이 바뀌어서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사람이 변하는 속도는 세상이 변하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끙끙 속앓이를 하며 살아가고 있다.

심지어 할말 다하고 사는 사람들 조차도, 하고 있는 말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어차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세상인데 일각을 제외한 빙산의 몸통은 각자가 품을 몫이지 세상을 향해 다 뱉을 수야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아니, 이 책은 말한다. 그 빙산을 품고 사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고.

내몫이라며 그 차갑고 날카로운 것을 품고 살고 있으니 마음에 병이든다.

꽁꽁 얼어서 날카롭고 차가운 채로 뱉어내는 것이 문제지, 녹이고 다듬어 잘 흘려낸다면 사회도 개인도 다치지 않는다.

그러니까 제목처럼 진짜로 뻔뻔하게 말하라는 것이 아니다.

"긍정적인 내용은 말하고, 부정적인 내용은 참는다"가 아니라 기분과 말투와 표정에 신경을 쓰라는 것이다.

저자는 본인의 일화를 소개하며 이러한 점을 설명하고 있다.

그 중 한 일화는 거래처가 일정을 당겨달라하는 요청을 거절하지 못해서 일단 된다고 말했다가 연쇄로 곤란을 겪은 작가의 경험담도 말하고 있다.

사실 요즘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가 그 경험담과 유사하다. 안된다고 말하면 되고, 못한다고 말하면 된다.

안되는 이유, 못하는 이유를 잘 설명하고 일정을 조절하면 되는데 그 말을 못해서 무조건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감당을 못해 헉헉 거리고 있다.

알겠다는 말은 내 딴엔 최대한 납기를 맞춰보려 노력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빨래 해볼게요, 최대한 맞춰볼게요.

그런데 나의 의도와 과정은 중요하지 않다. 알겠다고 대답해놓고 요청한 시한까지 못하면 오롯이 나의 무능함으로 돌아올 뿐이다.

애초에 안된다고 했으면 나도 무리하지 않아도 되었을테고, 요청하는 쪽에서도 그 일정에 맞춰 후속 조치를 계획할 수 있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좋은 의도였다고는 하지만 나는 그 순간의 갈등을 피하고 싶었던 것 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아니, 설득할 자신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설득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당신의 주장이 논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p.33)

인간은 지극히 감정적인 동물이고 자기합리화의 동물이라는 사실을 우리는 매번 잊어버리고는 한다.

말을 하고 있는 사람도 논리적이지 못하고 듣는 사람도 논리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각자는 본인 스스로가 논리적이지 못하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말하는 사람은 듣는 사람이 말이 안통한다고, 말을 듣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이 도통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이해를 위해서는 논리가 필요하지만 설득을 위해서는 반드시 논리가 필요한 것도 아니면, 논리로 비롯된 이해가 반드시 설득으로 연결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아주 조금 깨닫고 있다.

그러니 내일은 아주 "뻔뻔하게" 말해 볼 것이다.

아주 뻔뻔하게 말하고도, 알았다고 말하던 시절보다 호감을 얻어 볼 것이다.

#북코스모스#서평이벤트

"당신의 주장이 논리적이라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