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써보는 페이퍼.
미우나 고우나 3년여를 함께 했던 저의 휴대전화가 운명하였습니다. 그동안 수영장 물도 주고 맥주도 가끔 나눠주는데도 잘 버텨주는 걸 보고 그가 불사신이라 여기며 함부로 대했으나, 정작 한번의 충격도 주지 않은 조용한 순간에 팍- 하고 눈을 감더니 다신 눈을 뜨지 않았습니다. 그대로 조용히 가버렸습니다. 그동안 아껴주지 못했기에 큰 고통없이 편하게 간 것은 저로서는 마음이 편합니다. 단, 일말의 미련도 남지 않는 것은 조금 슬픕니다만, 하나 걸리는 것이 있다면 그동안 모아온 조카 사랑이의 사진입니다. 친한 친구의 딸이므로 조카는 조카입니다. 제게 친조카가 생긴다면 저는 고모가 되므로, 왠지 친조카보다 사랑이에게 더 마음이 갈 것 같다는 게 지금의 생각입니다. 사랑이는 어제부로 이 세상에 태어난 지 200일을 맞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천사같다는 표현이 잘 어울립니다. 그녀는 제 친구를 닮아 머리숱이 없어서 약간 사내아이같고 제 친구의 남편을 닮아 똥을 기저귀가 넘치도록 싸지만 이름 값은 하는만큼 사랑스럽습니다. 제가 사랑이 같은 딸을 낳는 것은 상상이 되지 않습니다.

아. 휴대전화 이야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휴대전화 없이 산 지 약 30시간 밖에 되지 않았으나 온 세상 사람들이 다 저를 찾을 것 같은 기분에 비해 정말로 저를 찾는 사람은 없어서 조금 놀랐습니다. 카톡을 안해서 친구들과 소통할 수 있는 길은 페이스북 메신저뿐인데 오후 내내 자리를 비우다가 엄청난 양의 메세지를 기대하고 웹으로 페이스북에 접속했으나 절 기다리고 있는 메세지는 없었습니다. 그동안 항상 제가 먼저 남들을 찾았는가 봅니다. 다 그런거군요? 혼자 초조함을 느끼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