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제일 먼저 감사한것은 아들인가 딸인가가 아니라 손발 몸 전체가 정상이라는것..
하지만 아이를 키우다보면 어느새 세상에 없는 웬수가 되버린다..속마음과 다르게 별의별 악담이 다 나오며 내가 어른이 맞나 싶게 유치하게 아이와 싸울때도 있다.

항상 아이들에게 하는말..
"엄마는 착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너희들때문에..엄마가 나쁜 사람이 되잖아~~~~~~~~~~"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내 인격수양이 덜 된탓인걸..주변에 보면 너무나 좋은 엄마도 많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게 병원 24시 같은 아픈 사람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엔 잘 보았다. 그런데 좋아질 가망없는 환자들의 투병기를 보는것이 너무 마음 아프고..그런 프로보면 왜 그렇게 아픈 사람들은 많은지..

어젯밤에 SBS에서 밤늦게하는 프로그램을 보았는데..이제 초등학교에 입학할 나이의 여자아이가 나왔다. 처음부터 못 본 나로선 아이의 온몸이 피부가 벗겨져 있고, 손가락이 뭉특하게 붙어있는걸 보고는 화상의 후유증인가 생각했다. 사실 그냥 보기엔 섬뜩했다..그래도 계속 보았더니..휘귀병의 일종인 수포성피부~~라는 병인데 피부가 재생을 못해서 진피가 다 드러나게 되서 매일 소독을 해야하고 손가락과 발가락이 다 붙어버리는 후유증이 있단다. 아이는 목욕할때 소독할때 죽을듯이 아파했다.ㅠ.ㅠ 그런걸 매일 해야 하다니..

아이가..너무나 똑똑하고 자기때문에 힘들 부모님을 생각해선지 너무나 아플때도 괜찮다고 말해주는데..정말 가여웠다. 이제 백일정도로 되보이는 여동생의 정상적인 손가락을 보면서 이쁘다고 하는 아이..발병하기전인 자신의 정상적인 이뻤던 돌사진을 보면서 정말 자기가 맞냐고 엄마에게 물어보던 아이를 보면서 울고 말았다.엄마는 아이때문에 강해졌겠지만 아이를 너무나 담담하게 대하면서 정상아이를 대하듯이 했다. 그러기 위해선 가슴에 얼마나 피눈물이 날까?

방송때문이었는지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에 갔다. 아이가 상처 입을까봐서 외부와는 거의 격리해서 키운 부모는 정말 떨려했다. 유치원 아이가 '너는 왜 그래? 어디 아프니?' 물어보자 아이가 '응 난 아파'했다..그러고는 관심끝..아이는 혼자 놀고 있고..다른 아이들은 아이 곁에 오지 않았다. 방송을 위해서라지만 너무 심하단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는 미술학원에 가서 황현정 아나운서가 아이보다 조금 나이가 있는 언니들에게 아이를 소개햇다. '00는 아파서 여러분과는 달라요. 하지만 이것은 옮는 것도 아니고 여러분에게 해를 끼치는것도 아니예요..그러나 00는 너무나 아픈병이죠. 여러분이 친구가 되고 사이좋게 지내주세요' 하자 아이들은 금방 친구로 받아 들여주었다.

방송을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서인지..하지만 이렇게 시청자를 불편하게 했어야할까? 유치원 아이들이 나쁜것은 아닌데..다만 어리고 더 친해질 기회가 없었을뿐인데..

아이는 무료로 손가락을 분리해주는 수술을 받아서 앞으로 생활하기가 더 편해질거란다..수술실에서 나온 아이를 붙잡고 엄마는 처음으로 눈물을 펑펑 흘린다..이렇게 아프게 낳아주어서 미안하다고..여기저기 후원해주는 업체에서 안아프에 소독해주는 약과 붕대등을 지원해준다..아이는 그것만으로도 매일의 고통에서 해방될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후원 기간이 끝나면 소시민인 그 부모들은 계속 아이에게 지금처럼 치료해줄수 있을까? 휘귀병은 건강보험에서 지원해 주어야 하는것 아닌가?

자신은 아플수 없고 아프면 안된다고..가족을 위해 건강해야한다고 매일 다짐하는 아빠의 어깨가 너무나 안스럽다. 수술때문에 일년 유예된 아이는 내년에 입학해서 학교 생활을 잘 해나갈수 있을지..프로그램 보고 나선 내내 기분이 무겁다.

'말아톤'이란 영화를 보고서 느낀 기분과 같다..정상으로 태어난 우리아이들..그리고 나의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며 살자구..이런 프로그램을 보면서 나의 행운을 느낀다는게 미안하지만 ..그로 인해 우리 아이들은 나에게 한번이라도 덜 혼나게 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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깍두기 2005-02-20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둘이 오늘 두 손 맞잡고 반성의 눈물을 흘려야겠구먼 ㅠ.ㅠ

세실 2005-02-20 2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마음 아픈 프로 보셨군요. 그 아이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리 아이가 건강하다는 것 만으로도 참 감사할 인데.... 갈수록 아이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니....
넘 많은 것을 원하고 있는 제가 참 이기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날개 2005-02-21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 아픈 이야기네요..ㅠ.ㅠ 어찌 그리 아픈 아이들이 많은지..

아영엄마 2005-02-21 0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프로 보면 정말 눈물만 나서... 정말 우리 아이들이 건강하게 태어난 것 안 아픈 걸 감사히 여겨야 하겠죠? 그나저나 저도 우리 애들에게 그러는데... 니들이 이 엄마를 나쁜 엄마로 만들잖어! 알아서 하면 잔소리도 안하고 화도 안 낼텐데!! 맨날 그러고 삽니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