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점심약속이 있어서 아침부터 머리감고 화장하고..나이에 안맞게 꽃분홍 바지에 샤랄라 분홍 브라우스까지 입고..1호선 전철(지하철)을 탔다..목적지는 시청역...
우리집은 수원..병점행이 지나가는 1호선 석수역앞이라서 서울 갈땐 지하철을 이용한다..약속 시간도 안 늦고..서울 대부분을 커버하는 지하철 노선으로 인해서 환승의 번거로움만 참으면 대중교통으론 최고다..
그런데 문제는 1호선의 노후한 차량으로 인해 그날의 운세가 결정된다는거다..오늘 시청까지 타고 간 지하철은 그 머시기냐..비둘기호라 할수있다..나도 비둘기 기차를 타본적은 없지만 대충 분위기는 안다..겉모습은 페인트칠 언제했는지 모르는 거무죽죽한 색에..안에는 여기저기 먼지도 좀 끼고..세월의 흔적도 느껴지는..냉방기도 덜덜거리면서 돌아가고..딱 이런 지하철이..가장 큰 문제는 안내방송이 웅얼우얼..소리가 안들린다..만일 '다음 정차할 역은 신도림역입니다'할때는 'ㅅ' 비슷한 소리가 느껴져야할텐데..'우우우우' 하면 안내방송이 끝이다..이러니 가리봉역인지..구로역인지..신도림인지...도저히 구분이 안되는거다..그리고 다른 지하철안엔 다 있는 전광판은 찾아볼수도 없어서 서는 역마다 목을 길게 빼고 정차역 벽에 써있는 역이름을 읽어야만 한다..
아침 10시30분에 탄 전철안은 반정도는 60대이상의 노인분들이고 나머지도 그무언가 생활에 지친듯한 피곤함이 배어있는 승객들이랄까..발랄한 대학생이 많은 2호선과는 다른 분위기를 뿜어낸다..자리에 앉은것은 좋은데...이런저런 딴생각을 하다가..아차 싶어서 옆의 아저씨에게 물어보았다..'여기가 무슨역이예요?' "응..종각역인가?' '녑??' 하고 일어나는데..지하철은 출발하였고..창문사이로 보이는 역이름은 '시청'...이렇게 허무하게 한정거장을 더 가서..건너편으로 전철을 타려고하니..종각역은 지하철표를 또 긁어야한다..다른역은 그냥 올라와서 내려가면 되는데..종각역은 안된다..그래서 생돈 800원을 긁고..시청역으로 되돌아 왔다..안내방송이 안들리면 정신차리고 있어야지..딴생각이나 하고..
그래도 일찍 서둘러 나온 덕에 이렇게 헤매도 약속시간 10분전에 일등으로 우아하게 도착했다..ㅋㅋㅋ 고등학교 3년 지각생의 대단한 성공이다..점심 얻어먹으려니 지각도 안하고..철 들었다..
잘 놀고 집에 올때는 통일호쯤되는 지하철을 탔다..시청-> 석수역이 목적지..이전철은 아침에 탄 지하철보단 냉방기가 쬐끔 좋고..일단 안내방송 소리가 빵빵해서 절대로 잘못 내리거나 내릴역을 놓칠 수가 없다..그래도 안밖이 허름하긴하다..1호선이 다른 지하철보다 불쌍하긴 하다..4호선만 타도 냉방이 아니라 남극이드만^^
무궁화호형 1호선 지하철은 얼마전부터 뜨문뜨문 다니는 차량인데..일단 차체부터 삐까 뻔쩍...스테인레스로 햇빛에 번쩍거리고..안에도 최신형으로 깨끗..냉방 빵빵..차량마다 안내 전광판에..눈 돌아간다..이건 운 좋아야 탈수있다..
그리고 어제 탄 KTX형 1호선 지하철...음마..이것은 창문도 하나로된 통창이라서 열릴 구멍도 없다..창문에 썬팅을 죽이게해서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이객차안에 빈자리가 있나 없나..미리 확인 불가능할 정도이다..안에는 당연히 빵빵하다..
그나마 1호선 지하철이 조금씩 노후차량을 신차로 바꾸고는 있긴하지만..비둘기호나..통일호가 더 많다..우리지하철의 산증인인 1호선이 시민의 사랑을 받도록 비둘기호부터라도 빨리빨리 업그레이드되길 바란다..최소한 역이름은 들려야할거 아닌가?
(시흥역에서 석수역까지 한정거장 남기고..광명역으로 가는 KTX하고 나란하게 달렸다..흐미..가까이서 고속전철 보긴 처음이다..안에 앉은 사람가지 보일정도로 천천히 달렸다..광명역에서 정차하느라 속도를 못내는건지..그런데 생각보다 외관이 쭉쭉빵빵하지 못했다..더 미끈하고 멋질줄 알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