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을 갈때마다,  '이중 하나는 거짓말' 을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책으로 꼽아 놓은 이유가 궁금했지만..나는 그냥 무심코 지나쳤다. 그러다 최근 우리나라 소설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면서..읽어 보고 싶어졌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도 그랬지만,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책으로 뽑힌 걸까... 작가의 고향과 연관이 있는 걸까....


/나는 그녀와 산책합니다/ 그녀의 이름은 연미정입니다/ 내 '최고의 날' 내게 일어난 일은 이렇습니다/내가 말하면 그녀가 듣습니다 그녀가 얘기하면 내가 듣습니다/우리는 함께 웃습니다/그곳에 큰 사건은 없습니다/대신 그녀가 있습니다/ 160쪽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곳 연미정,제미꼬리를 닮아 붙여졌다는 이름 연미정. 무엇보다 너무 가까이 다른 공간이 있다는 것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곳... 그렇게 강렬하게 각인된 곳이라, 소리가 엄마를 추억하는 이야기를 읽으면서도 나는 '연미정' 이란 이름이 혹시 그곳에서 오지는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거짓말 처럼 예전에 찾았던 연미정 사진을 찾아 보다가, 무심코 서 있는 정자 앞 나무가 조금 특별하게 보였다. 엄마를 생각하는 소리의 마음이 보였고, 소리를 마음으로 걱정하고 있을 엄마(연미정)의 마음....민통선안에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묘한 기분이 드는 곳 연미정,.소리 엄마의 이름을 연미정으로 한 이유에는... 어쩌면..아닐까 ..혼자 상상하는 재미가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스크랩해 놓은 그림첩을 찾아 보다가, 새롭게 보인 그림이 있어 반가(?)웠다. 예전과 같은 기분으로 보였다는 건, 르바스크의 강렬한 무엇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화가의 마음을 내 마음대로 오독하고 싶은 장면..은 나무다. 마치 커다란 개 한마리가 여인과 함께 바다를 바라보는 것 같은...


얼마전, 요하네스버그 아트 갤러리 전시에 갔다가 터너의 말이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장면이기도 했다.  "자연을 바라보는 모든 시선은 예술을 새롭게 정의하게 해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영혼이 있고 감각을 느끼는 곳"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그림이다.(사람 몸의 구조) 문제는 뇌를 설명한 지점이었다. 영혼이 있고..그래서 감각을 느끼는 곳... '뇌'를 설명한 부분에 시선이 가게 된 건 마침 <바움가트너>를 읽고 있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신간코너에서 봤을 때는 정원과 관계 있는 이야기인가 생각했더랬다. 꽃과 구름이 보여서... 그런데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면서 아니란 사실을 알았고, 그러면서도 표지를 무심코 지나갈 뻔 했는데, 절묘한 타이밍에 보게 된 베살리우스의 해부도 '사람 몸의 구조' 덕분에... 표지가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영혼이 있는 곳인 동시에...감각을 느끼는 곳. 에세이같은 소설이란 느낌을 받았다. 아내가 죽고 난 후의 공허함을 다른 것들오 채워 가는 삶은...살아 있어도 완전하게 살아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는 건지도 모르겠다. 감각이 잠시 사라진 것 같은 기분.. 줄리언 반스의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남자가..다시 살아내기 위해 찾게 되는 것들... 그래서 특별한 것 같지 않은 이야긴것 같으면서도 뭔가 특별하게 읽고 싶은 마음이 순간순간 들었는데.. 유한한 삶을, 잘 받아들이고 싶다는 마음이 그것이 아니었나 싶다.


"인간 삶이란 외로움과 잠재적 죽음이라는 고속 도로를 따라 빠르게 달려가는 통제 불가능한 차라는 독한 비전으로부터. 그러다 자동차라는 단어에 관해 생각하게 되면서 비로소 그의 생각이 구체화하기 시작했고,이것이 결국 <<운전대의 신비>>가 되었다"/228~229쪽


얼마전 국도를 달리다가, 얌전하게 손질된 전원의 한 집을 보면서, 우리 삶은 유한한데, 무한대로 살것 같은 마음으로 집을 꾸며 놓았구나..생각했더랬다. 그런데,<바움가트너>를 읽으면서 내가 했던 생각에 다시 수정을 하고 싶어졌다. 삶은,유한하지만...그것에 방점을 둘 것이 아니라.. 지금을 즐길것.그것도 수많은 것들과 연결되어 둥둥 떠다니는 수수께끼처럼...살아볼 것.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151쪽










<<운전대의 신비>가 언급되는 순간 <선과 모터사이클 관리술>이 생각났다. 아직 완독 하지 못한 탓이 크다. 분명 재밌는 책인데,두께가 만만치 않아..매번 앞페이지에서 더 나아가지를 못하고 있다, 욕심에는, 두 권으로 다시 개정판이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데...올해는 기필코 읽어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해야 해
가슴속에 사라지지 않는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밀요원 대산세계문학총서 53
조셉 콘라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드짐> 과 <어둠의 핵심>을 힘겹고 읽고 난 후 당분간 콘래드 소설은 읽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문지책방에 들렀다가,자석처럼 제목에 끌려 덥석 <비밀요원>을 가져왔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평범함을 허락(?)하지 않는 소설이었다. 심지어 아주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 악과 어리석음 인간의 저질적인 공포를 이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21쪽


'비밀요원' 이란 제목에 걸맞게, 벌록의 직업은 '비밀요원' 이다. 그런데 그가 실질적으로 하게 되는 일 보다,그의 생김새, 그가 직업으로 비밀요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들이 웃음나게 한다. 어떤 비장함도, 특별함도 없다. 그런 이들이 누군가의 지령으로 사회를 교란시킬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보였다. 콘래드는 애초부터 스파이의 멋짐을 그려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악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혁명을 꿈꾸는 이들도, 비밀요원을 자처한 인물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살아간다. 그런데 이즈음에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벌록이란 사내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되기는 할까... 독자가 궁금해 할 그 즈음 콘래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폭탄을 투척한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누군가와 살아가는 것도 '비밀요원'에 포함시킨다면, 진짜 비밀 요원은 벌록이 아니라..벌록 부인이라고 해야 할테니까.. 나는 그녀의 존재를 정말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더랬다.정말 조용하게 벌록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줄 알았다. 그녀의 속마음이 들어난 순간은, 그래서 오히려 안타까웠고..그녀가 행복해 지길 바랐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들이니까....


"광기 혹은 절망의 행위에는 도저히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영원히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였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건장한 무정부주의자는 고개를 떨구고 긴 몽상에 빠졌다"/358쪽


벌록의 죽음도, 벌록 부인의 죽음도, 우리의 어리석음이 광기로 때로는 절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죽지 않은 이들이라고 해서..덜 절망하거나 덜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무튼 벌록이 비밀요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던 독자에게 아주 멋진 일격을 남겼다.조용하기만 했던 벌록부인의 존재감 덕분에.<비밀요원>은 단순히 스파이에 관한 소설이 아니란 사실을 내게 환기시켜주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깊숙히 자리한 광기와 절망에 대한 이야기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