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 (리커버) 위픽
성해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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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사지터를 찾아 다니던 때가 있었다. 아무것도 없는 그 곳을 왜 가느냐고 묻는 지인에게 '텅빈 충만함'이 느껴져서라고 말했던 기억이 난다.  <우리가 열 번 을 나고죽을 때> 와 첨성대는 어떤 연결고리가 있는 걸까 궁금했는데, '첨성대'를 이렇게 멋지게 표현하다니, 이론적인 첨성대에 관한 설명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


"사람의 수명을 백 년이라 가정할 때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어야 비로소 천 년이 흐르는 셈입니다.참으로 아득한 세월이지요? 이 탑은 그보다 더 긴 세월을 버텨주었어요. 흔들리기도 하고 기울어지기도 하면서요 대견하지 않습니까? 재건이나 복원을 거치지 않은 유일한 건축물은 첨성대뿐이라고 부연하며(...)"/88쪽


아주아주 짧은 소설이다. 

'첨성대'를 놓고 이야기를 만들어 낸. 그런데 건축이 담겨 있고, 세월(시간)이 녹아 있다. '경주'라는 도시는 경주(競走) 라는 뜻도 품고 있었다는. 과학적인 결과물로만 첨성대를 바라보지 않는 시선이 좋았고,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높이높이 낡은 건물을 무조건 사라지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고민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좋았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건축가보다 공간에 정주하는 사람들이 더 잘 알아. 건축이란 건 설계도 안에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항상 그 바깥에서 이뤄지니까.정면으로 부딪혀야 할 때도 있지만 타협할 때도 있고 경청해야 할 때도 있는 거야"/101쪽


첨성대를 이야기하기 위해 건축이란 소재가 이야기속으로 들어온 듯 하다. 건축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 1人인데, 얼마전 정말 독특한 카페를 찾았더랬다. 평범함 속에 어떤 특별함을 만들어낸 외관이라고 해야 할까.. 독특한 건물의 카페라는 지인의 말을 듣고 따라갔다가, 홀딱 반했다. 특별한 기교가 없는 듯한데, 분명 기교가 보이고 낮에 방문할 때와 방문할 때 또 다른 공간.. 카페 실내로 들어와서도, 밖과 전혀 다른 느낌이라 놀랐던 기억.. 카페 밖의 모습만 보면, 안의 모습이 어떠한 모습일지 상상할 수 조차 없었다. 그런데 밖에서 이미 안의 모습까지 그려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가 열 번을 나고 죽을 때>를 읽은 덕분에 경주 여행을 하고 싶어졌다. 가서,첨성대를 찬찬히 올려다 보며 상상을 하고 싶어졌다. 첨성대와 이야기가 만나 재미난 결과물이 나올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이야기는 얼마나 매력적인 도구인지에 대해 새삼 놀랐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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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단자의 상속녀 캐드펠 수사 시리즈 1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손성경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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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읽기 시작한 캐드펠시리즈 가운데 인상적인 작품을 꼽으라면 <이단자의 상속녀>라고 말하고 싶다. 무척 심오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균형'잡힌 시선으로 종교란 무엇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져 주었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한때는 종교를 가지고 있었으나,지금은 종교와 거리를 둔 탓일수도 있겠고,종교라는 이름을 앞세워 들려오는 뉴스에 지친 탓일수도 있겠다.


"캐드펠은 성아우구스티누스를 좋아하지 않았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해 가차 없는 완고함과 엄격성을 보이기 때문이었다.(...)그 모든 불완전함 때문에 세상은 구제불능일 정도로 악하다고 보는 저명한 성인들로부터 캐드펠은 언제나 적당한 거리를 지켰고 그 간격을 결코 좁히지 않을 생각이었다(..)"/33쪽


 이렇게까지 솔직(?)하게 말하는 캐드펠수사의 목소리를 들었나 싶을 만큼 명확하게 말하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하면서, 읽어보고 싶은 <고백록>에 자신 없어 망설인 이유도 알 것 같고.. 그래도 읽어 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 해서 <이단자의 상속녀>를 읽는 내내 나는 이단이라 규정하는  행위에 대해, 종교란 무엇인가 라는 원론적인 물음을 따라가야만 했다. 죽을 것 같은 인물이 죽임을 당했고, 그를 헤아려 한 인물 역시 쉽게 드러날 정도였지만, 전혀 싱겁지 않았다.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여러가지 논쟁거리를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가져왔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당시에도 이 소설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지 않았을까..싶다. 지금보다 더 종교에 대한 권위가 절대적이었을 테니까...


"진정한 종교적 의무감을 내세워 자신들의 악의를 포장할 것이다"/144쪽


생각이 다르다고 일레이브를 이단으로 모는 건 얼마나 위험한가, 그러나 지금도 여전히 그러한 이름으로 서로를 공격한다. '의무감을 내세워 악을 포장' 한다는 말이 억지스럽지 않게 느껴질 정도다. 일레이브의 질문은 종교를 떠나게 된 내가 늘 했던 질문이기도 했다. 


언젠가 그는 안젤름 수사에게 이런 말까지 했다. "그러니 결국 저도 이단자인지 모르죠. 그들 모두 하느님을 믿는다고 고백하고 하느님을 기쁘게 하는 삶을 살려 애썼다면 어떻게 서로를 그토록 미워할 수 있었을까요?"/255쪽 


그리고 나는 여기에 하나 더 질문을 던지고 싶다. 하느님을 믿는다면 탐욕을 넘어, 살인까지 하는 사람들 회개만 하면 그 죄가 씻어질꺼라 생각하는 그 믿음이,더 무섭게 느껴졌다.너무도 심오한 종교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할 생각은 없다. 그러나 일레이브의 입을 통해 듣게 된 말은 평소 마음에서 가끔씩 하게 된 질문들이라 흥미롭게 읽을수 있었던 것 같다. 올바른 행동이 구원으로 가는 길이란 생각. 종교의 이상을 떠나서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가 짐슴이 아닌 인간이라면 옳고 그른 것 사이에서 선택하기 위해 그것을 사용할 수 있고, 또 그래야 한다고 믿습니다. 올바른 행동을 함으로써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일은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입니다(....) 우리가 책임져야 할 것은 우리 자신의 행동일 것입니다"/368~3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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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2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3 데미안 헤르만 헤세

4 어린 왕자 생 텍쥐페리

5 안나 카레니나 레프 톨스토이

6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8 1984년 조지 오웰

9 레미제라블 빅토르 위고

10 노인과 바다 어니스트 헤밍웨이

11 동물농장 조지 오웰

12 호밀밭의 파수꾼 제롬 데이비드 샐린저

13 이방인 알베르 카뮈

14 삼국지 나관중

15 죄와 벌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16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17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레프 톨스토이

18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요한 볼프강 폰 괴테

19 셰익스피어 4대 비극 윌리엄 셰익스피어

20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

21 파우스트 요한 볼프강 폰 괴테

22 롤리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23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조세희

24 그리스 로마 신화 토마스 불핀치

25 달과 6펜스 서머싯 몸

26 파리대왕 윌리엄 골딩

27 변신 · 시골의사 프란츠 카프카

28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29 새벽에 홀로 깨어 최치원

30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31 돈키호테 미겔 데 세르반테스

32 폭풍의 언덕 에밀리 브론테

33 디어 라이프 앨리스 먼로

34 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35 백년 동안의 고독 가르시아 마르케스

36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37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오스카 와일드

38 키다리 아저씨 진 웹스터

39 빨간머리 앤 루시 모드 몽고메리

40 일리아스 호메로스

41 열하일기 박지원

42 두 도시 이야기 찰스 디킨스

42 멋진 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43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44 부활 레프 톨스토이

45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46 웃는 남자 빅토르 위고

47 오이디푸스 왕 소포클레스

48 고도를 기다리며 사뮈엘 베케트

49 예언자 칼릴 지브란

50 제인 에어 샬럿 브론테

51 광장 / 구운몽 최인훈

52 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53 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54 무진기행 김승옥

55 위대한 유산 찰스 디킨스

56 체호프 단편선 안톤 체호프

57 페스트 알베르 카뮈

58 우리 옛이야기 백가지 서정오

59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60 아Q정전 루쉰

61 삼국유사 일연

62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63 대지 펄 S.벅

64 베니스의 상인 윌리엄 셰익스피어

65 구운몽 김만중

66 허클베리 핀의 모험 마크 트웨인

67 리어 왕 윌리엄 셰익스피어

68 금오신화 김시습

69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70 변신이야기 오비디우스

71 오뒷세이아 호메로스

72 삶의 한가운데 루이제 린저

73 마담 보바리 귀스타브 플로베

74 영혼의 자서전 니코스 카잔차키스

75 오 헨리 단편선 오 헨리

76 인형의 집 헨리크 입센

77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78 농담 밀란 쿤데라

80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81 몽테뉴 수상록 몽테뉴

82 태평천하 채만식

83 삼대 염상섭

84 눈의 여왕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85 템페스트 윌리엄 셰익스피어

86 팡세 파스칼

87 작은 아씨들 루이자 메이 올컷

88 로미오와 줄리엣 윌리엄 셰익스피어

89 세일즈맨의 죽음 아서 밀러

90 명상록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

91 한여름 밤의 꿈 윌리엄 셰익스피어

92 소송 프란츠 카프카

93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94 픽션들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95 모비 딕 허먼 멜빌

96 황금 물고기 르 클레지오

97 홍까오량 가족 모옌

98 설득 제인 오스틴

99 오셀로 윌리엄 셰익스피어

100 지상의 양식 앙드레 지드



2014년의 기록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어디에선가 스크랩을 해 온 것 같은데, 출처를 남겨 놓지 못했다. 그래도 놀라운 건 2014년 62권을 읽었다는 메모가 있어, 이후 읽은 책들을 살펴보니,87권을 읽었다는 사실. 그리고 당시 읽겠다고 했던 <명상록>을 아직도 읽지 못하고 있다는 확인^^ 지금껏 읽지 못한 책들은 앞으로도 읽어낼 자신 없어 보이는 책들이란 생각을 했다. <팡세>는 틈틈히 손이 갈때 펴보는 수준이인데...그럼에도 <수상록> 과 <명상록>은 계속 읽어 보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아마도 <이단자의 상속녀>를 읽으면서 <고백록>을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내년 1월에는 <디어 라이프>를 읽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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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둘푸스가 말했다. "교회는 자신의 결점을 정화할 의무도 지니고 있습니다"/49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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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에는 하루씩만 살게 돼요. 

다가올 내일과 지나간 어제는 생각하지 않아요. 이제야 그 모든 과정이 보이네요.정말 멋진 여행이었어요"/6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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