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나무 아래의 죽음 캐드펠 수사 시리즈 13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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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디스 부인에게 장미꽃 한 송이를 가져다 주는 것 조차 고통아었던, 엘루익수사가 죽었다.

순간,자살일 거라 생각했다.(추리소설에서 속단은 위험하다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다). 곧이어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했음을 알게 되지만, 범인을 찾을 방법이 없다. 

그러는 사이 주디스 부인은 납치인듯 실종 되고,비로소 돈과 권력에 눈 먼 이들의 모습이 드러난다. 진실이 사라지고 나니 거짓이 보이는 기분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범인일거라 생각했던 인물은(그는 엘루익 수사를 살해하지 않았을 테고) 그냥 어리석은 인물이었다

더 어리석었던 인물은 그것으로 인해 죽음을 맞았다. 조금은 쉽게 범인이 좁혀진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캐드펠시리즈에서 범인 찾는 과정은 긴장감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싱겁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범인이라 생각했던 인물이, 오히려 그러지 않기를 바랐으나, 그러지 않았다는 사실이 씁쓸했을 따름이다.


"그의 죽음은 아마 당황한 범인이 엉겁결에 벌인 우연한 비극이었겠지만 일단 그렇게 한 사람을 살해한 자라면 더 큰 일도 저지를 수 있는 법이다(...)"/298쪽


<장미나무 아래의 죽음>을 읽으면서 내가 무서웠던 건 주디스 부인을 함정에 빠드리려고 했던 그 마음 보다,한 사람을 살해한 자라면 더 큰일도 저지를수 있다는 생각을 읽을 때였다. 마침 우디알렌의 영화에서 파니의 남편이 사람을 얼마나 쉽게 죽이려고 했는지가 떠올랐던 거다.럭키데이인파리에서 파니의 남편(장)은 처음부터 계획적인 살인을 저지른 것일수도 있겠지만, 누군가를 살해한 사람은 결코 한 번으로 끝내지 않을 거란 점은 닮았다. 그런데 이것 보다 더 무서운 건 어떤 악의 없이도 나쁜짓을 버릴수 있다는 것에서 오는 섬뜩함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쁜짓을 벌이고 있다. 자신도 모르는 어떤 무언가에 끌려서... 그런데 (정말) 자신도 모르게,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에 끌려 그렇게 나쁜짓을 할 수 있는 걸까...그럴수도 있다는 캐드펠수사의 말에 공감을 하면서도 공감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든건, 현실에서  범죄자들이 자신이 한 짓을,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하는 말에 수긍할 수 없어서 인 것 같다. 결국 욕망에서 비롯된 잘못이었으니까 말이다.


"어떤 면에서는 그게 진실일거요" 캐드펠은 차분하게 말했다.

"그는 우연히 발을 헛디뎌 늪에 빠진 뒤 그 발을 빼려고 허둥대다가 점점 더 깊이 빠져든 사람과 비슷한 처지였으니까.장미나무를 쓰러뜨리려 했던 일에서부터 부인의 목숨을 노리고 습격한 사건에 이르기까지 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연속적인 사건의 늪에 계속 끌려들어갔던 거요.그러니 자기가 마침내 다다른 곳이 아주 낯설어 보인다 해도 거울 속에 비친 제 얼굴이 전혀 알지 못하는 아주 낯선 얼굴이라 해도 그리 이상할 건 없지"/324~32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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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디알렌의 영화 제목대로(?)라면 이 시를 읽게 된 건 우연일까, 우연을 가장한 행운일까... 영화 속 내용과 닮은 듯한 시 내용에 시선 고정..'반복했다' 가 수록된 시집을 찾아 보려다 문동,창비..시집 모두 읽어 보고 싶어졌다. 내용과 상관 없이..끌리는 제목들이 보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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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내가 몽상한 천재적인 예술가는 아니었다.그가 만약 천재였다면 사는 일을 위해 예술을 희생하려 들진 않았을 것이다. 그는 예술보다 사는 일을 우선했다. 그가 가장 사랑한 것도 아마 예술이 아니라 사는 일이었을 것이다. 사는 일을 위해 하나밖에 없는 재주로 열심히 작업을 했다.그뿐이었다.

훗날 그가 예술가로서 받은 최고의 평가를 생각한다면 그는 천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불필요할 때 결코 그 천재성을 노출시키지 않았다.그건 얼마나 잘한 일인가(...)/303쪽 


졸라의<작품>에서 크리스틴이 클로드에게 절규하던 순간이 떠올랐다. 예술 만큼 '사는 것'도 중요한 거 아니냐고... 오직 '예술' 만이 전부였던 클로드의 모습이 못내 안타까웠던 이유.. 예술 만큼 삶도 중요한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그 산이..'를 절묘한 타이밍에 읽게 된 것 같다.









"여보 우리에겐 인생이 남아 있어요... 이미 나이를 먹은 우리 둘밖에 남지 않았는데 서로 괴롭히기만 하고 행복할 수 없다면 너무 어리석지 않아요?(...)"/590쪽


오직 두 사람의 사랑 외에는 모든 것을 잊고 사는 삶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 아침에는 널찍한 침대에서 늦게까지 잠자고 화창한 날에는 산보를 해요.맛있는 점심 식사의 냄새가 풍겨 오겠죠.한가하게 오후를 지낸 후에 저녁엔 등불 아래에서 함께 보내는 거예요. 이제 더 이상 망상에 시달리지 말고 오직 삶의 기쁨만을 생각해요(...)"/5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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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람을 애정을 가지고 바라본다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가 다른 사람들과 다른 점은 순하고 덤덤한 데 있었고, 그런 것은 나타나기보다는 숨어 있는 특색이었다.(..) 박수근의 가난엔 그런 조바심이 없었다. 그의 그림이 빠꾸당하지 않게 하려고 온갖 아양을 다 밀고 있는 내 등 뒤로 와서 슬그머니 그림을 빼앗으면서 또 그려 주면 될 걸 뭘 그렇게 애를 쓰느냐고 위로한 것도 그밖에 없었다/302~303쪽









다시 읽어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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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연남동을 지나는 길.. 애정하던 빵집이 재개발인가. 해서 더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기억..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드디어 그 자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보게 되었다. 곧 저 자리는 또 엄청난 건물들이 올라갈테지...


그리고 읽게 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에서 마주한 문장..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시멘트로 허리를 두른 괴물은 천년만년 누릴 듯이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고, 그 밑에 묻힌 풀뿌리와 들꽃 씨는 다시는 싹트지 못할 것이다.내년 봄에도 후년 봄에도 영원히"/ 7쪽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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