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요원 대산세계문학총서 53
조셉 콘라드 지음, 왕은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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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로드짐> 과 <어둠의 핵심>을 힘겹고 읽고 난 후 당분간 콘래드 소설은 읽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문지책방에 들렀다가,자석처럼 제목에 끌려 덥석 <비밀요원>을 가져왔다. 가볍게 읽을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정말 평범함을 허락(?)하지 않는 소설이었다. 심지어 아주아주 재미나게 읽었다.


"(...) 악과 어리석음 인간의 저질적인 공포를 이용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분위기였다(...)"/21쪽


'비밀요원' 이란 제목에 걸맞게, 벌록의 직업은 '비밀요원' 이다. 그런데 그가 실질적으로 하게 되는 일 보다,그의 생김새, 그가 직업으로 비밀요원을 선택하게 된 이유들이 웃음나게 한다. 어떤 비장함도, 특별함도 없다. 그런 이들이 누군가의 지령으로 사회를 교란시킬 일을 한다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이 보였다. 콘래드는 애초부터 스파이의 멋짐을 그려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악과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는 인간이란 존재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가에 대한 이야기로 흘러간다. 혁명을 꿈꾸는 이들도, 비밀요원을 자처한 인물도,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 살아간다. 그런데 이즈음에서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흘러가게 될까, 벌록이란 사내가 어떤 임무를 수행(?)하게 되기는 할까... 독자가 궁금해 할 그 즈음 콘래드는 자신이 만들어 놓은 폭탄을 투척한다.. 자신의 마음을 속이고 누군가와 살아가는 것도 '비밀요원'에 포함시킨다면, 진짜 비밀 요원은 벌록이 아니라..벌록 부인이라고 해야 할테니까.. 나는 그녀의 존재를 정말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았더랬다.정말 조용하게 벌록의 부인으로 살아가는 삶을 묵묵히 받아들이는 줄 알았다. 그녀의 속마음이 들어난 순간은, 그래서 오히려 안타까웠고..그녀가 행복해 지길 바랐다. 그러나 작가는 그것 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인간은 어리석은 존재들이니까....


"광기 혹은 절망의 행위에는 도저히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가 영원히 드리워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그는 단어 하나하나를 외울 정도였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미스터리...." 건장한 무정부주의자는 고개를 떨구고 긴 몽상에 빠졌다"/358쪽


벌록의 죽음도, 벌록 부인의 죽음도, 우리의 어리석음이 광기로 때로는 절망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죽지 않은 이들이라고 해서..덜 절망하거나 덜 광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는 것도 아니지만... 무튼 벌록이 비밀요원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보려고 했던 독자에게 아주 멋진 일격을 남겼다.조용하기만 했던 벌록부인의 존재감 덕분에.<비밀요원>은 단순히 스파이에 관한 소설이 아니란 사실을 내게 환기시켜주었다. 인간의 어리석음에 깊숙히 자리한 광기와 절망에 대한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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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크 파이 모자를 쓴 여인' 그림을 볼때면,전시는 현장에서 봐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모자의 디테일하며, 화려한 옷과 벽지과 한몸인것처럼 표현한 것도 모자라.. 우산인지, 양산인지 사람들을 토론하게 만드는 화가의 속마음이 궁금해질정도다. 월터 리차드 시커트 ..이름은 낯설지만 저 그림 덕분에 다른 그림들을 더 찾아 보다가, 내가 이미 화가의 그림 한 점은 펠릭스 발로통의 그림으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비밀요원>을 읽으면서 느닷없이 '광기'에 사로잡힌 듯한 벌록부인을 보는 순간 애타게 그려를 닮은 그림을 찾아보고 싶었는데,월터 리차드 시커트 그림에서 벌록부인을 떠올려 봄 직한 그림을 찾았다.




그녀는 사력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옯겼다.벌록 부인은 식당의 붉은색 유리창을 지나쳤다.

"강에 빠져 죽어야 겠다"

그녀는 완강하게 이 말을 되풀이했다. 그녀는 가까스로 손을 뻗어 가로등 기둥을 잡고 몸이 비틀거리지 않도록 진정시켰다.

'그런데 아침이 될 때까지 그곳에 다다르지 못할 거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교수대를 피하려는 그녀의 노력을 마비시키고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그 도로에서 몇 시간 동안이나 비틀거리고 있는 것만 같았다"/3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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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 가트너는 지금도 느끼고 있고, 지금도 사랑하고 있고 지금도 살고 싶어 하지만 그의 가장 깊은 부분은 죽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고 있었으며 지난 10년간 그것을 알지 않으려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66~67쪽











이제 도입부분을 읽었을 뿐인데, 아내의 사별이 언급되는 순간 줄리언 반스 책 <사랑은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가 생각나기 시작했다.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68쪽











"고통은 당신이 아직 잊지 않았음을 알려준다.고통은 기억에 풍미를 더해준다. 고통은 사랑의 증거다. '그런 점이 지금까지 문제가 안되었다면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1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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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웃음..충만한 행복^^


아이가 집에 혼자 있기 때문에 어머니가 병원으로 떠난 뒤 돌처럼 단단한 절대적 공황 상태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바움가트너는 10분 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눈다.대화가 끝날 때쯤 달래는 말로 아이에게서 웃음 비슷한 것을 끌어낼 수 있고 마침내 전화를 끊고 나자 웃음이라 할 수도 없는 아주 작은 웃음이 그에게 계속 남아 있다. 그게 오늘 하루 동안 그가 성취해 낼 수 있는 단연 가장 중요한 일이 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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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양극단에 있는, 마음이 편한 사람들에게는 생각이 단순하다는 공통점이 있다"/13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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