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연남동을 지나는 길.. 애정하던 빵집이 재개발인가. 해서 더이상 영업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안내를 받은 기억.. 그리고 잊고 있었는데..드디어 그 자리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음을 보게 되었다. 곧 저 자리는 또 엄청난 건물들이 올라갈테지...


그리고 읽게 된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에서 마주한 문장..



"불도저의 힘보다 망각의 힘이 더 무섭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간다. 나도 요샌 거기 정말 그런 동산이 있었을까,내 기억을 믿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그 산이 사라진 지 불과 반년밖에 안 됐는데 말이다.

시멘트로 허리를 두른 괴물은 천년만년 누릴 듯이 완강하게 버티고 서 있고, 그 밑에 묻힌 풀뿌리와 들꽃 씨는 다시는 싹트지 못할 것이다.내년 봄에도 후년 봄에도 영원히"/ 7쪽 '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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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개질을 취미로 삼게 된 지인 덕분에,종종 뜨개질과 관련된 책을 찾아 보게 되었다. 혹 선물해 줄 만한 책은 없을까 하고..물론 이런 착한(?)마음만 있는 건 아니고, 내게 이쁜 것 하나 만들어 달라는 무언의 압력도 있다. 지난해 손가방을 선물로 받고는 감사한 마음을 넘어, 욕심히 생기고 만거다. 옷은 바라지 않는다고 했다. 어여쁜 모자를 만들어 보라고....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그러는 사이 '털실'이 들어간 시집이 눈에 보였다. 아니 <분노와 낭만의 뜨개일지>가 눈에 먼저 들어왔고, '어둠'과 '분노'를 같은 의미로 받아 들이고 싶었던 모양이다.










가족이 많다는 것은/ 해결할 수 없는 슬픔이 많다는 거야/ 슬픔은 왜 그런 발음을 가졌을까// '외삼촌' 부분  

가족이 많지 않아 다행(?)이라 생각하는 속마음을 들킨것 같아 깜짝 놀랐고, 얼마전 지인을 만난 자리에서 외삼촌을 잃었다는 이야기에 가슴이 철렁했다. 시인이 말한 '모든 여행은 이별 여행이었다'는 말을 무한 반복해 읽는다. 김광석 노래에도 있는, 우리는 매일 매일이 이별하는 순간 인데, 왜 영원한 이별이 찾아올 때까지는 '이별'이란 마음을 눈치채지 못하는 걸까 하고. /살아 있어도 슬픔/ 끝이 있는 잠깐의 기쁨/반복될 뿐 지속되지 않는다는 걸 알아서// '자취' 부분  '이별' 의 상황은 수만가지.그 아픔도 수만가지라는 걸 '자취'에서 다시 확인받는다. 그럼에도 묵묵히 살아내는 과정을 시인은 '털실로도 어둠을 짤 수 있지' 라고 말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픔도,결국 어떻게든 극복되어진다는... 의미로 이해받았다. 말랑말랑한 시들은 아니지만, 그래서 오히려 기꺼이 오독을 허락(?)받은 기분... 인데 아마도 <분노와 낭만의 뜨개일지>도 한몫 한 듯 하다. 목차 가운데서 시제목과 어울릴(?)법한 이야기부터 찾아 읽었는데 고개가 끄덕여졌다.^^









뜨개질에 대해 잘 알지 못하지만.. 만들려고 했던 목적에서 벗어난 상황에 저자는 당혹스러웠지만, 또 다른 의미로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그럼에도 원래 의도와 달리 나온 상황을 저자는 받아들이기가 쉽지는 않았을 테니까..분노와 낭만이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될 줄 몰랐다.


<"언니 저게 꼭 무언가에 쓰이지 않아도 되잖아.굳이 이름을 붙이고 싶으면 인테리어 소품이라고 생각하든가.저거 봐 소파랑 얼마나 잘 어울려? 귀엽기만 하고만"

예쁜 물건은 예쁜 게 역활이라며 방으로 휙 들어간 동생을 보면서 나도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모르칸 블랭킷이 되려고 했던 편물은 인테리어 소품이 되어 그 역활을 충실하게 수행하고 있다>32쪽 '성공과 실패 사이' 

실패가 성공의 ... 무엇 이라는 식의 말들이 고루하다고 생각하던 시절도 있었는데, 이제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두 책을 나란히 마주하게 된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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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들의 입맞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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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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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과의 일화 때문에 궁금했던 <작품>을 결국(?) 읽어냈다. 처음 시도했을 당시에는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읽은 졸라선생의 작품 가운데 가장 순한(?) 소설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야기가, 말랑말랑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건 (물론)아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이, 생활밀착형 고통과 마주한 기분이었더면, <작품>의 경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예술가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을수 있었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는 고통이 아닌, 상상으로 하는 고통의 세계였다는 뜻이다.


처음은 세잔이 졸라와 절교할 만큼 싫었던 지점들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마음은 사라지고, 읽는 내내 '고통' 이란 화두가 찾아왔다. 예술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고통, 예술가 주변인들의 고통, 예술을 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고통 고통... 다양한 색깔로 그려지는 고통을 따라가다 끝에 마주한 건 '숙명' 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에서도 신부가 절규했던 '숙명'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운명처럼 따라오는 숙명은 그래서 무섭다. 그러니 예술이 아니어도, 인생이 있다는(살아야 할 이유) 크리스틴의 절규가 클로드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게다. 오로지 창작을 통해서만이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에게, 다른 것들이 보일리 만무하다. 그동안 알음알음 인상주의 화가들에 관한 그림과 에피소드를 접한 덕분에, 졸라 선생이 그려내는 낙선전 풍경은 생동감 있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예술을 사랑할 것 만 같았던 동지도, 성공과 실패로 우정에 금이 간다. 비단 예술을 하는 이들만의 모습은 아닐텐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어둠의 모습은 왠지 더 씁쓸하긴 했다. 누군가를 모함하고,깍아내리고,모방하는 방식..


클로드에게는 세잔의 모습만 있지 않았다. 클로드를 모두가 깎아 내리려고 했던 소설 속 이야기에 세잔이 화를 냈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졸라선생은 스스로 예술가이기를 고집한 클로드를 실패한 화가로 그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세잔과 졸라만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다른 화가들의 이름으로 그려낸 것에 오히려 불쾌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상드즈(누가봐도 졸라선생...) 가 그려낸 화가들의 모습들,굳이 보이고 싶지 않은 예술가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것이 못마땅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작품>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예술가들이 보이는 치부가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내려진 창작의 고통이란 숙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독자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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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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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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