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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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잔과의 일화 때문에 궁금했던 <작품>을 결국(?) 읽어냈다. 처음 시도했을 당시에는 이상하게 몰입이 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지금까지 읽은 졸라선생의 작품 가운데 가장 순한(?) 소설이었다는 느낌을 받았다.이야기가, 말랑말랑하게 느껴져서 그랬던 건 (물론)아니다. 지금까지 읽은 소설이, 생활밀착형 고통과 마주한 기분이었더면, <작품>의 경우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예술가의 고통에 관한 이야기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읽을수 있었기 때문에, 피부로 와 닿는 고통이 아닌, 상상으로 하는 고통의 세계였다는 뜻이다.


처음은 세잔이 졸라와 절교할 만큼 싫었던 지점들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그 마음은 사라지고, 읽는 내내 '고통' 이란 화두가 찾아왔다. 예술가 스스로 감내해야 할 고통, 예술가 주변인들의 고통, 예술을 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사회 속에서 벌어지는 고통 고통... 다양한 색깔로 그려지는 고통을 따라가다 끝에 마주한 건 '숙명' 이었다.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에서도 신부가 절규했던 '숙명' 누가 시킨 것이 아니다. 스스로 그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운명처럼 따라오는 숙명은 그래서 무섭다. 그러니 예술이 아니어도, 인생이 있다는(살아야 할 이유) 크리스틴의 절규가 클로드에게는 들리지 않았을 게다. 오로지 창작을 통해서만이 자신이 존재한다고 믿는 이에게, 다른 것들이 보일리 만무하다. 그동안 알음알음 인상주의 화가들에 관한 그림과 에피소드를 접한 덕분에, 졸라 선생이 그려내는 낙선전 풍경은 생동감 있게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다. 모두가 한마음으로 예술을 사랑할 것 만 같았던 동지도, 성공과 실패로 우정에 금이 간다. 비단 예술을 하는 이들만의 모습은 아닐텐데.. 예술을 하는 사람들이 벌이는 어둠의 모습은 왠지 더 씁쓸하긴 했다. 누군가를 모함하고,깍아내리고,모방하는 방식..


클로드에게는 세잔의 모습만 있지 않았다. 클로드를 모두가 깎아 내리려고 했던 소설 속 이야기에 세잔이 화를 냈을 것 같지도 않다. 오히려 졸라선생은 스스로 예술가이기를 고집한 클로드를 실패한 화가로 그렸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다. 우리가 모르는 ,세잔과 졸라만 알 수 있는 에피소드를 다른 화가들의 이름으로 그려낸 것에 오히려 불쾌하지 않았을까... 무엇보다. 상드즈(누가봐도 졸라선생...) 가 그려낸 화가들의 모습들,굳이 보이고 싶지 않은 예술가들의 치부를 적나라하게 그려낸 것이 못마땅 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러나 <작품>에서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예술가들이 보이는 치부가 아니라, 예술가들에게 내려진 창작의 고통이란 숙명..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었나 싶다. 작품 하나를 완성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일인지... 독자는 차마 상상조차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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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을유세계문학전집 97
에밀 졸라 지음, 권유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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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의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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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불어와 걸어가고 있는 인간의 발자취를 바로 그 뒤에서 지워 버리고 없애 버린다면 안절부절못하며 애를 태우고 살 이유가 무엇이 있겠는가? 과거란 인간이 간직하는 환상의 무덤일 뿐이며 결국 인간은 그 무덤에 발부리를 채고 말 것이다(...)"/5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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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에 고유한 색이란 없으며 주변의 환경에 따라 색이 정해진다는 것이었다"/4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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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홍보포스터는 저렇게 고전(?)적인 느낌을 연출했으면서, 정작 공연은 왜 그토록 현대적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오이디푸스를 꽤 여러 번 읽었지만, 정작 그의 아버지 라이오스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않았던 터라 라이오스의 시선으로 풀어 놓을..이야기가 몹시도 궁금했더랬다. 1인극이란 점과 전혜진배우님에 대한 신뢰도 있었고... 연극에서 만큼은 새로운 도전을 그닥 탐탁하게 바라보지 않는 1인라 그럴수도 있겠으나..참 많이 산만했던 것 같다. 신탁에 대한 화두 때문에 그랬을 수도 있겠다. 과거..신탁을 거부해서 죄를 받은 라이오스나, 현재 신탁에 의존해 나라를 망치게 한 ..모습을 은유하고 싶었던 마음을 백번 이해해도... 아쉬웠다. 라이오스에 대한 히스토리가 길지 않아 중언부언 한 모습... 그럼에도 전혀 수확이 없었던 건 아니다.









아주 오래전 지인에게 선물 받은 <그리스 비극>을 찾아 볼 수 있었다. 라이오스 흔적이 어딘가에 조금이라도 있지 않을까 해서... 그리고 알았다. 그가 신들에게 저주를 받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그는 사두마차를 모는 방법을 가르쳐준다는 구실로 왕자를 테바이로 데려온 뒤 그를 강간했다. 이 사건으로 크뤼십포스는 자살했고 그의 아버지는 라이오스를 저주했다.아폴론 신은 라이오스에게 이에 대한 벌로 자식을 갖지 말 것을 명령하면서 만약 자식을 낳으면 그 자식의 손에 죽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360~361쪽 


오이디푸스..에 관한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아폴론은 왜 저와 같은 저주를 내렸을까 궁금했는데(읽고도 기억못하는 것일수도 있겠지만..) 충분히 저주 받을만 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려지는 그의 모습은 오만 그 자체였다. 그런데 하나 더 궁금한 건 그가 신의 말을 거부했을까, 아니면 아내 이오카스타의 유혹에 넘어가게 된 것일까... 연극 라이오스가 산만하다고 느껴진 건 온전히 라이오스의 목소리와 가장 가까웠을지 모를 이오카스타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라이오스에게 내려진 형벌은 안타깝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원죄 때문에 근친상간과 존속살해까지 하게 된 오이디푸스 왕..이 안쓰러워질 정도다. 사실 이런 배경 설명 없이 <오이디푸스 왕> 을 읽었을 때는 그 역시 오만한 왕으로 보일때도 있었는데 말이다.무튼 연극을 보게 된 덕분에 라이오스와 오이디푸스 왕에게 내려진 저주의 이유는 확실히 알게 되었다. 단지 신탁을 거부했던 것만이 라이오스를 죽음으로 몰고가게 된 것은 아니라 이해하고 싶다. 신기한 건,공연보러 가기 전까지 눈에 보이지 않았던 테베...관련 희곡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는 거다.라이오스를  어떻게 그려냈을지 궁금해서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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